임차권등기 해지를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에 집주인이 자발적으로 전세금을 돌려주는 경우와 달리 전세금반환을 볼모로 동시이행을 주장한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전세금반환의무와 임차권등기명령 해지는 동시이행 관계라고 맞서는 집주인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집주인이 동시이행관계 주장으로 시간을 끈다면 세입자는 전세금반환소송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이행이란 동시에 의무를 이행한다는 뜻으로 주택 임대차에서는 계약 기간이 끝날 때 집주인은 전세금반환 의무가 있으며, 세입자에게는 건물을 집주인에게 넘겨주는 명도의무가 있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전세금 돌려받기가 힘든 상황에서 이사 갈 때 세입자의 권리(대항력과 우선변제권)를 유지시키기 위한 제도다. 법도 전세금반환소송센터의 ‘2022 전세금소송’ 통계에 따르면 전세금반환소송 310건 중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201건으로 조사됐다.
전세금반환소송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을 상대로 세입자가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실제로 전세금반환과 임차권등기 해지가 동시이행관계라며 맞선 집주인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
원심과 대법원은 세입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세입자의 임차권등기 해지 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지 않다”며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의무가 먼저 이행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엄 변호사는 “임차권등기 자체가 전세금반환이 지체돼 발생한 법적 절차기 때문에 집주인의 전세금반환 의무보다 앞설 수 없다”며 “임차권등기명령은 세입자의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담보적 기능만을 목적으로 하기에 세입자의 동시이행 의무인 명도의무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집주인이 임차권등기 해지부터 요구한다면 세입자는 전세금반환소송을 진행하면 된다.
엄 변호사는 “집주인이 계속해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전세금반환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며 “시간이 지체될수록 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이자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세금반환이 늦어져 발생한 지연이자는 소송을 통해 민사법상 이자 5%,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촉법)에 의한 연 12%의 지연이자를 받을 수 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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