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신탁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 아니므로 점유시효취득 어려운 점 유의해야
[법으로 읽는 부동산] 조세 회피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안전과 투명성을 위해 한국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을 시행 중이다.이를 통해 ‘부동산을 자신이 소유하되 등기 명의는 타인으로 하는’ 명의신탁약정 및 여기에 의한 소유권 이전을 원칙적으로 모두 무효로 취급한다.
하지만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는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 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 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의 계약명의신탁’에 따른 소유권 이전 등기는 유효하고 이때 명의 수탁자는 법적으로 완벽한 소유자가 된다. 예를 들어 명의 신탁자 갑과 명의 수탁자 을 사이의 명의 신탁 약정 사실을 매도인 병이 몰랐던 경우에는 매도인 병과 매매 계약을 체결한 을이 소유자가 되고 갑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만약 이처럼 을이 소유자가 된 때로부터 20년간 갑이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했음을 이유로 점유시효취득을 주장하면서 을에게 소유권 이전을 청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원심인 광주고등법원 판결은 명의 신탁자 갑의 점유를 자주점유(소유의 의사에 따른 점유)로 보고 갑의 청구를 인정했다.
하지만 최근 나온 대법원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은 “명의 신탁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가지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다는 추정은 깨진다”고 하면서 명의 신탁자 갑의 명의 수탁자 을에 대한 점유시효취득 완성을 원인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를 기각했다.
점유시효취득의 요건을 살펴보면, 우선 민법 제197조 제1항(자주점유의 추정)에 따라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점유자가 취득 시효를 주장하는 경우 스스로 소유의 의사(자주점유 의사)를 증명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취득 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사람에게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음을 주장하여 증명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됐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해 자신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이 증명된 경우에는 그 추정은 깨진다.
그러므로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 행위 기타 법률 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 점유한 것이 증명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매수인 측에 명의 신탁 약정이 있는 사실을 모르고 매도인은 단순하게 매수인(명의 수탁자)이 향후 소유자가 될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통례다.
이에 따라 매수인이 법적으로 완벽한 소유자 된 이상 명의 신탁자로서도 명의 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당연히 잘 알고 있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의 계약 명의 신탁에 따라 명의 수탁자가 소유자 된 경우, 명의 신탁자는 명의 수탁자에 대해 매매 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만 가질 뿐 처음부터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다'는 인식이 없었으므로 점유시효취득 완성을 원인으로 소유권 이전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옳다고 본다.
조주영 법무법인 신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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