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vs 표현의 자유’ 놓고 미국에서 소송 진행 중…주목되는 최종 결과

[지식재산권 산책]
에르메스 버킨백.   사진=한국경제신문
에르메스 버킨백. 사진=한국경제신문


대체 불가능 토큰이라고 번역되는 NFT(Non-Fungible Token) 자체는 예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이다. 비트코인 등과 같은 대체 가능 토큰(Fungible Token)과 달리 고유의 값을 가지고 있어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유일성과 함께 위조가 사실상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에 따라 진본 증명의 기능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으로 예술 작품과 결합한 NFT 투자 시장은 작년을 기점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와 함께 저작권·상표권 등 다양한 관련 분쟁도 발생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의 ‘버킨백’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메이슨 로스차일드는 2021년 11월께 ‘메타버스’와 ‘버킨’을 합성한 ‘메타버킨즈(MetaBirkins)’라는 명칭으로 도메인을 등록하고 여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을 개설했다.

이어 그는 2021년 12월께 버킨백의 겉면을 모피 질감으로 처리한 메타버킨즈라는 NFT 아트를 발행하고 판매했는데 그 NFT 아트의 매출액이 2022년 1월 기준 110만 달러(약 13억7000만원)를 넘어섰다.

에르메스는 2022년 1월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로스차일드를 상대로 등록 상표권 침해, 에르메스가 상표 사용을 허락한 것처럼 소비자가 출처를 오인할 우려, 고급 브랜드인 에르메스의 상표 가치 희석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로스차일드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에르메스의 상표권 침해 클레임에 대한 각하를 신청했다.

즉, 모피로 덮은 메타버킨즈 NFT 아트를 창작한 것은 에르메스가 고가의 가죽 가방을 제조하면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논평이라는 것이다.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 그림의 수프 캔이 상품이 아닌 것과 같이 이는 가방(상품)이 아니라 예술 작품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에르메스는 이런 주장에 대해 메타버킨즈라는 명칭은 단순한 작품 제목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자신의 NFT를 식별하고 출처를 나타내는 수단, 즉 상업적으로 이용됐다는 점, 버킨백의 식별력이 높다는 점, 실제 혼동의 사례가 있다는 점(실제 엘르 등 유명 패션 잡지들이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이용한 NFT를 발행했다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에르메스가 향후 NFT 사업에 진입하는 것은 예측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어 반박했다.

최근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은 로스차일드의 각하 신청을 기각했는데(따라서 해당 소송은 계속하게 됨), 메타버킨즈라는 표장이나 버킨백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는 예술적 의도에서 사용됐다기보다 에르메스의 버킨백의 인기와 명성에 편승하는 것이고 또한 명백히 오인을 유발하는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런 판단에는 로스차일드가 한 인터뷰에서의 발언(버킨백이 현실 세계에서 갖는 것과 같은 환상을 디지털 상품에서도 창조하기 위해 노력했다)이 그 근거가 되기도 했다.

법원은 NFT가 가상 세계에서 착용할 수 있는 버킨백의 디지털 파일과 결합된 경우 NFT는 예술 작품으로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고 메타버스 기술과 관련해 증가하는 가상 아이템과 그들의 잠재적 적용과 사용에 대해서는 향후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버킨백에 대한 미국의 위 판결은 NFT를 둘러싼 상표권 분쟁의 초기 판단 중 하나로, 향후 유사한 다른 사건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윤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