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거대 플랫폼으로 키운 인물…획기적 변신 도모하는 ‘위기의 메타’

[글로벌 현장]
셰릴 샌드버그가 메타플랫폼을 떠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셰릴 샌드버그. (사진=연합뉴스)
셰릴 샌드버그가 메타플랫폼을 떠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셰릴 샌드버그. (사진=연합뉴스)
6월 초 대형 소셜 미디어 기업인 메타플랫폼의 주가가 폐장을 불과 수십여 분 앞두고 급락했다. 회사 임원이 페이스북에 띄운 장문의 글이 화근이었다.

바로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다. 올해 52세인 그는 “14년 동안 함께했던 회사를 올가을에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깜짝 공개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도 아닌 한 임원의 사임 소식에 시가 총액이 5000억 달러가 넘는 기업의 주가가 크게 흔들렸던 것이다. 샌드버그 COO가 누구이기에 투자자들이 격하게 반응했을까.

창업자와의 갈등에 불명예 조사까지
샌드버그 COO가 퇴사를 결심하며 띄운 페이스북을 보면 그가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샌드버그 COO는 “2008년 저커버그 CEO와 손을 잡기로 했을 때 그의 나이는 23세, 나는 38세였다”며 “저커버그 CEO와 이렇게 긴 여정을 이어 올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샌드버그 COO가 사임하기로 발표한 올해 저커버그 CEO는 당시의 샌드버그 COO의 나이가 됐다. 저커버그 CEO는 “회사 운영 방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 샌드버그 COO”라고 했다.

구글 부사장 자리를 던지고 2008년 메타(당시 페이스북)에 합류했던 샌드버그 COO는 스타트업 수준이던 회사를 세계 최대 광고 플랫폼 중 하나로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샌드버그 COO는 메타에서 마케팅·광고·판매·인력관리·법률 등을 두루 책임졌다. 저커버그 CEO가 오롯이 기술과 공학 이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샌드버그 COO가 합류하기 직전이던 2007년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1억5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직원 수는 500여 명이었다. 이 광고 매출은 작년 1150억 달러로 커졌다. 현재 임직원은 7만7000여 명이다. 적자를 반복하던 회사가 십여 년 만에 대규모 알짜 기업으로 변모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메타의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98%다.

샌드버그 COO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이나 아이다호에서 열리는 선밸리 콘퍼런스 같은 행사에 단골로 참석했다. 메타와 함께 샌드버그 COO의 인지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저커버그 CEO와는 공통점이 적지 않다. 같은 유대인 출신인데다 하버드대에서 수학했다. 샌드버그 COO는 맥킨지 컨설턴트와 미 재무장관(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보좌역을 거쳐 2001년 구글에 합류했다. 구글에선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잘나가던 샌드버그 COO는 왜 갑자기 사임을 발표했을까. 최근의 논란이 작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초 “샌드버그 COO가 자신과 교제하던 보비 코틱 액티비전블리자드 CEO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지 않도록 2016년과 2019년 영국 데일리메일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코틱 CEO는 2014년 자신의 전 여자 친구를 괴롭힌 혐의로 법원에서 접근 금지 가처분 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이 판결문을 입수한 신문사가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샌드버그 COO가 끼어들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골자다. 메타 측이 “데일리메일 편집권에 영향을 주기 위해 샌드버그 COO가 위협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내부에선 규정 위반 가능성을 조사했다.

샌드버그 COO가 내부 감사를 받는 일은 또 불거졌다. 코틱 CEO와 헤어진 샌드버그 COO가 텔레비전 프로듀서인 톰 번설과 사귀었는데 그와의 결혼을 준비하는 데 회사의 자원을 활용했다는 의혹이다. 샌드버그 COO와 번설은 올여름 결혼할 계획이다. 앞서 샌드버그 COO의 전 남편이던 데이브 골드버그는 2015년 멕시코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던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다만 메타의 캐롤라인 놀란 대변인은 “샌드버그 COO가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과 사내 감사 등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저커버그 CEO와 샌드버그 COO 사이의 균열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저커버그 CEO는 정치 및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려 2017년부터 의회 청문회에 불려 다녔다. 2016년 대선 때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정치 컨설팅 업체가 페이스북 외부 개발자에게서 이용자 개인 정보(총 8700만 건)를 사들여 도널드 트럼프 후보 측에 제공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러시아 공작 부대가 해킹으로 얻은 민주당 선거본부 인사들의 e메일을 탈취해 언론에 흘렸고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 광고를 적극 활용했던 정황도 확인됐다. 의회에서 ‘악당’으로 낙인 찍힌 저커버그 CEO는 사업 총괄이던 샌드버그 COO를 향해 수차례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일부 외신은 “작년부터 메타버스 전환 계획에 전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샌드버그 COO와 이를 진두 지휘하는 저커버그 CEO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틈이 생겼다”고 전했다. 두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샌드버그 COO의 퇴사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제 자선 사업”…정치권 행보 얘기도
샌드버그 COO는 퇴사 후에도 메타 이사회엔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사외이사로서 경영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닥쳐올 미래를 완전히 알기는 어렵지만 자선 재단과 자선 활동, 여성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샌드버그 COO는 이미 억만장자다. 경제 매체인 포브스에 따르면 총자산이 16억 달러(약 2조원)로 추산된다. 작년 메타에서 받은 급여만 3520만 달러였다.

샌드버그 COO는 메타에서 일하는 동안 4800만 주의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과 옵션 등을 수령했다. 지난 10년간 주당 평균 79.10달러에 매도해 17억~19억 달러를 현금화했다는 게 증권 정보 업체인 베리티데이터의 추정이다.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CEO를 지낸 멕 휘트먼(총자산 32억 달러 추정)에 이어 여성 임원으로는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에서도 창업자가 아니면서 이 정도의 부를 일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샌드버그 COO가 다른 기업을 이끌 가능성도 없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 헤드헌팅 업체엔 샌드버그 COO가 퇴사를 발표한 지 2시간 만에 그를 영입하고 싶다는 요청이 2건 들어왔다”며 “각각 이사회 의장과 CEO 자리였다”고 소개했다.

일각에선 샌드버그 COO가 정치권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스트셀러 리더십 서적인 ‘린인(Lean In)’을 통해 ‘슈퍼스터 여성 임원’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샌드버그 COO는 페미니스트 성향을 갖고 있고 오랫동안 민주당원으로 활동해 왔다. 수차례에 걸쳐 민주당에 거액을 기부했다. 민주당이 집권할 때마다 선출직 후보로 거론돼 온 배경이다.

2016년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한다면 백악관에 들어갈 것이란 소문이 기정 사실처럼 돌았다. 당시 샌드버그 COO는 “페이스북을 정말 사랑하며 현재 위치에 만족한다”고 해명했다.

샌드버그 COO의 퇴장이 주목받은 것은 메타가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는 도중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외에도 인스타그램·왓츠앱·메신저 등 소셜 미디어 군단을 보유하고 있는 메타는 3차원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로의 전환을 선언한 상태다. 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주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기존 비즈니스와 달리 확실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저커버그 CEO가 샌드버그 COO의 사임 발표에 “한 세대가 저물었다”고 표현한 것도 사업 모델 전환에 대한 복잡한 심경의 표현이란 평가다.

고성장 과정을 함께한 샌드버그 COO 없이 메타가 순항할 수 있을까. 해답을 찾는 시간은 의외로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

뉴욕(미국)=조재길 한국경제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