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대 1’ 하남 교산 경쟁률 1위, 지역 거주자만 신청한 과천 주암도 주목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송파 위례 현장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 위례 현장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기 신도시가 올해 하반기 본청약을 앞두고 있다. 원거주민에 대한 토지 보상과 이주 등의 문제가 아직 산적해 있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오는 7월 본청약을 실시할 방침이다.

3기 신도시는 문재인 정부가 2018년 12월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이다. 수도권에 신도시를 늘려 서울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켜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목표다.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광명 시흥 등이 대표적이다.

3기 신도시의 분양 예정 물량은 20만 가구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사전 청약이 실시됐다. 본청약은 사전 청약 실시 후 1~2년 후 실시된다.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을 공지할 당시에도 이를 분명히 했다. 특히 3기 신도시는 문재인 정부가 강력히 추진했던 주거 안정 사업인 만큼 사전 청약 후 1년 후인 올해 하반기에 본청약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전 청약은 월평균 소득 등의 기준에 따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다르다. 반면 본청약은 일반 분양과 마찬가지로 거주지나 청약통장 가입 여부에 따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느 지역이 ‘로또급 당첨지’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전 청약 당시 차수별로 1회만 신청할 수 있었다. 본청약도 1곳만 신청이 가능할 공산이 크다. 많은 이들이 3기 신도시 본청약을 앞두고 사전 청약 경쟁률이나 주변 입지, 집값 상승 호재 등을 파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전 청약으로 미리 본 3기 신도시 최고 인기 지역
교통·분양가에 하남 교산·인천 계양 강세

3기 신도시의 사전 청약 경쟁률로 많은 이들이 원하는 알짜 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4차례 실시된 사전 청약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지역은 경기 하남 교산이다. 3차 사전 청약 1056가구 공공 분양 공급에 5만5374명이 신청해 52.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 직방이 지난해 7월 실시한 3기 신도시 선호 지역에서도 하남 교산은 23.4%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하남 교산이 뜨는 이유는 강남과의 접근성이다. 서울 송파·강동구와 미사신도시와 인접해 있다. 수도권 지하철 3호선과 연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송파하남선의 개통도 앞두고 있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하남 교산 분양 추정가는 51~59㎡ 기준 4억2094만~4억8695만원이다. 인근 아파트 단지인 창우마을 59㎡(2004년 준공)의 최근 실거래가는 6억원이다. 주변 시세보다 1억2000만원(22.5%) 싼 셈이다.

인천 계양도 높은 사전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1차 사전 청약 당시 공공 분양 709가구 모집에 3만6868명이 신청해 52.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남 교산과 비슷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인천 계양의 높은 인기가 일자리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의 인천 계양 개발 계획을 보면 상업 용지의 비율이 높아 많은 기업이 입주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계양테크노밸리 개발이 추진 중이고 서울 마곡지구와 가까운 점도 인기 요인이다. 평형이 다양한 점도 장점이다. 전용 기준 59㎡, 74㎡, 84㎡ 등 가족 구성원에 따라 입맛에 맞는 집을 선택할 수 있다.

3기 신도시에서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곳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도 특징이다. 인천 계양의 전용 84㎡ 추정 분양가는 4억9000만원이다. 반면 남양주 왕숙2는 같은 면적 기준 5억6000만원대, 과천 주암은 8억8000만원대다.
사전 청약으로 미리 본 3기 신도시 최고 인기 지역
도시 인프라 인접, 고양·과천·남양주도 선전

고양 창릉과 과천 주암, 남양주 등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고양 창릉은 4차 사전 청약 공공 분양 1125가구 공급에 4만1219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36.6 대 1을 기록했다. 이 지역은 일산신도시와 인접해 해당 지역의 도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서울 상암동이나 여의도동·광화문·마곡 등 서북권 오피스 지구와의 접근성도 좋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기 신도시인 일산의 노후화로 이 지역의 주민들이 고양 창릉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또 고양 창릉과 강남권을 연결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노선(GTX-A)도 높은 경쟁률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과 맞닿아 있어 ‘준강남’이라고 평가받는 과천 주암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114가구 공공 분양 공급에 3944명이 신청했다. 이곳은 과천 거주자들만 청약 신청 대상자였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하남 교산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다. 해당 시 거주자 30%, 경기도 거주자 20%, 기타 수도권 거주자 50% 등으로 물량이 배정된다. 반면 과천은 과천 거주자에게만 공급된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과천 주암이 3기 신도시 중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남양주 왕숙2는 2차 사전 청약 당시 1412가구 공급에 4만8325명이 몰리며 34.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지역은 3기 신도시 중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되는 곳이다. 다산신도시와도 가까워 해당 지역의 여러 인프라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3기 신도시의 토지 보상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본청약이 실시되면 사전 청약과 마찬가지로 높은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전 청약과 마찬가지로 수도권과의 인접성이나 해당 지역의 발전 가능성, 상업 시설의 입주 유무 등에 청약 신청자의 선택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