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페깅→페깅 조정→루나 대량 발행’…장기적으로 가상 자산 입법 촉매제 될 것

[비트코인 AtoZ]
체이널리시스 분석툴 ‘스토리라인(storyline)’에서 확인된 페깅이 끊어진 거래[체이널리시스]
체이널리시스 분석툴 ‘스토리라인(storyline)’에서 확인된 페깅이 끊어진 거래[체이널리시스]
5월 초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의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50조원의 투자금이 증발했고 관련된 한국의 피해자만 28만 명에 달한다. ‘안정적인 코인’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던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이하 테라)’의 대폭락을 보다 자세하기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실물이나 담보를 통해 달러와 같은 기존 화폐 가치에 고정하는 페깅(pegging)을 통해 발행되는 가상 자산을 말한다. 테라는 1달러에 고정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실물이나 담보 대신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를 유지하는 가상 자산이다.

이를 위해 테라는 자매 코인인 ‘루나’를 사용해 테라의 가격 변동성을 흡수했다. 즉 루나의 발행 개수를 조절하면서 항상 테라 1개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한 것인데 만약 테라 1개의 가격이 1달러보다 떨어지면 알고리즘에 따라 테라를 루나로 바꿔 다시 1달러로 가치를 회복시키고 그 반대로 테라가 1달러보다 올라가면 루나를 테라로 바꾸는 식이다.

또한 테라를 발행하는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에서는 가격 변동에 대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앵커 프로토콜을 적용했다. 앵커 프로토콜에 테라를 예치하면 약 20%의 연 이자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이자율은 많은 투자자들의 자산 예치를 유도했고 이 자산을 통해 테라와 루나의 가격 변동에 대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테라 코인 폭락의 3단계테라코인의 폭락은 크게 3단계 과정을 거쳤다. 가장 먼저 두 명의 투자자로 인한 디페깅(depegging)이 발생했다.
‘가상 자산의 겨울’ 불러온 테라·루나 사태의 3단계 과정[비트코인 AtoZ]
5월 7일 테라폼랩스는 새로운 유동성 풀인 커브 4풀(Curve 4pool)로의 이동을 위해 1억5000만 달러 상당의 테라를 커브 3풀(Curve 3pool)에서 인출했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기존 커브 3풀의 테라 유동성이 낮아져 취약한 상태가 발생했다.

13분 후 한 익명의 투자자가 이 취약한 때를 노려 8500만 테라를 매도했다. 이후 한 시간 동안 다른 투자자는 총 1억 테라를 또 다른 스테이블 코인인 USD 코인(USDC)으로 교환했다. 이후 테라폼랩스는 테라와 다른 스테이블 코인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커브 3풀에서 1억 테라를 추가로 인출했지만 이미 많은 거래들로 인해 테라의 페깅이 깨졌다.

페깅이 깨지면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고 대대적인 매도가 시작됐다. 테라를 앵커 프로토콜에 넣어둔 많은 투자자들도 자금을 거두기 시작했다.

둘째, 페깅 조정은 성공했지만 유지 기간이 짧았다.
페깅을 조정하고 커브 3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5월 7일부터 9일까지 익명의 테라 지지자 3명이 총 4억 8000만 USDT를 테라로 교환했다.

5월 9일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una Foundation Guard : 테라와 루나의 가격 안정을 위해 테라폼랩스 대표 등이 설립한 재단)가 보유하고 있던 수십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테라로 교환하기 위해 매각했다.

하지만 5월 10일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의 준비금이 고갈되며 테라의 페깅은 다시 깨졌고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이후 매도를 막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거래소 출금을 중단했다.

셋째, 루나의 대량 발행으로 인한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붕괴를 초래했다.
통칭 3CRV인 스테이블 코인 서클(USDC), 테더(USDT), 다이(DAI)로 구성된 테라의 커브 3풀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었다. 최대 유동성 풀인 커브 3풀에서 테라의 비율은 50%에서 95%로 늘어났고 3CRV는 50%에서 5%로 빠르게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테라의 가치 폭락으로 3CRV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커브 3풀에서 자금을 회수한 것이다.

이후 투자자들은 테라를 대량으로 소각해 루나를 과도하게 부풀렸고 공급량은 수조 달러에 이르렀다. 결국 가격은 1센트 미만으로 폭락했고 테라와 알고리즘으로 연동된 루나의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테라와 루나 모두 가격이 하락하자 투자자의 패닉 셀이 이어졌다.
거시 경제적 관점에서의 테라 사태가 미칠 영향일부 전문가들이 가상 자산의 세 번째 겨울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견했듯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여러 다른 가상 자산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테라 폭락이 하락세에 영향을 주긴 했지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반적인 가상 자산의 하락은 기술 관련 주식의 하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최근 큰 하락 폭을 보이는 기술 관련 주식과 더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가상 자산의 겨울’ 불러온 테라·루나 사태의 3단계 과정[비트코인 AtoZ]
오늘날 비트코인은 여러 자산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올해 나스닥 100대 기업 지수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가격 면에서 상관관계를 유지한 반면 금과 관련한 지수와의 상관관계는 없었다.

테라의 폭락은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을 가속했을지도 모른다.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가 페깅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하락은 테라의 붕괴가 거의 끝날 무렵인 5월 13일께 끝났고 이 시점에서 비트코인의 가격 양상은 비암호화 기술 자산과 거의 일치했다.

한편 테라가 폭락하는 동안 스테이블 코인의 상환이 급증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5월 9일부터 12일까지 평소의 2배에서 3배에 달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현금으로 매도됐다. 이번 테라·루나 사태가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를 자극해 모든 투자자가 스테이블 코인을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에 위협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입법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업계의 책임 있는 혁신 성장을 막을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가상 자산 관련 업계는 이번 사태를 통해 많은 보완점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