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증시전 다 겪은 리서치센터장들의 약세장 투자 지침서

[비즈니스 포커스]
“무주식이 상팔자” 고점에 물려 속앓이하는 당신을 위하여
#. “내다 팔 것도 없어요. 정리하고 싶은데 다 고점에 물렸어요.” 경기도 화성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34) 씨는 최근 화병이 생겼다. 삼성전자·카카오·하이브·넷플릭스에 아마존까지…. 그때그때 ‘핫’한 주식 종목을 다 사들였는데 효자가 하나도 없다. 물건을 정리하다가도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는 A 씨. ‘그때 팔았더라면…’, ‘그때 왜 샀을까…’ 생각에 잠 못 드는 요즘이다.

요즘 주식 투자자들은 다 비슷한 처지다. 투자자들의 입에서 “무주식이 상팔자”란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과거를 후회한다고 돈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시장을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할 때다. 글로벌 매크로 변수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주식 침체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린 주식에 속앓이하는 당신을 위해 시장의 숱한 침체기와 부흥기의 파고를 겪은 증권사 센터장들에게 ‘오늘을 견디는 법’에 대해 물었다.참을인 3단계(忍忍忍)
아무것도 하지 마라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까’, 혹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포로 주식을 헐값에 팔아 버리는 투매가 쏟아질 때는 오히려 매수나 매도의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맞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악재들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회를 잡고 싶어도 현금 비율이 낮다면 지금은 멈춰야 할 때란 의견도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금 비율이 높다면 분할 매수할 수도 있겠지만 현금 비율이 낮은 투자자라면 버텨야 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약세장에서 손실을 봤다. 투자 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올해 2분기에만 650억 달러(약 84조원) 정도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 회장도 피하지 못한 약세장에 개미들은 어떠할까.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난도가 높은 시장, 다양한 변수가 변동성을 키우는 시장에서 굳이 높은 비율의 위험 자산 투자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배당주 스타일의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현금을 확보해 두는 전략이 지금 시기에 유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시간의 힘을 믿고 장기 투자에 돌입하는 것도 좋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보유 기간에 따른 평균 상승·하락률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개월 보유 시 하락 확률은 47.3%다. 이후 6개월 보유 시 하락 확률은 41.6%로 소폭 낮아진다. 1년 보유 시 39.1%, 5년 보유 시 17.3%, 10년 보유 시 하락 확률은 15.3%까지 떨어졌다. 1개월 보유와 비교하면 32%포인트나 하락 확률이 낮아진 셈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10년 보유 시 상승 확률은 1개월 시 52.7%에서 84.7%로 32%포인트 상승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시간을 사는 사람이 이길 확률도 높다”며 “물타기를 하거나 뭔가를 하기보다 어려울 때 잘 버티는 것도 투자의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저평가 권역에서 기다리면 결국은 손실을 만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더 떨어지더라도 지금은 감내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단, 썩은 동아줄이라면 빠른 리밸런싱이 요구된다.
“무주식이 상팔자” 고점에 물려 속앓이하는 당신을 위하여
참을인 2단계(忍忍)
추매를 고려하라
약세장을 버틸 수 있는 강심장이라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투자에 기준과 신뢰를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이번 위기는 기회의 장이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전문가들이 산정한) 적정한 가치보다 낮아 저평가 상태라면 장기 투자에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주식 시장이 안정화될 때 추가 매수를 고려하라”고 말했다.

김수현 센터장은 “그간 눈여겨봐둔 기업이 있는데 그 기업의 주가가 투자자가 생각한 가격대까지 내려 왔다면 매수할 기회”라며 “투자자들은 각자의 기준을 세우고 기업 비즈니스와 성장 가능성의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때 중요한 점은 투자자 개인이 세운 가치 판단이다. 그는 만약 이 의사 결정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다음을 위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투자 시 종목은 까다롭게 선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때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안정 지향 투자를 권한다. 황성진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어려운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이런 때일수록 종목 선별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했다. 이어 “시장이 출렁거리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투자 대상을 우량주·배당주 중심으로 압축해 장기 투자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참을인 1단계(忍)
지금은 정리하라
시간의 힘도, 종목별 희망도 더 이상 갖기 어려운 투자자라면 냉정하지만 ‘매도’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현금이 아닌 레버리지 투자자라면 이 조언을 유심히 들어야 한다. 윤지호 리서치센터장은 “레버리지 투자자가 물려 있다면 매우 위험한 시기”라며 비중 축소를 제시했다. 윤 센터장은 “주식 투자의 원천이 현금이냐, 레버리지냐에 따라 버티는 방법도 달라질 것”이라며 “지금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해서 레버리지 투자를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지만 주식엔 효자와 불효자가 있다.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은 “시간의 힘을 믿어야 하지만 버틴다고 다 잘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개별 종목이 가진 스토리가 다 다른 만큼 장기 보유가 독이 되는 종목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금리 인상기에 재무적으로 부진한 종목이나 너무 먼 미래의 성장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형성된 종목, 이익을 내지 못하는 종목은 리밸런싱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기업이냐에 따라 시간을 견디는 게 아니라 방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센터장 또한 “보유한 주식보다 실적이나 성장성 측면에서 더 나은 주식이 있다면 다가올 상승장에 대비해 해당 종목으로 교체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보다 현실적인 조언도 있다. 김수현 D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진짜 친한 사람이라면 주식 침체기가 한동안 이어지는 상황에서 계좌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얘기한다”며 “이는 투자의 끝이 아니라 이번 장에서 얻은 교훈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그냥 주식을 남들 하니까 한 사람이라면 이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성공 투자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