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 국산화 1세대 기업…올해 1분기 이익이 지난해 이익의 64.7% 달해

[마켓 인사이트]
영창케미칼 임직원이 경북 성주 생산라인에서 반도체 노광장비를 활용해 제품 테스트를 실시 중이다. 사진=영창케미칼
영창케미칼 임직원이 경북 성주 생산라인에서 반도체 노광장비를 활용해 제품 테스트를 실시 중이다. 사진=영창케미칼
화학 소재 전문 기업 영창케미칼이 올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이 회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을 비롯해 초정밀 산업용 화학 소재를 생산한다.

최근 한국 기업 중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용 린스를 개발해 양산을 앞두고 있다. 독일 머크가 독점한 해당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산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전략이다.

20년 업력의 반도체 소재 전문 회사

2001년 설립된 영창케미칼은 한국 반도체 제조 분야의 국산화 1세대 기업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친환경 에너지 산업 등에 공급하는 화학 소재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용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동안 일본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2019년 일본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영창케미칼의 제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SK하이닉스·SK실트론·글로벌파운드리스 등이다. 포토레지스트 외에도 유기 하드 마스크(HT-SOC), 슬러리, 린싱 솔루션, 디벨로퍼, 식각액, 스트리퍼 등의 화학 소재를 양산해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영창케미칼은 화학 소재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EUV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용 린스를 개발했다. 노광 공정은 반도체 웨이퍼에 레이저 광원으로 패턴을 새기는 작업을 말한다.

기존에는 불화아르곤(ArF) 광원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파장의 길이가 14분의 1인 EUV를 사용하는 공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EUV를 사용하면 반도체 회로 패턴을 세밀하게 제작해 고성능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공정 수를 줄여 생산성도 높아진다.

영창케미칼이 개발한 EUV 노광 공정용 린스는 반도체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포토레지스트의 패턴 쓰러짐을 방지하고 결함을 제거해 주는 중요한 소재다. 또한 패턴의 균일도를 개선해 수율을 확보하는 역할도 한다.

업계는 향후 10년간 EUV 공정이 반도체 제조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총 117대의 장비를 공급했다.

2022년 55대, 2023년 60대 등 매년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6월 ASML 본사를 방문하면서 EUV 장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TSMC·인텔 등이 EUV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V 포토레지스트용 린스의 글로벌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제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9년 29억원에서 2022년 830억원, 2024년 1868억원으로 연평균 10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한국의 시장 규모는 2022년 330억원, 2024년 743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EUV 공정용 린스가 실적 상승을 견인할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7nm 이하급 EUV 포토레지스트용 린스는 독일의 머크가 독점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 소재는 한 번 생산 라인에 적용되면 변동이 거의 없다. 초기 고객사 선점이 어렵고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공급처를 뚫으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영창케미칼은 기존 사업을 통해 확보된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시장에 안착한다는 전략이다.
영창케미칼, EUV 린스 국산화로 ‘독점’ 독일 머크에 도전장
공모 자금으로 생산 설비 증설

영창케미칼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례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앞서 기술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심사 기관인 NICE평가정보와 SCI평가정보에서 모두 ‘A’ 등급을 획득했다. EUV 포토레지스트 린스 등 주요 제품들의 기술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1년 매출은 664억원, 영업이익은 22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97억원, 영업이익 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9%, 229.0%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64.7%에 달한다.

영창케미칼은 이번 상장에 총 240만 주를 공모한다. 신주 모집 200만 주(83.3%)와 구주 매출 40만 주(16.7%)로 구성돼 있다. 주당 희망 공모 가격은 1만5000~1만8600원, 공모 금액은 360억~446억원이다. 신주 발행을 통해 약 372억원을 조달한다.

상장 후 예상 시가 총액은 1519억~1883억원이다. 주간사 회사인 하나금융투자는 주가수익률(PER) 방식을 적용해 기업 가치를 2544억원으로 평가했다. 비교 기업으로 렘테크놀러지·동진쎄미켐·디엔에프·켐트로닉스·이엔에프테크놀로지·에스앤에스텍 등 총 6개 사를 택했고 이들의 평균 PER 18.25배를 적용했다.

조만간 출시 예정인 텅스텐 슬러리와 EUV 포토레지스트용 린스의 판매가 본격화되는 2023년 추정 순이익이 192억원에 연 할인율 20%를 적용해 도출한 결과다. 희망 공모가는 25.97~40.30%의 할인율을 적용해 도출했다.

상장 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는 발행 주식 수의 36.13%(365만7243주)로 많은 편이다.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12.42%)과 신주 모집(19.76%), 구주 매출(3.95%)은 상장일부터 매도가 가능하다. 상장일 대규모 물량이 쏟아질 경우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

상장을 통해 유입된 자금은 생산 설비 등 시설 확충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경북 성주산업공단에 제4공장 설비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포토 소재, 습식 케미컬 등 생산 설비 증설을 통해 신규 수주와 해외 시장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기술 고도화와 최첨단·고품질의 신제품 개발 등 연구·개발에도 투자한다.

상장 후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미국·싱가포르·중국 등 해외 주요 반도체 소재 시장을 겨냥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신제품 개발과 성능 개선을 위한 소재 개발 등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과 싱가포르에 현지 영업사무소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 고객사의 해외 생산 라인 공급을 확대하고 해외 신규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점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