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NICE평가정보 선정 100대 CEO
업종 간 희비 엇갈려…금융권 CEO 약세…권영수 LG엔솔 부회장 등 6인 신규 진입
이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원자재 수급난과 가격 급등,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중(多重) 위기’가 휩쓸고 있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도 경영 실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경영 활동 전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 내며 100인의 CEO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올해 조사에서는 94명의 CEO(동일 기업 내 변경된 CEO 포함)가 전년과 동일하게 100위 안에 안착했고 6명의 CEO가 신규 진입한 대신 6명의 CEO는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100위 안에서 순위 변동 폭은 컸다. 36인의 CEO가 순위 상승을 기록했지만 48인의 CEO는 전년보다 하락한 성적표를 받았다. 전략가이자 때로는 혁신가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한국을 대표하는 100인의 CEO를 소개한다.
톱10
최정우 포스코 회장, 시황 회복에 4위 복귀부동의 1위다. 삼성전자의 한종희 부회장이 100인의 CEO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그간 한경비즈니스가 조사한 100대 CEO(기업)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2021년 반도체·가전업계의 원자재 수급난과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한 부회장은 ‘TV 사업 15년 연속 세계 1위 달성’의 주역이란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초 부회장으로 승진, 삼성전자의 세트(CE·IM) 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입사 후 TV 개발 부서에만 30년 가까이 근무한 TV 개발 전문가로, TV 사업 부문의 초격차를 이끌어 온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2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2020년 회장 취임 후 현대차의 대전환을 이끌고 있는 정 회장은 기업의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도약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 ‘톱5’에 진입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며 미래 모빌리티업계의 주도권을 잡아 가고 있다.
3위에 오른 최태원 SK 회장은 한국 기업 중에서 ESG 경영을 선도하며 그룹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배당과 로열티 수익이 중심인 다른 지주회사와 달리 투자형 지주회사 모델을 정립해 배터리·바이오 첨단 소재, 그린, 디지털 사업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은 성과를 나눔으로써 주주 가치를 제고해 ESG 경영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2021년 3월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재계 수장의 역할을 겸임하고 있다.
톱10 중 가장 큰 변화는 4위에서 나왔다. 100대 CEO 성적표가 매출액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톱10의 변화는 비교적 크지 않다. 올해는 달랐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지난해 7위에서 4위로 3단계 점프했다. 2020년 4위에 오른 이후 1년 만의 탈환이다. 포스코는 2021년 연결 기준 연간 영업이익이 9조원을 넘어서 1968년 창사 이후 최대의 실적을 기록할 만큼 큰 성과를 거뒀다. 철강 부문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그룹의 지속 성장과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렇게 탄생한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통해 미래 신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사내 성폭력 파문으로 김학동 부회장이 나서 사과하는 등 위기도 따라왔다. 포스코는 성 윤리 관련 시스템을 재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선전에 전년도 톱10 CEO들의 순위가 한 단계씩 밀렸다. 우선 LG전자가 4위에서 5위로 한 단계 내려왔다. 2021년 매출 74조721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매출 70조원을 돌파했지만 포스코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21년 말 취임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의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기아 역시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 하락한 6위를 기록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2021년 대표 취임 후 근본적 사업 체질과 수익 구조 개선으로 중·장기 재무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7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전년과 동일하게 각각 8, 9위를 차지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11위)을 제치고 톱10에 신규 진입했다.
삼성그룹, 100대 CEO 최다 배출톱10 밖에선 지각변동이 일었다. 특히 비금속 광물, 석유화학 업종과 금융업 간 희비가 교차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19위), 후세인 에이 알 카타니 에쓰오일 대표(29위),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부회장(45위) 등 석유화학 업종의 CEO 순위가 10계단 이상씩 오르는 등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뛰었다.
반면 금융업 CEO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24위), 이원덕 우리은행장(38위), 진옥동 신한은행장(39위), 윤종원 IBK기업은행장(49위),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67위), 권준학 NH농협은행장(68위),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69위),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사장(75위),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77위),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83위), 박정림 KB증권 사장(93위),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99위, 겸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등 금융업 CEO들의 순위가 10계단 이상 하락했다.
100위 안에 입성한 영광의 CEO도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52위), 김경배 HMM 사장(61위), 김종서 한화토탈에너지스 사장(82위), 조현준 효성티앤씨 회장(91위), 박종복 SC제일은행장(92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94위) 등 6인의 CEO가 올해 100인에 신규 진입했다.
특히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LG의 주력 사업을 두루 경험한 ‘정통 LG맨’으로 2021년 11월 이 회사의 새 사령탑에 올랐다. 최근 16년간 LG그룹 4개 핵심 계열사 CEO를 맡는 곳마다 발군의 실적을 올렸고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약 10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HMM도 올해 호실적을 기록하며 100대 CEO 진입에 성공했다. 올 초부터 회사를 이끈 김경배 사장은 ‘물류 전문가’로서 톱 클래스 선사로 도약하는 데 기틀을 다질 예정이다.
반면 작년 100인의 CEO를 배출했던 기업 중 한국수력원자력·신한금융투자·SK에코플랜트·한국GM·현대두산인프라코어·현대엔지니어링 등 6개 기업은 100인의 CEO에서 제외됐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이 가장 많은 CEO를 배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1위),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18위),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21위),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23위),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37위), 황성우 삼성SDS 사장(63위), 최윤호 삼성SDI 사장(64위),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83위),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85위) 등 9명이다. 전년과 동일한 규모다. 반면 지난해 삼성그룹과 공동 1위였던 SK그룹은 SK에코플랜트가 100위 밖으로 밀려나면서 8개사로 2위에 자리했다. 이어 현대차그룹·LG그룹(7개사) 순이다.
▶선정 방법
한경비즈니스는 NICE평가정보와 공동으로 2000년부터 ‘대한민국 100대 기업’을 선정해 왔다. 2020년부터는 이를 ‘한경비즈니스 100대 CEO’로 재편했다. 기업보다 경영자에게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다.
평가 대상은 비상장사를 포함해 외부 감사를 받는 기업의 CEO다. 정부 산하 공단과 비상장 공기업, 협동조합, 외국계 기업은 제외했다. 2021년 1~12월 1년간 결산 자료를 기준으로 선정했다. 12월 결산 법인이 아니면 해당 기간 내 종료되는 회계 기간을 기준으로 삼았다. 자료는 NICE평가정보가 각 사가 공시한 재무 자료를 정리해 분석했다(연결 재무제표 기준, 연결 재무제표가 없는 곳은 개별 재무제표). 매출액을 기준으로 상위 100개 기업 CEO를 ‘100대 CEO’에 선정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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