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주체들의 첨예한 이해관계 얽히고설켜…작은 결정에도 법률 자문하는 것이 바람직
[법으로 읽는 부동산]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는 조합 임원, 조합원, 현금 청산자, 세입자 등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분쟁 과정에서 집행부와 현 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는 조합원들(보통 ‘비대위’라고 부른다), 현금 청산자 사이에 형사 고소(고발)가 남발하게 된다.일반적으로 조합 집행부는 수용 개시일까지 토지나 지장물을 인도하거나 이전하지 않은 현금 청산자나 세입자들을 상대로 토지보상법 제43조를 위반했다고 고발한다. 이에 반해 조합 집행부를 상대로 한 가장 많은 형태의 고발은 사업 시행자가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을 위반해 정비 사업 시행과 관련한 서류 및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경우,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을 위반해 열람·복사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 위반과 관련해 ‘조합원의 전화번호’, ‘조합원별 신축 건물 동호수 배정 결과’는 열람·복사의 대상”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위반에 관련한 ‘속기록’은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해당하지 않고 ‘자금수지보고서’도 결산 보고서의 ‘관련 자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관련 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정해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 법규 해석 원칙에 어긋난다는 측면에서 가급적 가벌성을 축소하는 것이 타당하다.
반대파 조합원들은 궁극적으로 현 조합 집행부를 해임하고자 한다. 정권을 잡고자 하는 야당(비대위)이 여당(현 조합 집행부)에 도전하는 모양새인데 분쟁의 양상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원 10명 이상의 요구로 소집된 해임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의 출석과 출석 과반의 동의를 받아 조합 임원을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임 사유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주류적인 판례는 해임 사유에 관해 별도의 정관 규정이 있더라도 해임 사유의 존부 및 경중과는 상관없이 해임 총회 결의는 유효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반대파 조합원으로서는 일단 해임 총회 개최 요건을 구비하기 위해 조합 집행부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또 많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 구역에서 인터넷 카페나 네이버 밴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 사실 적시를 할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른 명예 훼손이 문제 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사실(진실·허위·불문)’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익성이 인정될 경우 ‘비방의 목적’은 부인되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위반으로 가중 처벌받지 않는다.
형법에서는 ‘진실성’과 ‘공익성’이 충족되면 위법성이 조각돼 형사 처분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진실성은 중요 부분이 진실과 합치되면 충분하고 세부에서 약간 다르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어도 무방하다. 또한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행위자에게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라면 ‘진실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경우라면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다소 무례하고 저속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모욕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도시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고소(고발)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형사 처분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반대 세력에 빌미를 제공해 사업 진행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비용 상승 등 전체 조합원의 불이익으로 귀속된다.
따라서 분쟁의 국면에서 가급적 조합원들에게 일정한 사실을 알리고자 할 때 미리 법률 자문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재벌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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