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드라마화 원작 소설…어느 날 갑자기 쪽지만 남긴 채 남편이 사라진다면
[서평]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로라 데이브 지음 | 김소정 역 | 마시멜로 | 1만6000원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볼 때면, 저마다의 방법으로 바보가 되는지도 몰랐다.”
결혼한 지 1년쯤 지난 어느 날, 여전히 달콤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던 해나는 여느 때처럼 출근한 줄로만 알았던 사랑하는 남편 오언에게서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편지를 전달받는다. 거기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뜻 모를 한 줄짜리 글이 적혀 있다. “당신이 보호해 줘.”
무척이나 당혹스러웠고 두려웠지만 해나는 자신이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지 정확히 직감한다. 바로 오언의 딸 베일리다. 어렸을 때 비극적인 사고로 엄마를 잃은 열여섯 살의 베일리는 청소년기 그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아빠의 새 아내인 해나와는 그 어떤 관계도 맺고 싶어 하지 않은 채 벽을 쌓아 두고 있었다. 그래서 해나는 늘 베일리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낯선 꼬마 아이에게서 받은 노란색 리걸 패드 종이에 적힌 짧은 메시지를 본 뒤로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오언. 갑자기 미국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남편의 상사 소식이 뉴스를 통해 들려오고 예고도 없이 소살리토에 있는 집에 FBI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면서 해나는 자신의 남편이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빠르게 깨닫는다. 2년 4개월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안다고 믿어 왔던 남편은 누구인지, 베일리가 알고 있던 아빠는 누구인지….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 해나는 송두리째 흔들리는 인생 앞에서 또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남편을 계속 믿어야 하나, 의심해야 하나.
이 소설은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마음을 울리는 진정성 있는 스릴러’, ‘가슴 아픈 감동과 반전의 휴먼 드라마’라는 평가와 함께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4개월 동안 차지했고 1년 내내 ‘52주 베스트셀러’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만 130만 부 넘게 팔렸고 10만 건의 리뷰 수를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하루가 다르게 수백 개씩 서평이 업데이트되고 있을 만큼 전 세계 독자들에게 압도적인 입소문을 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원제는 ‘더 라스트 싱 히 톨드 미(The last thing he told me)’.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그간 영미권에서 영화와 텔레비전에 판권이 팔린 여러 편의 장편 소설을 집필하며 필력을 다져 온 저자 로라 데이브는 이 소설을 2012년 처음 집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10년 만에 탈고한 뒤 세상에 선보인, 오랜 시간 숙성하고 완성해 낸 역작답게 출간 전부터 애플TV와 계약했다. 리즈 위더스푼의 제작사로 알려진 헬로 선샤인과 디즈니 20세기 텔레비전이 제작하는 애플TV 드라마로, 주인공 해나 역에 제니퍼 가너가 캐스팅됐다. 이번 작업에는 로라 데이브가 직접 각본 작업에 참여하고 그녀의 남편이자 ‘스포트라이트’, ‘퍼스트맨’, ‘더 포스트’ 등의 각본을 맡았던 영화 감독 조시 싱어도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플TV 인기 드라마 ‘파친코’처럼 엄청난 대작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이 소설은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자랑한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짧은 메시지만 남긴 채 실종된 남편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나서는 한 여성의 아슬아슬한 서스펜스이자 의붓딸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진짜 모성애를 알아 가는 가슴 절절한 드라마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시작부터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마지막 순간 충격적이고도 가슴 아픈 장면을 마주하게 될 때까지 독자로 하여금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단순히 ‘추리‧미스터리’ 혹은 ‘서스펜스‧스릴러’라는 장르로 국한하거나 규정하기 힘든 애틋한 로맨스와 가슴 뭉클한 가족애(부성애와 모성애)를 매우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보편성은 진정성과 공감에 있다. 읽고 나면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안타깝고 슬프다는 것을, 그 어떤 가족 소설보다 더 마음 찡하고 감동적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끊임없이 질문하게 되는 소설이기에 읽고 나면 여운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주인공 해나는 남편의 남긴 엄청난 배신감 앞에서도 끝까지 다음의 질문을 절대 놓지 않는다. ‘그가 나에게 결코 하지 못한 수많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인생 최대의 위기 속에서도 결코 놓을 수 없었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 독자로 하여금 결혼과 가족,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그 특별하고 위대한 사랑과 믿음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체감하게 하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감동 로맨스 미스터리’를 꼭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이혜영 한국경제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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