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소유자도 작가의 저작권 침해 가능성 존재해 유의해야
[지식재산권 산책] 저작권은 저작물에 인정되는 권리로, 저작물이 고정돼 있는 매체 내지 물체에 인정되는 권리인 소유권과 구분된다. 예컨대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 소설이 쓰인 원고, 조각가의 사상·감정이 나타나 있는 대리석은 저작물의 표현을 매개한 물체에 불과하다. 여기서 그림·소설·조각에 대해 인정되는 권리가 저작권이고 캔버스·원고·대리석에 대해 인정되는 권리가 소유권이다.이처럼 저작권과 소유권은 구분되는 권리다. 이 때문에 저작권과 소유권이 서로 분리돼 별개의 법적 주체에 귀속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술품 애호가가 어떤 화가에게 그가 그린 유화를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미술 저작물이 고정된 매체인 캔버스의 소유권을 양도받았다는 것을 의미할 뿐 그 미술 작품에 관한 저작권까지 당연히 양도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 작품은 저작물과 그 저작물이 고정된 원본 매체가 분리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갖는다. 예컨대 유화가 그려진 캔버스는 무형물인 그림과 유형물인 캔버스를 분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특히 미술 작품은 저작권과 소유권의 조정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A가 작가 B의 그림을 구입하면 A는 그림의 소유권을 취득하지만 저작권은 여전히 작가 B에게 남아 있다. 그런데 미술관 C의 요청으로 A가 미술관 C에서 그림을 전시하고자 할 때 작가 B가 전시권 침해를 주장하며 전시를 가로막는다면 A는 그림의 소유자임에도 그림을 전시조차 할 수 없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의 제한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35조 제1항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미술 저작물 등의 원본의 소유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는 그 저작물을 원본에 의해 전시할 수 있다. 다만, 가로·공원·건축물의 외벽 그 밖에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
이것이 바로 위 사례에서 A와 화랑 C가 작가 B의 허락을 얻지 않고도 전시할 수 있는 이유다.
한편 위와 같이 저작권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전시하는 자 또는 미술 작품의 원본을 판매하고자 하는 자는 그 저작물의 해설이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목록 형태의 책자에 이를 복제해 배포할 수 있는데(저작권법 제35조 제3항), 이 역시 소유권에 의해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해설이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목록 형태의 책자’란 간단한 형태의 카탈로그나 팸플릿 또는 브로슈어 등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미술 작품 자체의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화집(畫集)이나 도록(圖錄) 등의 책자나 목록이 아닌 하나의 작품마다 제작된 복제화 내지 포스터 등은 ‘해설이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목록 형태의 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술 작품 원본의 소유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가 그 미술 작품의 원본을 전시하는 경우에도 이와 같은 화집·도록·포스터 등을 제작·배포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작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문진구 법무법인(유) 세종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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