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인종‧국경을 허문 새로운 시대, ‘미러 월드’

[서평]
‘디지털 시대의 예언자’ 케빈 켈리가 예견한 5000일 후의 미래
5000일 후의 세계
케빈 켈리‧오노 가즈모토 지음 | 김윤경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7000원


인터넷이 상용화되며 누구나 인터넷을 활용하는 시대가 된 지 약 5000일(약 13년)이 지난 2000년대 중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찬찬히 걸음마를 걷기 시작했다. 약 5000일 전, 우리는 싸이월드 등의 인터넷 소셜 미디어와 2G폰을 사용하며 소통하고 MP3에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단 하나의 기계로 음악 감상부터 은행 업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해도 무방한 세상에 살고 있다.

또한 SNS라는 제2 플랫폼이 단순히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데 그쳤던 것에서 벗어나 사람 사이의 관계를 디지털화하며 인간관계나 행동에 대해 인공지능(AI)이나 알고리즘을 적용할 수 있게 되면서 모든 산업의 중심에 견고히 자리 잡았다. 그리고 현재는 SNS가 나타난 지 또다시 5000일이 지난 시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5000일 사이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전문 잡지 ‘와이어드’의 창업자인 케빈 켈리는 이 시대 최고의 기술 칼럼니스트로 추앙받고 있다. 네트워크에 기반한 사회와 문화를 예리하게 분석한 통찰력 넘치는 글들로 뉴욕타임스에서 ‘위대한 사상가’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는 약 5000일을 주기로 이전의 기술을 압도하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 혁명이 일어난다고 봤고 인터넷이 등장한 지 5000일 후에는 웹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가 예견한 5000일 후 세상은 그의 예언대로 인터넷(웹) 시대를 지나 SNS가 모든 산업을 점령하는 세상이 됐다. SNS는 인간의 행동과 관계성을 인식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디지털화하며 국가 규모를 넘어 국제 경제와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가파(GAPA)가 국제 사회의 운명을 좌우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등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현실화된 것이다.

그리고 SNS가 등장한 지 5000일이 지나고 새로운 디지털 혁신의 갈림길에 서 있는 지금, 켈리 창업자는 이 책에서 “앞으로의 5000일 동안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이 AI와 접속될 것고 그에 따라 탄생하는 ‘미러 월드’라는 새로운 거대 플랫폼이 모든 산업의 전환을 주도하며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다가올 미래의 모습’은 모든 것이 AI와 접속돼 디지털과 융합한 세계에서 탄생하는 증강현실(AR) 세계인 ‘미러 월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러 월드에서는 각각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이 지구 크기의 가상 세계를 실시간으로 함께 만들어 나간다. 미러 월드에서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자동 번역을 통해 전 세계의 사람들과 막힘 없이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적·인종·언어의 벽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고 이에 따라 100만 명 단위의 사람들이 동시에 하나의 프로젝트로 함께 일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됨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업무 방식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켈리 창업자는 이 책에서 ‘앞으로의 5000일 동안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이 AI와 접속될 것이고 그에 따라 탄생하는 ‘미러 월드’라는 새로운 거대 플랫폼이 모든 산업의 전환을 주도하며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 것’이라며 각 산업의 미래를 예측했다.

이 책은 앞으로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게 될 AI 기술의 발달이 각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상해 보는 동시에 ‘테크놀로지에 귀 기울이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로 대표되는 저자의 사고방식에 기초해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제안한다. 새로운 세상을 예측하고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필독서가 될 것이다.

윤혜림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