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 반영하는 증권사 리포트의 세 가지 키워드 ‘암호화폐·반도체·2차전지‘
증권사 리포트는 당시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보고서다. 해당 시기에 투자자나 시장이 가장 관심 있는 내용을 리포트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조회 수가 가장 많은 리포트를 보면 특정 시기의 경제와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쉽다. 한경비즈니스 역시 2022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 및 애널리스트 조사 시 △리포트의 신뢰도 및 정확성 △리포트의 적시성 △프레젠테이션 △마케팅 능력 등 4개 항목을 평가한다.한경비즈니스는 최근 1년(2021년 7월 13일~2022년 7월 13일) 동안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가장 조회 수가 높은 리포트 3개를 찾아봤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본 리포트는 미래에셋증권의 ‘코인과-NFT, 이것이 미래다’로 2101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2위는 삼성증권의 ‘반도체 후공정 : 달라지는 위상, 새로워질 평가(1987회)’, 3위는 NH투자증권의 ‘2차전지를 지배할 4가지 이슈(1845회)’ 등이다. 리포트의 내용을 다시 살펴봤다.
코인과 NFT, 이것이 미래다(2021년 12월 3일, 미래에셋증권)
자본이 특정 기술 기반의 새로운 산업에 모이기 위해선 기술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고 대체 가능한 다른 기술이 없어야 하며 추가적인 기술 개발로 취약점이 빠르게 개선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은 블록체인에 자본이 모일 수 있는 첨병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디지털 콘텐츠의 권리 보장 필요성은 오랜 기간 이어져 왔는데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NFT가 비로소 이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NFT는 현존하는 다른 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다. 거래 속도과 거래 비용, 디지털 콘텐츠의 안전한 파일 관리 등의 문제 역시 새로운 블록체인과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며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블록체인에 자본이 몰리면서 블록체인만이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인 탈중앙화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최근 중앙화 플랫폼이 고도화되며 여러 가지 폐해가 나타나자 탈중앙화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시기적으로도 적절했다.
고도화된 플랫폼이 있는 시장에 신규 플랫폼의 진입은 용이하지 않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탈중앙화 플랫폼은 참여자에게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
NFT로 가상 자산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은 여건을 감안하면 탈중앙화 플랫폼으로의 참여 유인은 충분하다. 탈중앙화 플랫폼이 활성화될수록 관련된 암호화폐의 가치 역시 상승한다. 이에 따라 참여자는 초기 불편을 감수하고 탈중앙화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탈중앙화 플랫폼은 점차 기존 플랫폼 영역을 잠식할 것이다.
가상 자산이 화폐적 성격만 강하면 기존 금융 산업에 무시하고 견제되기 쉽다. 하지만 탈중앙화 플랫폼의 성격이 부각되자 이제는 투자해야 할 대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금융회사는 가상 자산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투자하고 있고 암호화폐의 장점을 직접 금융 사업에 접목을 시도 중이다. 금융사가 투자와 사업으로 가상 자산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과거보다 변동성이 낮아지고 훨씬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방법은 코인 직접 투자와 펀드 투자, 관련 기업 투자 등으로 구분된다. 코인 직접 투자는 가상 자산 시장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이나 탈중앙화 플랫폼의 OS 역할을 대표하는 블록체인인 이더리움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 OS의 가치는 보수적으로 1조54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더리움이 탈중앙화 플랫폼 시장의 과점적 블록체인이 된다면 현재 5000억 달러 수준의 시가 총액은 충분히 상승할 여지가 있다. 반도체 후공정 : 달라지는 위상, 새로워질 평가(2021년 8월 11일, 삼성증권)
반도체 후공정의 지위와 중요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시점에선 후공정 장비와 부품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패키징의 고성장 속에서 해당 공정에 기여할 수 있는 업체와 메모리의 세대 변화 생태계에 속한 후공정 업체, 국산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진화된 패키징 산업에 기여하는 업체들은 구조적 성장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이오테크닉스·한미반도체·피에스케이홀딩스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DDR5 램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가운데 아이템 다변화가 기대되는 디아이도 주목할 만한 기업이다.
반도체 후공정은 과거 연결과 보호의 기능에서 성능 차별화를 위한 고부가 가치의 공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후공정에 도입되는 팹 공정과 고도화되는 패키징 등에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팹 기업의 후공정 투자 확대와 차별화 움직임, 한국 후공정 기업의 고객 다변화를 통한 구조적 성장, 2022년 나타날 메모리 세대교체 사이클로 후공정 기업에 주목할 시기가 도래했다.
2차전지를 지배할 4가지 이슈(2021년 9월 6일, NH투자증권)
미국이 뒤늦게 전기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른 수혜는 한국의 2차전지 업체들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업체들의 외형 성장 외에도 배터리 공급망이 탈중국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배터리와 달리 배터리 소재는 아직 중국에 대한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데 미국 진출과 함께 수직 계열화(탈중국화)가 시작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 업체들의 증설 및 수직 계열화 발표가 연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기술 진보 방향 배터리 기술은 소재 혁신과 공정 혁신으로 나눠 발전 중이다. 소재 혁신은 제조 원가의 약 54%를 차지하는 4대 소재의 고도화·저가화가 핵심이다. 공정 혁신은 배터리 제조 공정 중 일부를 제거·변화시켜 원가와 에너지 밀도를 개선하는 방향이다. 에코프로비엠(양극재), 대주전자재료(음극재), 동화기업(전해액), SK아이이테크놀로지(분리막), 테슬라(공정혁신)가 각자의 영역에서 가장 앞선 업체들로 판단된다.
예상보다 전기차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배터리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이다. 주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들은 배터리 업체들과 업무협약를 체결했고 테슬라는 자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테슬라의 배터리 수급 문제 해결은 자체 4680셀 양산 성공 여부에 달렸다.
전기차 시장 성장의 수혜가 배터리 셀과 4대 소재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못지않은 잠재력을 가졌지만 시장의 관심이 덜 집중된 부분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알루미늄박, 전해질염 첨가제, 파우치 필름, 모듈·팩 조립, 소재 임가공, 황화리튬 분야에서 묵묵히 상용화를 준비 중인 한국 기업도 많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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