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기업 미래 전략 - LG생활건강

[ESG 리뷰]
“클린 뷰티에 성장 기회 있다”
LG생활건강은 온실가스 저감, 생물 다양성 확보, 친환경 패키징 확대, 윤리적 제품 개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클린 뷰티 인사이드’를 통해 플라스틱 포장재와 제품 부피를 줄이는 한편 사업장 일대에 꿀벌 공원을 조성하고 자생 식물을 재배하는 등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과거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통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세탁비누 사업을 접는 통 큰 결정을 한 바 있다. 이러한 상생 협력 노력은 ‘공급망 ESG’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공헌팀을 거쳐 현재 ESG 업무를 총괄하는 박헌영 LG생활건강 전무를 만나 LG생활건강의 ESG 현안과 해법을 들어봤다.

- 재작년 말부터 ESG 붐이 일었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차이를 느끼는지요.

“ESG는 사회적 관심도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ESG 열풍이 금융과 자본에서 불기 시작한 만큼 회사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압감이 느껴집니다. ESG 관련 부서뿐만 아니라 전체 임직원이 높은 관여도로 ESG를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ESG 경영 내재화를 올해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삼았죠. 사내 포상 제도를 만들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우수한 ESG 실천 사례를 선별해 연말에 최종 발표, 포상할 계획입니다.”

- ESG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LG생활건강은 대외협력총괄 조직 산하에 ESG팀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ESG팀은 ESG 추진 전략 수립과 탄소 중립 모니터링, 대내외 공급망·패키징 등 회사 전반의 ESG 활동에 필요한 정책 수립과 지역사회 사회 공헌 활동을 총괄하고 있어요. 또 사내 경영 협의체인 ESG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죠.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ESG위원회 사무국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우리는 아름답고 건강한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진정한 계승자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선언을 통해 아름답고 건강하고 활기찬 사회를 위한 ESG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지난 2월 탄소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다른 기업보다 늦은 편이에요.

“전 지구적 공존을 고민해야 하는 만큼 기존 환경 경영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탄소 중립을 ‘진정성’ 있게 달성하느냐가 중요하겠죠. 계획은 일찍 나와 있었지만 실행력이 있는지, 재무적 뒷받침이 되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검증을 통해 탄소 중립 선언이 올해 초 발표된 겁니다. LG생활건강은 2030년까지 약 2000억원을 투자해 2020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45% 감축하고 이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 탄소 중립을 위한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ESG 투자는 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탄력적으로 진행될 겁니다. 우선 올해 42억원 정도 투자한 탄소 중립 관련 효율 개선 활동으로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열 사용 공정에 대한 회수 설비 구축, 세척수 재활용 설비 구축 등이 있습니다. 또 천안사업장에서는 외부 스팀으로 연료를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쓰는 주요 차량은 모두 전기차로 교체할 계획입니다. 2023년부터 청주사업장을 시작으로 주차장 부지에 태양광 설비를 도입하고 수소 공급이 가능한 울산사업장에는 수소 연료전지를 설치할 예정이에요. 2030년 이후에는 탄소 중립 신기술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우선 채택할 예정입니다.”

- 온실가스 감축에서 화장품업계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지난 2월 이사회 ESG위원회 승인을 통해 선포한 ‘2050 탄소 중립 달성 선언’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84개의 기술적 과제가 포함돼 있어요. 온실가스 목표 관리제 기준인 3년 평균 1만5000톤 넘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울산사업장·여주사업장·천안사업장은 직접 규제를 받는 곳입니다. 현재까지 할당된 목표량을 달성해 페널티가 발생하지 않았어요. 화장품은 타 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탄소를 배출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증설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분과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고려한 과학적 분석 기법을 활용해 2050년까지 배출량을 예측하고 이에 따른 감축 계획을 수립한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요. 2030년까지 법인의 주요 환경 변화를 반영해 산출했고 2030년 이후에는 배출량 증가를 최대한 제로화할 계획입니다.”
“클린 뷰티에 성장 기회 있다”
- LG생활건강이 강조하는 ‘클린 뷰티’란 무엇입니까.

“쉽게 말하면 제품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콘셉트를 명확히 정하는 겁니다. 파라벤 무첨가, 플라스틱 포장재 저감, 비건(vegan)처럼 지속 가능한 화장품을 의미하는 신조어죠. LG생활건강은 윤리적 제품 개발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제품에 ‘클린 뷰티 인사이드’를 시행하고 있어요. 지구 환경, 인체 건강, 정직한 과학, 이웃과의 상생 등 4가지 기준으로 분류하는 클린 뷰티 인사이드는 R&D 단계부터 최종 사용 단계까지 ESG 관점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관리합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클린 뷰티 연구소를 설립하고 플라스틱 포장재와 제품 부피를 줄인 제품을 만들었죠. 사회적 기업 ‘동구밭’과 함께 샴푸바·보디바·페이셜바 3종을 출시했고 가루 치약 ‘아이엠투스페이스트’를 선보였습니다. 식물 유래(코코넛) 계면 활성제를 사용하는 등 원래 기능을 유지하면서 부피를 줄이고 플라스틱 대신 종이(펄프)로 포장하며 생분해되는 제형으로 처방해 환경 부담을 줄이는 제품 개발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죠. 클린 뷰티 제품이 성장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소비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환경 친화적 제품은 콘셉트는 좋지만 결국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죠. 최근 윤리적 소비 인식이 확대되면서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을 생각한 제품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요. 앞으로 클린 뷰티 제품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화장품과 음료 제품은 특히 패키징이 중요합니다.

“저는 1989년 입사해 약 13년 정도 포장 연구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친환경 패키징을 통한 자원 순환 확대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죠.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생활용품 등 소비재 기업은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업종으로 분류되는 반면 현재 친환경 포장재는 기능적 한계가 있어 품질 만족도가 떨어지고 가격 접근성이 높은 게 현실입니다. 특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능적·물리적·감성적 기술 연구와 그린 프리미엄 개선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포장 연구에서 중요한 개념은 ‘재활용(Recycle), 재사용(Reuse), 감량(Reduce)’ 등 3R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LG생활건강은 3R 측면에서 개발 방향을 설정하고 있어요. 재활용 측면에서는 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 원료로의 대체, 용기 중량 경량화 등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재사용 측면에선 리필 용기의 사용 편리성 제고, 다회 사용 용기 개발 등 기존 용기의 재사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감량 측면에서는 재활용 용이성을 확대하는것과 재활용한 플라스틱(PCR) 사용을 확대해 플라스틱의 순환 사이클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난해 1월 한국 탄산음료 최초의 무라벨 제품 ‘씨그램 라벨프리’ 출시를 시작으로 먹는샘물 브랜드 ‘강원 평창수’와 ‘휘오 순수’, 수분 보충 음료 ‘토레타!’를 무라벨로 선보인 바 있어요. 최근엔 콜라·스프라이트 등 무라벨 페트병 제품을 확대해 현재 7개 품목에서 음료 사업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용기가 경량화되면서 물성이 달라져 단단함이 줄었지만 소비자들이 이해해 줘 우리도 신이 나는 거죠. 많은 기업이 동참해 이 같은 사례가 계속 쌓이다 보면 플라스틱 자원 순환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봅니다.”

- 화장품은 고급화 전략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포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이슈가 있습니다. 포장의 첫째 기능은 내용물 보호에 있습니다. 또 유통 과정에서 변형 없이 소비자에게 전달해야죠. 정보 전달 기능도 중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특히 화장품은 프로모션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화장품 과대 포장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어요. 특히 가장 큰 시장인 중국 소비자들은 화려한 포장을 선호합니다. 일부에선 내수와 수출 제품을 다르게 만들라고 조언하지만 중국 소비자는 한국에서 팔리는 제품을 중국에서도 똑같이 쓰고 싶어 해요. 국내용과 수출용을 따로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가능한 한 재활용이 가능한 방향으로 패키징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해 사용하는 곳이 있어요.

“생분해성은 쓰고 나면 자연에서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뜻합니다. 생붕괴성 플라스틱(disintegrable plastic)은 비분해성 플라스틱에 옥수수 전분 같은 생분해성 재료를 섞는 것으로, 일부만 분해됩니다. 시중에서 말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포장재는 대부분 생붕 괴성이라고 봐야죠. 플라스틱을 생분해성으로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가격도 고가일 뿐만 아니라 물성의 한계가 있어 기존 설비에서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죠. 아직은 콘셉트 단계이고 충분히 원료를 확보해 대량 생산하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궁극적으로 100%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면서 포장의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겠죠.”

- 글로벌 화장품업계에선 생물 다양성과 관련해 적극적인 활동을 합니다. 어떤 것들을 계획하고 있습니까.

“15년 전부터 ‘빌려쓰는 지구’ 브랜드를 운영해 왔습니다. 일찍이 환경을 고려한 샴푸와 비누를 론칭했죠. 최근 주요국은 자연 손실을 여러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야기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자연 손실을 주요 중·장기 리스크로 선정했고 주요 7개국(G7)은 지난해 공동 성명에서 자연 손실에 적극 대응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처럼 자연 자본 보전을 위한 글로벌 규범은 빠르게 형성되는데 반해 한국 기업과 정부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받습니다. 글로벌 소비재 회사로서 자연에서 오는 다양한 원료를 활용하는 만큼 한국 자연 자본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구축해 기후 변화 대응에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확대하고 있는데,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으로 급감한 꿀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생활용품 공장인 울산·온산공단 지역 주변에 약 1만5537㎡(4700평) 규모의 꿀벌 공원을 조성했습니다. 꿀벌이 멸종되면 주요 100대 작물의 70% 정도가 사라질 위기에 놓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꿀을 생산하는 밀원식물 500그루 이상을 식재했고 도시 양봉도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한강 멸종 위기 야생 생물 1급인 수달 서식지 보호에도 나서고 있어요. 하천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오는 하천에는 삵·너구리·족제비 등도 함께 옵니다. 수달이 살 수 있는 서식 환경을 만드는 일은 어류·곤충·식생에 이르기까지 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생물 다양성 활동이 제품에 반영되기도 합니까.

“울릉도와 청주에 큰 규모의 자생 식물 경작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자생하는 식물들을 직접 재배하고 연구하기 위해서죠. 자생하는 유용 식물 자원의 발견·증식·연구를 통해 국가 간 유전 자원 접근과 이익 공유(ABS)에 관한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대응하기 위해 생물 다양성 자산화 연구에 적극 나선 것입니다. 현재 다양한 한국 자생 식물종을 제품에 적용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울릉도에 자생하는 멸종 위기의 천초화는 궁중 화장품 브랜드 ‘후’의 최고급 라인 ‘천율단’에 적용했고 2만 시간에 걸쳐 직접 재배한 울릉도의 섬전호 추출물을 ‘비욘드’의 대표 수분 라인 ‘엔젤 아쿠아’에 담았습니다. 지금도 울릉도에서는 박사급 인력이 상주하며 약초를 재배하고 제품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공급망 관리와 협력사 지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최근 화장품 산업 내 공급망 관리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어 1차를 넘어 2차, 3차까지도 관리 범위에 포함되는 분위기입니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대표적 ESG 리스크로는 원자재 이슈가 있습니다. 팜오일은 우리 산업에 많이 사용되는 원자재 중 하나인데 무분별한 벌목, 원료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동 노동과 강제 노동 등이 문제가 됐죠. 지속 가능한 팜오일(RSPO) 인증은 원료 생산 및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지속 가능성을 공인하며 산림, 인권·노동, 환경에 대한 원칙이 있습니다. ESG팀 및 구매 부문 등이 참여한 의사 결정 협의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정책을 수립했고 이를 통해 지난해 RSPO 구매 비율을 33.7%까지 높였죠. 2025년에는 약 2배인 65%가 목표입니다. 이와 함께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잠재적 리스크를 확인하기 위해 협력 회사를 대상으로 행동 규범 준수에 대한 점검 및 실사를 수년간 진행해 왔어요. 지난해 기준 501개사를 대상으로 ESG 평가를 진행했고 이 중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는 12개사에 대해서는 제삼자 기관을 통한 실사(비대면, 코로나19) 및 ESG 컨설팅을 실시했죠. 올 하반기 예정된 협력 회사 ESG 평가를 통해 개선 여부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그 무엇보다 협력사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 중 협력 회사 대표와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ESG 교육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13개 협력 회사를 대상으로는 탄소 인벤토리 구축과 검증 지원도 올해 진행하고 있죠. 내년에는 협력사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독려할 예정입니다.”

- 최근 중요성이 부각된 다양성 이슈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임직원 비율을 보면 여성 임직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여성이라 더 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운동장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LG생활건강 임원 44명 중 여성 임원이 8명이에요. 3개 사업부 중 2개 사업부를 여성 사업부장이 이끌고 있죠. 남녀 비율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의견이 제품과 경영 전반에 반영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 ESG 대응과 관련해 주목하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습니까.

“LG생활건강이 전개하는 사업은 가장 많은 ESG 쟁점을 포괄합니다.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양식의 변화를 비롯해 기후 변화, 플라스틱 등 환경 관련 법과 제도화가 점차 심화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한 모색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클린 뷰티 인사이드 같은 내부 기준을 통해 제대로 된 사회적·윤리적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한국은 물론 글로벌 뷰티 시장을 공략하는 주효한 기회가 될 겁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91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대담=장승규 한경ESG편집장
정리=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