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해 줘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말아야…‘경청’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진심 느껴져
[경영 전략]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의 암울한 2년을 잘 견딘 덕분일까. 점차 엔데믹(주기적 유행)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당연하게 누려 왔던 일상도 다시 시작되고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도입했던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다시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리고 있다.그러다 보니 리더들에겐 고민이 생겼다. 자주 보지 못해 살짝 서먹해진 직원들과 어떻게 다시 관계 맺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어떤 리더는 채용한 뒤 한 번도 ‘직접’ 만나지 못했던 구성원을 드디어 만나게 되는데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고민된다고도 했다.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는 어떻게 ‘팀워크’를 만들 것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 물론 이게 리더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뀐 2년을 따라잡으려면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리더가 이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우선 스스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안타깝고 미안한 얘기지만 조직은 그렇게 관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선 마음 급한 리더들이 ‘바로’ 시도할 수 있는 ‘원온원(1on1) 미팅’을 소개한다.
엔데믹은 또 다른 변화의 시작원온원 미팅은 말 그대로 리더와 구성원이 일대일로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시점, 즉 오랜만에 출근해 다들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때 이런 게 꼭 필요할까. 그렇다. 이유는 인간이 가진 ‘소속감’의 니즈를 충족시킬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재택근무가 끝나고 회사 출근이 많아진 지금 구성원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바깥에서 보기엔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휘둘려야 했던 구성원 관점에선 ‘또 다른 변화’일 뿐이다. 그래서 변화된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끔 리더가 도와줘야 한다.
그 방법이 개개인의 이슈를 듣고 함께 생각해 보는 원온원 미팅이다. 거창하게 조직 전체가 모여 워크숍을 기획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빠른 방법이 아닐까.
원온원 미팅을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면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은 ‘주제’다. 구성원과 마주 앉아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답은 없다. 조직의 상황이 어떤지, 리더와 구성원의 친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업무상 급박하게 챙겨야 할 이슈가 없는 조직의 리더라면 그리고 구성원과의 신뢰 관계가 높다면 취미나 건강 같은 사적인 내용으로 편하게 시작해도 된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조직의 리더가 ‘원온원 미팅에서 업무 얘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어’라며 초조한 마음을 숨기고 억지로 개인적 얘기를 하며 시간을 쓸 필요는 없다.
평소 친분 관계가 없다가 몇 달 만에 만나 어색한 사이에 갑자기 “요즘 건강 관리는 잘하고 있나요”라고 물을 필요도 없다.
회사는 어차피 일하러 모인 곳이니까. 그걸 잘해 내기 위한 주제로 시작하는 것도 상관없다.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무엇을 얘기하지’라는 고민은 미팅 시작만 늦출 뿐이다. 해야 하는 것이라면 어떤 얘기든 좋으니 당장 시작하자.
의미 있는 원온원 미팅이 되기 위해 리더가 고민해야 할 핵심은 ‘어떤 질문을 할까’다. 무엇을 얘기할지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들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끼나요”, “요즘 어떤 고민이 있어요”, “리더인 내가 어떤 것을 도와주면 좋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구성원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잘 들어주자. 이게 시작이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면 리더들은 “질문을 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직원은 어떻게 하나요”라고 되묻는다.
공감한다. 함께 생각해 보자. 리더의 질문에 왜 구성원이 답을 하지 않을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리더가 들어주지 않아서다.
A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 정도는 견뎌야 한다”고 말하고 B를 도와달라고 하면 “당장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답하는 리더에게 계속 말하고 싶은 구성원은 없다.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원온원 미팅을 잘하고 싶으면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말자. 일단 들어만 주는 것으로 시작해도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슬프게 들릴 수도 있지만 리더는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구성원이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을 만큼 리더에게 마음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리더가 ‘위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얘기할 만한 중간 관리자 혹은 동료가 있다면 그 직원과 일대일 상황에서 얘기를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얘기를 리더에게 알려 달라고 요청하자.
다만 이 절차는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래야 그 구성원이 ‘난 개인적 대화인 줄 알고 얘기한 것인데 리더가 다 알고 있다니’라는 황당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 들어주는 원온원 미팅을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선뜻 실행하지 못하는 리더들도 있다. 이유는 ‘불안해서’다. 구성원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떨 때 힘든지 등을 얘기할 텐데 이에 대해 리더로서 ‘속 시원한 답을 못 주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는 리더들이 생각보다 많다.
우선 무엇이라도 해 주려는 이런 리더의 마음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와 함께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구성원이 리더에게 회사와 관련한 여러 고민을 털어놓을 때 그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얼마나 할까. 미안하지만 ‘별로 하지 않는다’가 정답일 것이다. 다시 말해 ‘해결책’을 듣고 싶어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시각을 바꿔 생각해 보자. 리더가 상위 리더에게 ‘이렇게 바꾸면 좋겠습니다’라고 건의할 때 그 제안이 ‘무조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말하는가.
그렇지 않음에도 요청하는 이유는 ‘내가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알아 달라’는 사인을 보내는 것이다.
원온원 미팅에서 리더로서 해야 할 것은 그 신호를 ‘경청’을 통해 제대로 감지하고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주려는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은 잠시 내려놓고 ‘일단’ 시작부터 해 보자.
업무 챙기기도 바쁜 리더에게 원온원 미팅이라는 또 다른 ‘숙제’가 던져졌다. 쉽지 않은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기존에 해 보지 않았던, 그렇기에 노하우가 부족한 낯선 일인 것도 맞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그렇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자신도 처음이고 구성원도 처음인 것이니까 말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시도해 나갈 리더들에게 멀리서나마 진심으로 응원을 보낸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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