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산업의 주가 반등 대표적…넷플릭스·아마존 등 성장 기업 2분기 실적 증명이 중요
[머니 인사이트] 지금 주식 시장의 명확한 반등 이유는 없다. 걱정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오히려 설득력 있을 법하다. 기대감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조정의 깊이에 비해 아직은 반등의 폭이 미약해 그런 것인지 제법 강한 주가 반등이지만 거래량은 여전히 정체되고 있다. 주가 반등에도 아직은 추세적인 회복을 기대하는 시각이 적다는 뜻이다. 진부하지만 ‘악재에 시장이 무뎌졌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시기다.‘경기 침체’ 이슈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이 궁금한 것은 경기 침체 유무가 아니다. 금융 시장에서는 침체 자체보다 침체가 온다면 어떤 경기 침체일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그래야 더 인내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예전과 같은 구조적인 침체(예를 들면 디레버리징)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기 침체일지가 중요
경기 침체가 온다면 지금은 어디에 가까울가. ‘국내총생산(GDP)=C(소비)+ I(투자)+G(정부 지출)+NX(순수출)’의 공식으로 경기 침체의 원인을 단순화해 해석해 보면 두 가지 부류로 나뉠 듯하다. ‘소비(가계)’나 ‘투자(기업)’ 부문의 훼손이 나타날 경우다.
미국의 분기별 GDP 성장률 기여도를 도해해 보면 1970년대의 경기 침체는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인한 소비 부문의 충격이 원인이었고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 침체는 실물 충격보다 금융 충격에 가까웠다. 소비 부문의 훼손이 없었기 때문이다. 투자와 재고 부문의 조정이 있었을 뿐이다. 금융 위기는 원인이 복합적이었다. 소비를 비롯한 투자와 재고 부문의 전방위적인 위축이 장기간 이어졌고 그 트리거는 가계 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었다.
현재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순수출(NX)부문의 마이너스 기여도를 기록하며 기술적 경기 침체(technical recession)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장 소비(C)나 투자(I)의 급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차를 두고 소비 위축이 더해질지를 확인해야겠지만 1970년대와 같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유지돼 결국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거나 ‘부채’의 문제로 위기가 확산되는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1970년대와 2008년대식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기 시작한다면 경기 침체의 경로와 원인은 2000년에 가까울 수 있다. 이 경우 ‘짧은 경기 침체’다. 짧은 경기 침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시장의 회복력은 빨라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 이후 찾아오는 경기 침체의 깊이와 기간에 따라 주식 시장의 결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950년 이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인플레이션 고점 전후 주가 경로를 살펴보면 깊은 불황은 전고점 회복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반면 얕은 불황은 1년 미만의 기간이 필요했다.
최근 시장이 당장의 인플레이션 쇼크보다 실물 지표인 경제 지표, 기업 실적의 ‘선전’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금융주 실적에 대한 시장의 해석이 그렇다. 경기 침체 자체보다 경로를 따지는 것이 중요해졌고 역설적으로 깊은 경기 침체가 아닌 짧은 경기 침체의 근거가 필요한 시기다.
단기적 현상일지라도 지금 시장은 반등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소외 섹터였던 헬스케어의 반등이 글로벌 시장 공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주가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나스닥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그렇다. 반등의 관건은 ‘추가 후퇴’가 아닌 ‘성장 지속’에 대한 증명이다.
지난 조정의 경로를 복기해 보면 성장주 조정의 진짜 이유는 인플레이션발 금리 상승뿐만 아니라 성장(g)의 정체가 결정적이었다. 금리 상승을 상쇄할 만한 성장이 없다면 성장이 실망스러운 기업일수록 주가 하락 폭이 가팔랐다. 같은 성장주로 분류되지만 주가 하락 폭이 다른 이유를 생각해 보자. 예를 들면 넷플릭스와 테슬라다.
반등 환경은 조성, ‘숫자’가 관건
성장주는 올해 둘째 시험대에 들고 있다. 관건은 성장의 숫자를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 반등의 환경은 조성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산업은 시장의 걱정보다 선전하고 있다. 급격히 후퇴할 줄 알았던 온라인 침투율의 하락 추세가 멈추고 소폭의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6월 기준 미국 온라인 침투율(소매 판매 중 온라인 소비 비율 기준)은 17%대를(6월 현재 17.7%) 유지하고 있고 지난 5월 대비 가장 높게 성장한 부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적정 수준을 찾아간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1월 온라인 침투율이 14.2%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으로 레벨업된 상황이다. 어쩌면 지금이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온라인 침투율의 적정 수준이 아닐까 싶다.
이제 기업이 증명하는 일이 남았다. 분야는 다르지만 온라인 산업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두 기업인 넷플릭스(구독 경제)와 아마존(온라인 쇼핑 등)의 성장 지표는 2분기가 변곡점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수의 감소세가 일시적일지, 아마존은 온라인 사업 매출의 저점이 지난 1분기였는지를 확인하고자 할 듯하다.
한국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뚜렷한 이유 없는 반등은 없다. 종목별 대응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낙폭 과대 성장주’의 반등이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장의 상대적인 가치주는 ‘성장이 훼손되지 않은’ 낙폭 과대주이기 때문이다. 트레이딩 관점에서 조금은 포트폴리오의 위험 베타(beta)를 높여보자.
이진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성장주의 둘째 시험, 환경은 마련됐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