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브리핑 - 주민 수용성 고려한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계획
[ESG 리뷰]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규모화가 필수다. 그런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은 지역 기반의 소규모 분산 전원이라는 특징이 있다. 지역 곳곳에 발전소를 지으려면 경제성과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주민 수용성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핵심 요소다. 주민 수용성은 지역 주민이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주민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발전소 건설 계획을 실현하기 어렵고 짓더라도 잦은 ‘민원’으로 난처해지는 경우가 많다.한국의 초기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은 임대형, 현물·현금 제공형이 대부분이었다. 일반적 부동산 개발처럼 사업이 진행된 것이다. 예컨대 제주 가시리 풍력 발전은 도민에게 부지를 임대해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의 부지 임대형으로 세워졌고 영광 풍력 단지는 생산하는 전력 40MW 중 2MW를 지역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세워졌다. 철원 두루미 태양광 발전 사업은 마을회관 등을 지어 줬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지역 주민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거나 결과적으로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사업 이해도 높이는 주민 참여 모델
이와 달리 주민 참여 모델은 지역 주민을 발전 사업의 투자자로 참여하게 해 발전소의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독일이나 덴마크 등 재생에너지 선진국은 주민 참여 모델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규모가 늘어나면서 최근 주민 참여 모델이 급부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요 발전 관련 공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까지 신규로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유형을 조사한 결과 주민 참여형이 72%를 차지했다.
주민 참여형 사업 수도 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8년 한 개였던 주민 참여형 사업은 2019년 7개, 2020년 40개, 2021년 11월 기준 117개로 급증했다. 주민 참여형으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투자해 받은 이익은 1인당 월평균 300만원(연 8.5%), 1인당 연간 3500만원이다. 투자 방식에는 지분 출자형·채권형·펀드형 등이 있는데 해외는 지분 출자형이 더 많지만 한국은 주로 채권형으로 진행한다. 지분 투자를 하면 사업 리스크를 일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채권형은 사업에 문제가 생길 때 빠른 상환이 가능해 더 선호한다.
일부 주민 참여 사업은 한계도 지적된다. 예컨대 해남 솔라시도는 주민 참여형 모델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주민들이 직접 돈을 투자하는 대신 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에 사업자가 160억원의 대출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신안 태양광 발전소는 주민 투자가 아니라 대출로만 이뤄졌다는 한계가 있다.
태백 가덕산 풍력 발전은 주민이 직접 투자해 이익을 공유하는 대표적 사례다. 전체 사업비 1250억원 중 50억원을 주민들이 부담했다. 그중 17억원은 직접 투자, 33억원은 대출이다. 지역 주민 256명이 각자 10만~4000만원을 투자했다. 투자 수익률은 8.2% 수준이다. 1단계 사업은 주민 동의를 100% 받는 데까지 26개월이 걸렸지만 최근 진행 중인 2단계 사업은 4개월 만에 100% 동의가 끝났다. 주민 참여로 수용성이 개선된 것이다.
최근 각광받는 해상 풍력은 주민 참여 모델로 이뤄지고 있다. 해상 풍력은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어민까지 포함해야 하고 사업 규모도 훨씬 크다. 최근 덴마크 국영 발전사이자 글로벌 풍력 1위 기업인 오스테드가 인천 해상 풍력 사업을 주민 참여 모델로 추진 중이다. 주민 참여 모델은 시민 소득 증대, 지역 경제 활성화, 시민 참여 확대를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많은 이점이 있다.
[인터뷰]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지역 주민의 ‘에너지 리터러시’ 높여야 성공” - 왜 지역민의 수용성을 고려해야 하나.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이나 경제성은 최근 엄청나게 발전했다. 예를 들어 풍력 발전은 10년 전에는 한 지점에 2~3MW 발전기가 들어갔는데 최근에는 10~15MW가 들어간다. 10배 이상 효율이 향상된 것이다. 그런데 기술을 발전시켜도 지역에 발전소를 많이 짓지 않으면 사업이 크지 않는다. 풍력 발전 기술을 연구한 엔지니어로서 기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역 수용성이 발전소를 짓는 데 관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기술이 마음껏 발전할 수 있는 큰 시장을 만들어 주고 싶은 사명감으로 발전사·건설사와 협력하는 이익 공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 선진국과 비교해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할 때 차이가 있나.
“덴마크와 독일 등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할 때 반대하는 님비(NIMBY : Not In My Back Yard)가 아니라 핌피(PIMFY : 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이 생긴다. 처음부터 주민과 소통하고 사업을 예측 가능하게 진행하면서 피해 보상을 정당하게 해주고 발전소 이익도 공유하는 컨센서스가 있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하고 공정하게 이익을 나누면 이해도가 높아진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발전 사업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과 비슷하게 해왔다. 암암리에 현금 보상이나 현물(마을회관이나 복지 지설) 보상, 임대료 보상을 해주며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기업이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이 되면 예전과 같은 음성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 주민의 참여와 이익 공유 모델이 대두된 이유다. 이익 공유형은 사업자가 법적인 절차 안에서 피해를 보상하고 능동적으로 이익을 공유한다. 주민들은 직접 돈을 투자해 사업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다.”
- 현재 참여하는 사업에는 어떤 곳들이 있나.
“지금까지 30여 건의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참여했다.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업은 강원도와 코오롱글로벌, 태백시가 함께한 가덕산 풍력 발전이다. 현재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새만금은 군산 근방 3구역에 1차 모집을 완료했고 2차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비 4% 이상을 투자하면 주민 참여 모델로 인정받는데 이번엔 이 4% 중 주민 참여를 30% 정도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최근 영양 지역에서 풍력 사업도 진행 중이다.”
-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바람직한 주민 참여 모델은 뭔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 탄소를 저감하고(E) 사회적 효과를 내고(S) 많은 주민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G)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직접 투자하고 이익을 공유받는 사업이 돼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지역 주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에너지 리터러시(에너지 문해력)가 높아진 상황에서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외지인이 아닌 지역 주민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사업 혜택이 지역에 돌아간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92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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