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선정 2021년 최고의 과학책
오바마 행정부 에너지부 과학차관이 집필
스티븐 E. 쿠닌 지음 | 박설영 역 | 한국경제신문 | 2만2000원
지금과 같은 폭염이 과거에도 흔히 발생했다면, 현재 그린란드 대륙 빙하가 녹는 속도가 80년 전과 비슷하다면, 현실적으로 ‘탄소 제로’가 실현 불가능하다면….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이런 이야기는 기후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진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낯설다. 범람하는 기후 관련 정보들이 상당 부분 왜곡·과장돼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가 불타는 듯 뜨거워지고 있고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져 삶의 터전이 사라질 것이며 기후 변화 때문에 폭염·폭설·태풍이 폭증하고 있다. 우리가 지구를 망쳤다’는 게 이 시대의 상식이 됐다.
하지만 이 상식에는 오류가 가득하다. 지구는 불타고 있지 않고 해수면은 무섭게 상승하고 있지 않으며 폭염·폭설·태풍 역시 폭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러한 ‘믿음’이 유지되는 이유는 사람들의 공포심과 죄책감을 바탕으로 기후 변화 이슈를 끌어가려고 하는 여러 이해집단 때문이다. 긴 시간 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과학차관으로 일하며 에너지·기후 관련 정책을 맡았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후과학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유엔과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주요 평가 보고서에 실린 데이터와 그래프를 직접 해설하며 과학적 관점에서 기후 문제를 바라보길 권한다. 저자가 바라는 것은 대중과 기후과학의 간극을 좁히는 것, 그래서 기후 문제가 과학적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지구를, 나아가 우리 삶을 지키는 냉정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E. 쿠닌은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던 과학자이자 오바마 행정부 과학차관으로 일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계획을 준비하던 인물이다. 그 누구보다 ‘지구를 구하는 일’의 핵심 중추로 일하던 저자는 그 과정에서 현재의 기후과학이 학문적 완성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졌다.
지금까지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폭염·폭설·태풍 현상이 앞선 시대에도 비슷한 빈도로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현재 변화하는 기후가 인간의 활동보다 거대한 자연의 흐름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게다가 기후 모델들의 예측 결과가 서로 다르고 과거의 기후조차 재현해 내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점도 알게 됐다. 이 역시 ‘기후 위기론’의 과학적 근거가 빈약함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자연의 영향과 인간의 영향을 구별해 낼 능력이 없다는 판단에 이른다. 지구는 따뜻해지고 있지만 그게 인간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거대한 자연의 흐름 역시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아직 알 수 없다. 즉 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아직 지구의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뿐이다.
즉 ‘인간이 지구를 망쳤다’는 현 기후 위기설의 시각은 과장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기후학자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왜 침묵할까. 기후학자들이 과장과 왜곡을 방관하는 이유는 ‘공포심에 의지해서라도 조금이라도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어쨌든 좋은 게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다. 언론도 정치인도 환경 단체 역시 기후 이슈와 연결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위기감을 부풀려 간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기후학자들의 말이 맞지 않을까.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면 탄소라도 줄이며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저자는 과학적 태도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탄소 제로에만 집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발생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는데 에너지 수요가 오히려 늘고 있고 파리협약도 실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탄소 제로에 집착하기보다 ‘적응 전략’에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지구공학 기술도 발전시키자고 제안한다. 말로만 떠드는 탄소 제로 정책에서 벗어나 지금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논하는 것, 그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기후 변화 대응 방법이라는 것이다.
김정희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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