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구조 조정 전문 컨설팅 알바레즈앤마살코시라 김명철 대표

[인터뷰]
김명철 알바레즈앤마살코리아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김명철 알바레즈앤마살코리아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서부터 정리 해고 칼바람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들어 6월까지 전체 직원의 3%를 내보냈고 테슬라는 전체 인력의 10%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시가 총액 1위 기업인 애플 또한 인력 감축과 신규 채용 축소를 밝혔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전 세계 인력을 빨아들여 왔다. 하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선제적인 구조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선제적 구조 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알바레즈앤마살은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 뿌리를 둔 글로벌 구조 조정, 턴어라운드 전문 컨설팅 기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리만브러더스의 구조 조정과 함께 최고구조조정책임자(CRO : Chief Restructuring Officer)로서 임시 경영 임무를 수행했다. 월가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구조 조정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찾는 대표적인 회사다. 2013년 11월 설립된 알바레즈앤마살코리아는 구조 조정 컨설팅과 함께 인수·합병(M&A) 관련 자문, 사모펀드 자문, 기업 실적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알바레즈앤마살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김명철 대표는 해운·건설 등 아시아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 조정 전문가다. 김 대표를 만나 경기 침체의 시기 한국 기업들의 생존 전략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최근 경기 침체 공포가 심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어떤가요.

“글로벌 시장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 요인으로 인해 밀가루·니켈·비료 값 등 원자재 인상이 가속화하고 있어요. 특히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편인 만큼 기업들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들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내년에 있을 환경 변화를 예측하는 데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원가 절감’에 먼저 나서지 않으면 기업 경영은 물론 생존에도 위협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핵심 인력 현황과 운영 체계를 검토하는 등 미리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아니더라도 지난 3년여간의 장기화된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수출 실적이 높았던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컸죠. 수출길 자체가 막혀 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팬데믹 동안에는 경영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편입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쳤으니까요. 이 때문에 오히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스타트업들 가운데서도 기업 M&A나 신사업과 관련한 컨설팅 의뢰가 더 많았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훨씬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선제적 구조 조정’이 도움이 될까요.

“기업들은 앞으로 닥쳐올 혹독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경영진이 한시라도 빨리 기업의 역량을 파악하고 현금 흐름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물론이고 특히 수년간 넘치는 유동성에 수많은 투자를 받아 성장한 스타트업들은 현금 창출 능력이 미미한 곳이 많은데 앞으로는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보면 ‘선제적 구조 조정’이라는 표현보다는 ‘선제적 기업 성과 개선’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암수술을 해야 하는 단계까지 가기 전에 선제적으로 암을 예방하는 것처럼 실제 기업들이 구조 조정이라는 단계에 가기 전에 선제적으로 기업의 성과를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의 ‘선제적 성과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는 구조 조정이나 성과 개선 작업이라고 하면 ‘인력 감축’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와 같은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구조 조정은 결국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좋아지게 만드는 모든 행위를 포함합니다. 기업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인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구조 조정을 진행하거나 선제적으로 성과 개선 작업을 하는 이유는 ‘기업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을 계속 살아있게’ 만들기 위해서예요. 기업이 계속 살아남아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력’입니다. 사실 기업들도 기업 성과 개선을 진행하며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인원 감축을 하기 전 불안정함을 느낀 직원들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선제적 기업 성과 개선’을 고려 중인 기업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경영진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기업의 ‘내부 역량’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기업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세세하면서도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 파악입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경기 침체의 우려가 높아지는 시기에는 원가 절감을 비롯해 ‘보수적인 운영’이 필요합니다.”

-‘보수적인 운영’을 하면서도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가능한가요.

“’보수적인 운영’을 강조하는 것은 원가 절감 차원입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기업이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앞으로의 ‘비전’을 세우고 그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다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이 아니라 ‘기업 운영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게 중요하죠. 이 때문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과정에서 인재를 함부로 내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황에 따라 연봉 동결이나 보너스 조정과 같은 인력 관련 지출을 조정하는 방법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어려운 시기에도 핵심 인재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을 독려하거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내부 역량 파악, 원가 절감, 실적 개선을 위한 준비는 이를수록 좋지만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안 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기적인 실적 개선은 물론이고 기업 구성원들의 역량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장기적으로 기업 문화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실적과 구성원의 역량, 기업 문화가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

-알바레즈앤마살은 글로벌 구조 조정 전문 컨설팅 기업입니다. 차별화되는 서비스나 강점이 무엇인가요.

“컨설팅 진행 단계는 먼저 기업의 퍼포먼스 강화를 위한 ‘전략’을 세우게 됩니다. 그다음 전략을 수행하며 실질적인 운영 성과 개선에 나서게 되죠. 이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알바레즈앤마살의 강점은 ‘실행력’입니다. 기업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전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예측하지 못했던 어려움과 도전 과제들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는 경영진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직원과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뜻을 모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하고 전략을 실행하는 데 종종 차질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알바레즈앤마살은 이와 같은 전략 수행 과정에 직접 참여해 이해관계인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고 설득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알바레즈앤마살의 전문가가 직접 경영진으로 참여해 경영 정상화를 돕는 임시 경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조업 성과 혁신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맥킨지의 경영개 선 프로그램인 TOP(Total Operational Performance)를 한국에 최초로 도입하며 컨설팅업계에서 제조업 성과 혁신 전문가로 잘 알려진 유찬 박사를 영입했습니다.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일, 원가 절감, 품질 개선 등에서 굉장히 깊이 있는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유 박사의 합류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인재들을 영입하며 규모를 키우고 알바레즈앤마살에 필요한 전문 역량을 보충할 예정입니다. 한국 오피스의 규모를 계속 키워 나갈 예정입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