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과 공제 금액 상향 조정하고 ‘부득이한 2주택’ 구제

진정한 수혜자는 저가 주택과 지방 주택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 세법개정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 세법개정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7월 21일 2022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인세 인하 등 굵직한 내용도 많지만 부동산 시장과 가장 관련이 깊은 내용은 바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다.

종부세는 보유세로 구분되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조정 기능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부동산 시장, 특히 주택 시장이 과열되면 종부세율을 높여 주택 소유에 대한 의지를 꺾어 왔던 것이다.

종부세가 처음 시행된 것은 참여정부 때다. 종부세가 처음 부과됐던 2005년 당시로는 재산세에 비해 상당히 높은 세율인 1~3%로 정해졌지만 시장의 반발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공시가 9억원 이상 소유자에게만 인별 과세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어도 종부세 부과 대상은 되지 않았다. 지금보다 집값이 쌌던 이유도 있지만 시세 대비 공시가의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때 첫 도입된 종합부동산세
하지만 2006년 8·31 대책을 통해 종부세는 상당히 강화됐다. 인별로 과세됐던 것이 가구별로 합산 과세됐고 부과 기준도 공시가 6억원 이상으로 대폭 강화됐다. 강남권에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만 가지고 있어도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던 것이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11월 종부세 가구별 합산이 위헌 판결 나면서 인별 과세로 되돌아 가게 됐다. 부과 기준은 참여정부 때와 같이 공시가 6억원 이상이었지만 부과 기준이 가구별에서 인별 기준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부부 공동 명의의 경우 공시가 12억원까지는 종부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단독 명의 3억원의 추가 공제를 적용해 공시가 9억원 이상부터 종부세가 부과됐다. 세율도 참여정부 때보다 훨씬 완화된 0.5~2.0%가 적용됐다.
‘집값 양극화’ 줄여줄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이런 종부세 부과 기준은 문재인 정부 초기까지 이어지다가 2018년의 9·13 대책과 2020년 7·10 대책에 따라 종부세가 대폭 강화됐다. 예전과 달리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 이상 소유자(비조정지역의 3주택 이상 소유자)는 최하 1.2%에서 최대 6.0%의 종부세를 매년 납부하게 됐다. 반면 1주택 소유자(비조정지역의 2주택 소유자)는 최하 0.6%에서 최대 3.0%의 종부세가 적용됐다. 1주택자는 참여정부 수준의 세율이지만 다주택자는 그보다 두 배 이상의 세율을 적용한 것이다.

종부세로 다주택자를 압박해 시중에 매물이 쏟아지게 해 집값을 잡으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하기는 하는데 지방의 저가 주택부터 처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저가 주택 여러 채를 처분한 자금으로 고가 주택 한 채를 사는 소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투자 붐을 일으켰던 것이다.

물론 이런 흐름은 종부세 과세 때문만은 아니고 그 당시 극성을 부렸던 양도세 중과 제도와 맞물려 위력을 더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 역대급 양극화가 벌어진 것이다. 5분위에 해당하는 고가 주택 평균 가격을 1분위에 해당하는 저가 주택 평균 가격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 문재인 정부 출범 때인 2017년 5월에는 4.7에 불과했지만 5년이 지난 2022년 5월에는 10.1까지 올라갔다. 예전에는 고가 주택 1채를 팔아도 저가 주택 5채를 살 수 없었지만 지금은 10채를 사고도 남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번 세제 개편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 규정이 완전히 폐지됐다. 주택 수가 아니라 재산가액 기준으로만 종부세가 부과된 것이다. 세율도0.5%~2.7%로 소폭 인하됐다. 이명박 정부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참여정부 수준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조정된 것이다.



종부세율뿐만 아니라 종부세 기본 공제 금액도 상향 조정됐다. 기존에는 다주택자는 6억원, 1가구 1주택자는 11억원이었는데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는 각각 9억원과 12억원으로 공제 금액이 늘어났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5억2530만원 정도였던 2008년 말에도 종부세 부과 기준이 9억원이었는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2억8058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오른 현시점에도 12억원이라는 점에서는 미흡한 면이 있지만 어느 정도 현실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사 · 상속 등으로 인한 일시 2주택자 구제
‘집값 양극화’ 줄여줄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또 이번 세제 개편에서 바람직한 개편이 몇 개가 추가됐다. 이사의 목적으로 일시적 1가구 2주택이 된 사람은 양도소득세나 취득세를 1주택자로 취급해 세 부담이 적었지만 그동안 종부세만은 2주택으로 취급해 세금 부담이 컸다. 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취득세 기준과 같이) 신규 주택 취득 후 2년 이내에 종전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는 1주택자로 취급하게 됐다.

이런 혜택은 상속 주택에도 적용된다. 상속 주택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2주택자가 된 경우이기 때문에 상속 개시일로부터 5년 이내에 처분하면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공시 가격이 3억원 이하인 지방 저가 주택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지방에 있는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 저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도 종전에는 다주택자의 불이익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1주택자의 지방 소재 저가 주택은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세제 개편안은 1주택자에 대한 완화도 있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 효과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부득이하게 다주택자가 된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구제해 줬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개편이다.

물론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완화가 부자 감세가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나 문재인 정부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은 시장에서 ‘양극화의 심화’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종부세 세제 개편은 양극화에 대한 압력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번 세제 개편안의 진정한 수혜자는 (부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고가 주택이 아니라 저가 주택,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수도권 소재 주택이 아니라 지방 소재 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