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전함에서 항공모함으로 해양 전력 중심 이동…모함의 미사일 타격 막기 위해 ‘신의 방패’ 이지스함 등장
[비즈포커스]이지스함은 고성능 레이더와 중장거리 대공 미사일을 갖춰 대공·대함 기능을 모두 갖춘 ‘이지스(aegis) 전투 체계’를 탑재한 군함이다. 이지스 전투 체계 시스템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은 한 척만 있어도 여러 척의 항공기와 전함·미사일·잠수함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다. 이지스 구축함을 두고 ‘신의 방패’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유다.
실제로 이지스라는 명칭 또한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가 자신의 딸 아테나에게 준 방패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지스 방패는 메두사의 머리가 새겨져 있어 눈이 마주친 적을 모두 돌로 바꿔 버린다. 적의 공격 의지 자체를 무력화하는 최강의 공격 무기이자 방패인 셈이다.
이지스함이 등장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과거 서구 열방 국가들은 영토를 넓히기 위해 군함 개발에 주력해 왔다.
이때 핵심 무기는 함포였다. 얼마나 좋은 화력을 가진 함포를 보유했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갈렸다. 전함의 역사를 들여다봤다.
항모 앞에 무릎 꿇은 일본의 자존심 야마토
먼 과거의 얘기이긴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해상 전투에서 거북선을 활용해 적은 병력으로 일본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도 더 뛰어난 함포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19세기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노선으로 유럽의 수많은 국가들을 비롯해 미국·일본 등은 더 많은 함포를 배치하기 위한 군함 건조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바다의 요새’라고 불렸던 초거대 전함을 탄생하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바다를 누볐던 독일의 초거대 전함 비스마르크, 미국의 미주리, 일본의 야마토 등이 대표 격이다. 하지만 초거대 전함의 역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남긴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더 이상 전함이 해상 전투의 핵심이 전함이 아닌 전투기를 실어 나르는 항공모함이라는 것이었다.
작전 반경이 넓은 데다가 하늘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전투기를 활용한 항공모함의 공격 앞에서 야마토 등 수많은 전함들이 힘도 못 쓰고 무릎을 꿇고 만다.
막강한 화력을 가졌지만 초거대 전함의 함포로는 빠른 전투기의 비행 속력을 추격해 요격하는 것이 어려웠다. 전투기의 폭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불에 제2차 세계대전 종식과 함께 초거대 전함들은 하나둘 사라지게 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한 전함으로 평가받았던 일본의 야마토함 역시 미국의 항공모함에 의해 침몰하고 만다. 이처럼 미국은 막강한 항공모함을 앞세워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영원한 강자는 없다. 한때 무결점으로 보였던 항공모함도 마찬가지였다. 미사일 기술의 발전으로 이내 취약성을 드러내고 만다.
계기는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이 맞붙게 된 신냉전 시대다. 일찌감치 항공모함의 중요성을 깨달은 미국은 항공모함에 탑재된 전투기를 앞세워 사실상 전 세계 해상을 장악했다. 어떤 전함도 미국 항공모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전투기의 기동성과 넒은 작전 반경을 활용해 신속한 공격과 방어가 가능했다. 항공모함의 전투력은 짧은 사거리의 함포를 갖고 있는 전함에 비할 바가 못 됐다.1993년 막을 연 이지스함 시대소련은 어떻게 하면 미국의 항공모함을 무찌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미국의 항공모함 전력이 워낙 압도적이라 같은 항공모함만으로는 이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 대신 대함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키기로 결정한다. 순항 미사일을 통해 미 항공모함의 발목을 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개발에 전력을 기울인 배경이다.
소련은 끊임없이 대함 미사일 개발에 몰두했고 실제로 소련의 미사일 성능은 엄청난 진전을 보였다. 10~20m의 낮은 고도로 비행해 뛰어난 성능의 대공 레이더를 가진 함정이라고 포착하기 어려울 정도의 순항 미사일이 속속 등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항공모함에 위협이 되는 미사일 개발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그 결과 모든 해상 전장 환경에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전투 체계 개발을 시작했고 이것이 바로 이지스 전투 체계 탄생으로 이어졌다. 자체적인 공격뿐만 아니란 미사일 요격까지 갖춘 이지스 전투 체계는 무려 13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1983년 비로소 완성했다.
첫 이지스함은 레이더의 크기가 무거워 크기가 큰 순양함 형식으로 제작됐다. 현재 주를 이루고 있는 구축함 형태의 이지스함은 1993년 처음 등장했다.
미국의 ‘알레이 버크(USS Arleigh Burke(DDG-51)’와 함께 본격적으로 이지스함의 역사가 시작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이지스 전투 체계 시스템은 미국의 최대 군수 업체인 록히드마틴이 1983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한국의 이지스함도 마찬가지다. 이를 건조한 것은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등 한국의 조선 업체지만 핵심인 전투 시스템은 록히드마틴에서 구매해 탑재했다.
록히드마틴은 단순히 이지스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꾸준하게 업그레이드하며 이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
그 덕분에 이지스함 전투 체계 시스템은 첫 개발한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최강의 군함으로 평가받는다.
한국도 이지스함을 순수 한국 기술로 대체하기 위한 사업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공을 들이고 있는 KDDX 사업은 순수 한국 기술로 이지스함을 뛰어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030년까지 6000톤급 KDDX 6척을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격은 척당 약 1조2000억원이다. 약 7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여기에 투입된다.
한화시스템은 그동안 축적해 온 경험·실적·기술력으로 KDDX 사업 성공의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미 한화시스템은 3000톤급 잠수함 장보고-3의 전투 체계를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호위함급 전투 체계를 필리핀에 수출할 정도로 고도화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돋보기
최강의 이지스함 미국 ‘줌월트’ 현존하는 이지스함 가운데 가장 강력한 함정으로 평가받는 것은 미국의 줌월트급 이지스함이다. 스텔스기를 연상케 하는 외관의 이지스함은 2012년 미국의 ‘이지스 현대화(AMOD)’ 전략에 의해 만들어지게 됐다. 배경은 이렇다. 북한과 이란 등 제 3세계 국가의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등의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 개발 등이 새로운 위협 요소로 떠오르면서 여기에 맞춰 더 강화된 이지스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마침내 2016년 10월 이 함정을 위역해 현재 전 세계 해역을 누비고 있다. 줌월트급 구축함은 레이더에 작은 어선 크기로만 보이도록 하는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레이저와 같은 차원이 다른 최신포를 장착해 해상의 최강자로 불린다. 가격도 기존 이지스함보다 훨씬 비싸다. 한 척을 만드는 데 5조원이 들어간다. 미 해군은 현재 1척의 줌월트급 이지스함을 보유 중인데 향후 3척까지 이를 늘릴 예정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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