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자키 테라사이클 CEO
팬데믹으로 인한 생활방식의 변화, 쓰레기양 폭증….환경과 수익 모두 잡는 ‘재활용 산업’

톰 자키 테라사이클 CEO. 사진=테라사이ㄹ
톰 자키 테라사이클 CEO. 사진=테라사이ㄹ
다 쓴 페트병으로 둘러쳐진 사무실 내에서는 대표와 직원의 회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앉아 있는 책상 또한 평범치 않다. 폐기된 냉장고를 잘라내어 커다란 회의 책상을 만들고 다리는 와인통을 그대로 활용했다. “쓰레기라는 생각을 없애자(Eliminating the idea of waste)”라는 테라사이클의 철학을 대표실에서부터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쓰고 버린 냉장고도, 빈 병만 남은 페트병도 ‘쓰레기’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재료’로 바라본다면, 우리가 살면서 만들어내는 이 수많은 쓰레기의 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테라사이클은 폐기물 수집 및 재활용, 재사용 산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테스코, 코카콜라 등 500여곳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며 ‘순환 경제 모델’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테라사이클을 이끌고 있는 톰 자키 CEO는 UN, 세계 경제 포럼(WEF) 등 다양한 국제기관으로부터 사회, 환경 및 비즈니스 분야에서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순환 경제와 관련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글로벌 리더로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 2019년 테라사이클의 자회사인 ‘룹(Loop)’의 출범을 밝힌 곳 또한 세계 경제 포럼(WEF) 이었다. 룹은 네슬레, 유니레버 등의 글로벌 기업들과 손을 잡고,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제품의 용기 등을 ‘재사용’하는 플랫폼이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판매한 뒤 빈병을 수거하면, 룹이 이 빈병들을 깨끗하게 세척한 뒤 다시 재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에게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재사용을 기반으로 한 ‘순환 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구축하기 위한 도전인 셈이다.

지난 7월26일 미국에 위치한 테라사이클 본사를 찾아 톰 자키 CEO를 만났다. ‘쓰레기’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하며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그로부터 코로나19 이후 심각해진 쓰레기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톰 자키 CEO는 “쓰레기 재활용이 단지 환경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매우 큰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분야”라며 “특히 한국은 이 분야에서 잠재력이 매우 큰 대표적인 나라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등으로 인한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요.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모두 다 알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와 같은 PPE 쓰레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일상생활로 인해 PPE뿐 아니라 전반적인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고 있다는 데 있어요.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전과 비교해 대략 30% 정도 쓰레기가 늘었다고 합니다.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 이유가 가장 큽니다. 배달 음식이 늘어난 데다 위생을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 또한 늘고 있죠. 문제는 이와 같은 쓰레기들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처리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매일매일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생산되고 있지만 정작 서울의 길거리는 깨끗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는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

-재활용으로 ‘쓰레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요.

“재활용이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활용만으로는 부족하죠. 테라사이클이 재활용과 재사용,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삶의 방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순환 경제’로의 이전이에요. 현재 대부분의 쓰레기는 땅에 매립되거나 소각됩니다. 이는 유독가스를 만들어내서 환경적으로도 매우 안 좋을 뿐 아니라, 물건을 한번 생산한 뒤 버리고 이를 처리하는 ‘단선형 경제(linear economy)’에 기반하고 있어요. 한번 만들어진 제품을 다시 순환시켜 재사용하는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로 넘어가야합니다. 재활용과 재사용을 강조하는 이유죠. 아무리 친환경적인 소각 기술 등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재활용, 재사용과 같은 ‘순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환경적으로도 좋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현재 PPE를 재활용하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한가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PPE 쓰레기 양이 대폭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소각됩니다. 재활용되는 비율은 매우 적죠. 우선 재활용을 위한 비용 문제가 크지만, 그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활용 업체들 가운데서도 공장의 문을 닫은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에요.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쓰레기 자체가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른 거죠. 테라사이클은 일반적으로 ‘재활용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재활용하기 위한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PPE도 그 중 하나고요. 수거되는 PPE 제품들 거의 대부분을 재활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현재 ‘제로 웨이스크 박스’를 통해 PPE 쓰레기를 수거 중입니다. 소비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전략이 있나요.

“코로나19 이후 긍정적인 것은 환경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그 보다 어린 세대들의 경우 환경 문제에 매우 예민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재활용 가능하도록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는 건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이죠. 테라사이클은 이 작업을 가장 손쉽게 해결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따로 제품을 씻거나 소재를 구별해 분리하는 과정이 필요없이, 그저 쓰레기통 대신 ‘제로 웨이스트 박스’에 다 쓴 제품을 던져두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가장 편한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 쓰레기 수거 단계에서는 가장 중요합니다.”

-전 세계 500여곳이 넘는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들이 테라사이클과 손을 잡고 ‘재활용’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분명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업들 또한 포장 용기 등의 재활용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겁니다. 기업의 평판과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특히 최근에는 국제적으로도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기업들 또한 이와 같은 규제에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죠.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재활용 사업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쓰레기 재활용과 재산업에 ‘큰 기회’가 숨어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먼저 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그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쓰레기 양과 비교해 아직까지 재활용되는 비율은 적은 편이에요. 다시 말해, 재활용 가능한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는 얘기죠. 그 여지만큼 사업 기회 또한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활용 뿐 아니라 재사용 등에서 특히 큰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저희가 론칭한 룹이 대표적인 사례이고요. 현재까지 점점 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재사용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 생산량이 많은 국가 중 하나에요. 그만큼 재활용 산업 또한 발달해 있기도 하고요. 국제적으로도 글로벌 재활용 산업에서 성장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더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환경을 위한 일을 하며 ‘수익’까지 낼 수 있는 재활용, 재사용 분야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PPE로 심각해진 쓰레기 문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교육과 규제 등 모든 문제가 다 중요하죠. 최근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요.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슈들이 뒤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먼저 달라져야, 기업들 또한 그에 맞춰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PPE도 마찬가지에요.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 PPE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PPE를 재활용 가능하도록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 또한 PPE를 재활용 가능한 제품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먼저겠죠.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7살인데 학교에서 환경 관련 교육을 받을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재활용과 분리수거에요. 재활용이 그만큼 효율적인 교육 방법이라는 얘기죠. 가장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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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뉴욕)=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