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점·스튜디오·의료 체인까지 줄줄이 매수…압도적 클라우드 시장점유율 ‘더 높인다’
[글로벌 현장] 제프 베이조스가 미국 워싱턴 주 벨뷰의 한 창고에서 온라인 서점 아마존을 창업한 것은 1994년이었다. 창업 30년도 안 돼 아마존은 세계 최대 소매 체인은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 스트리밍,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선두권을 거머쥐고 있다.아마존의 ‘문어발’식 확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각 부문에서 단숨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비결이다.
“아이로봇 통해 소비자 로봇 기술 대폭 강화”
아마존은 8월 초 로봇 청소기 업체인 아이로봇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총 17억 달러로, 전액 현금을 주고 부채까지 매입하는 방식이다.
1990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들이 공동 창업한 아이로봇은 로봇 청소기 ‘룸바’로 잘 알려진 업체다. 로봇 걸레와 수영장 청소기도 시판 중이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발생 후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공급망 제한이 발목을 잡았다. 아이로봇의 올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돈 이유다. 2분기 주당순이익(EPS)은 35센트 적자였다. 매출은 2억554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0% 급감했다. 북미·유럽·중동·아프리카 등지에서 주문 감소와 취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로봇이 “전체 인력의 10%인 140여 명을 감원해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아마존은 아이로봇의 실적 저하를 오히려 저가 인수 기회로 삼았다.
아마존은 로봇 기술 개발에 열을 올려 왔다. 2012년 물류 자동화 기업인 키바시스템을 인수해 아마존 로보틱스로 이름을 바꿨다. 작년엔 개인 비서 로봇 ‘아스트로(Astro)’를 공개했다. 대당 1500달러다.
이번 아이로봇 인수는 아마존의 최근 대형 M&A 중에선 넷째로 꼽힌다. 2017년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를 137억 달러에 인수했다. 자사 유료 회원인 프라임 고객을 대상으로 일부 식품 가격을 깎아 주는 등 공동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작년엔 영화 제작·배급사인 MGM스튜디오를 84억5000만 달러에 사들인다고 발표한 뒤 올해 3월 마무리 지었다.
지난 7월에는 1차 의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원메디컬을 39억 달러에 인수했다. 원메디컬 인수는 아마존의 본격적인 헬스 케어 사업 진출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원메디컬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 내 진료 체인점은 188곳이다. 오프라인은 물론 다양한 원격 진료에도 나서고 있다. 원메디컬 회원 수는 77만 명이다.
아마존은 수년 전부터 헬스 케어 사업 확대를 준비해 왔다. 2018년 온라인 약국인 필팩을 7억5300만 달러에 인수한 후다. 2020년엔 온라인 처방 서비스인 ‘아마존 파머시’도 개시했다.
시장에선 아마존이 원격 진료 서비스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가 갖고 있는 원격 관련 기술을 원메디컬에 접목할 것이란 얘기다. AI 비서인 알렉사를 통해 의사와 상담하도록 해주고 홀푸드에서 영양식을 배달하는 한편 아마존 파머시에선 처방전을 배송해 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올 2분기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 실적 시즌에 시장이 주목했던 것은 아마존의 광고 실적이었다. 메타·핀터레스트·스냅 등 광고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줄줄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달랐다.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도 강자로 발돋움했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시장 조사 업체인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아마존의 2분기 광고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8% 급증(총 87억6000만 달러)했다. 광고 매출 증가율만 보면 구글(12%), 핀터레스트(9%), 메타(-1.5%), 트위터(2%) 등을 압도했다. 트위터와 스냅 광고 매출을 합한 규모의 4배 수준이다. 미국 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구글 메타에 이어 확고한 3위로 올라섰다.
아마존은 “3분기 광고 매출 증가율이 작년 동기 대비 13~17%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앤드루 립스먼 인사이더 인텔리전스 분석가는 “광고 부문이 아마존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아마존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도 거물”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해 입점사들이 소비자를 특정해 광고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6월엔 광고주를 위한 실시간 분석 프로그램인 ‘마케팅 스트림’을 선보였다. 별도로 프라임 비디오 등 콘텐츠 제공 업체로서, 미국프로풋볼(NFL) 중계권도 확보했다.
촘촘한 물류망…당일 배송 서비스도 도입
아마존은 8월부터 미국 내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면 한반도 면적의 43배나 되는 미국에서 당일 배송이 가능하게 됐다는 얘기다.
당장 모든 곳에서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애틀랜타·시카고·댈러스·라스베이거스·시애틀·워싱턴D.C. 등 10개 대도시에서 먼저다. 이 지역 프라임 회원들이 아마존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에서 의류 등을 구매하면 당일 받아볼 수 있다. 총액 기준 25달러 이상이면 배송비가 무료다. 그 이하면 약간의 배송비(2.99달러)를 내야 한다. 점심 이전에만 주문하면 당일 밤 9시까지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은 “당일 배송이 가능한 매장과 도시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게 가능해진 것은 아마존의 대규모 투자 덕분이다. 팬데믹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촘촘한 풀필먼트센터 등을 구축해 왔다. 배송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하려는 취지에서다.
투자회사 R5캐피털의 스콧 머시킨 분석가는 “경쟁사들이 복제할 수 없는 유통·물류 네트워크를 아마존은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빠른 배송 서비스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은 아마존 멤버십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필수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의 유료 회원은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이다. 아마존은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지만 수익성을 책임지는 것은 클라우드 서비스다. 클라우드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비율은 60%가 넘는다. 더구나 클라우드 부문의 이익률은 매년 급증세다.
아마존은 올 2분기에 2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클라우드 부문만큼은 성공적이었다. 특히 AWS 매출이 197억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3%나 늘었다.
AWS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분기 기준 34%로, 단연 1위였다.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21%)와 3위 구글 클라우드(10%)를 큰 차이로 앞섰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투자를 더욱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내 대표적인 ‘문어발’ 아마존의 자회사는 수십여 개다. 자율 주행차 기업인 죽스, 위성 인터넷 업체 쿠이퍼시스템, 컴퓨터 연구·개발(R&D) 기업 아마존 랩126 등이 대표적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와 보안 장비 업체 링, 영상 데이터베이스 기업 IMDb 등도 있다. 대부분 M&A한 기업이다.
작년 세계 최대 소매·배송 업체 타이틀을 거머쥔 아마존의 행보가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다.
뉴욕(미국)=조재길 한국경제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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