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때도 활용되는 브랜드 가치 평가
가격·품질보다 감성·디자인 가치가 클수록 ‘브랜드 역할력’ 커져

[브랜드 인사이트]
디올 레이디 디라이트 까나쥬 자수 가방. 사진=디올 제공
디올 레이디 디라이트 까나쥬 자수 가방. 사진=디올 제공
‘과연 이 상품에서 생산 비용을 비롯한 원가는 얼마일까. 그리고 이 브랜드이기 때문에 붙는 프리미엄은 얼마일까.’ 누구나 물건을 살 때 한 번쯤 품어볼 만한 의문이다. 이 의문은 사실 ‘브랜드 역할력(role of brand)’과 관련된 이야기다.

브랜드 역할력은 브랜드 가치의 구성 요소 중 하나다. 브랜드 역할력을 포함한 브랜드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 자산에 속하기 때문에 그것을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시도들이 다양하게 있어 왔고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인터브랜드는 브랜드 가치 평가의 체계적 방법론을 적용해 오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브랜드 역할력 70% 달해

인터브랜드가 매년 발표하는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Best Global Brands)에 따르면 전 세계 브랜드 가치 톱100 브랜드 중 럭셔리 브랜드들의 평균 브랜드 역할력은 70%에 육박한다. 브랜드 역할력은 상품을 구매할 때 브랜드의 영향을 받는 정도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시장 내 다른 대안들 중 특정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소비자를 이끄는 브랜드의 기여도를 의미한다. 명품 가방을 산다고 가정할 때 브랜드의 무형 가치가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70%라는 의미다.

브랜드 역할력은 업종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주유소 브랜드의 브랜드 역할력은 약 20%로 럭셔리 브랜드와 확연히 대조된다. 사람들이 주유소를 선택하는 기준은 주로 가격이다. 주유소 브랜드보다 가격이라는 기능적 요소에 의해 의사 결정이 내려진다.

이것은 에너지 업종의 브랜드 역할력이 낮다는 뜻이다. 금융업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은행을 선택할 때도 은행의 브랜드보다 이자율의 상대적 비교 결과가 더 중요하다.

소비자의 판단이 기능적 요소보다 감성적 요소들에 의해 좌우될수록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존도는 높아진다. ‘가격’, ‘품질’과 같은 기능적 요소보다 ‘브랜드 감성’, ‘디자인’과 같은 감성적 요소가 더욱 중요한 카테고리일수록 브랜드 역할력이 커진다.

나아가 기능적 요소가 상향 평준화돼 가는 지금 시대는 감성적인 이끌림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성이 더욱 강해진다.

마치 브랜드 역할력이 높은 브랜드는 고객의 눈에 콘택트렌즈 대신 ‘하트 렌즈(heart lens)’를 장착하도록 한 것과 같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면 흔히 ‘눈에서 하트가 나온다’라고 표현하는데 브랜드 역할력이 높은 브랜드일수록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열렬히 지지하고 좋아하게 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같은 품질 수준을 지닌 브랜드 중에서도 감성적으로 이끌리는 브랜드를 결국 선택한다.

브랜드 강도·무형 자산 창출 이익도 핵심 평가 요소

면밀한 브랜드 가치 평가를 위해 브랜드 역할력 이외에 고려하는 사항들이 있다. ‘브랜드 강도(brand strength)’와 ‘무형 자산 창출 이익’이다.

브랜드 강도는 경쟁 브랜드 대비 시장에서의 상대적인 파워를 의미한다. 브랜드 강도가 높을수록 경쟁사의 움직임, 경영 환경의 변화 혹은 소비자 행동 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확률이 높다. 브랜드 강도가 강력한 브랜드는 미래에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더 큰 가능성을 가진다.

브랜드 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 강도 지표는 3개의 요소로 구성된다. ‘리더십(leadership)’,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렐러번스(relevance)’가 그것이다. 그중 리더십은 내부적 요소이고 인게이지먼트와 렐러번스는 외부적 요소다.

내부적 요소는 해당 브랜드가 얼마나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요소다. 반면 외부적 요소는 해당 브랜드가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 내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과 관련돼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브랜드 강도의 내부적 요소인 리더십의 카테고리는 △브랜드의 미래 지향점이 명확하게 설정돼 있는가(direction) △브랜드 지향점에 나아가기 위한 일관된 시스템과 마인드셋이 구축돼 있는가(alignment) △고객의 니즈를 풍부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돕고자 하는가(empathy) △기민하게 조직과 서비스를 개선시키는가(agility) 등 4가지 세부 지표를 가진다.

외부적 요소인 인게이지먼트 카테고리는 △고유의 브랜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가(distinctiveness)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가(coherence) △고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만들어 내는가(participation)의 3가지 세부 지표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렐러번스의 세부 지표는 △고객이 브랜드를 얼마나 인지하는가(presence) △고객에게 진실된 신뢰를 제공하는가(trust) △고객이 얼마나 감정적·자기표현적·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느낌을 브랜드에 투영하는가(affinity)와 같이 고객 인식의 경험을 시간순으로 나타낸다.

아마존, 홀푸드 인수가의 70%를 무형 자산으로 산정

무형 자산 창출 이익은 뭘까. 인터브랜드는 무형 자산 창출 이익을 산출하기 위해 브랜드가 창출한 세후 영업이익 중 무형 이익만을 추출한다.

영업이익에서 재고 자산, 매출 채권과 같은 유형 자산을 제외하는 산정 방식이다. 무형 이익을 구하는 과정은 유형 이익에 기반한다. 결국 비즈니스의 유형적 성장과 브랜드라는 무형 가치의 성장은 연관성을 갖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홀푸드를 137억 달러(약 15조 5600억원)에 인수했는데 그중 약 70%에 가까운 금액은 ‘영업권’으로 지불된 것이었다. 영업권은 무형 자산에 해당한다. 매장을 포함한 실제 자산을 구매하는데 30%의 금액이 사용됐고 나머지 70%는 미래의 무형적 성장 가능성을 구매하는 데 사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무형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진행 시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통해 피인수 브랜드의 가치 평가를 진행하며 인수 대상자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그 예다.

기업의 M&A와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브랜드 가치 평가는 성장 의지를 지닌 모든 브랜드에게 필요하다. 브랜드 가치 평가를 통해 결국 브랜드가 어느 지점에서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할 것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드 강도에 대해 경쟁사 대비 점수 진단 및 향후 핵심성과지표(KPI)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 강도 향상은 결국 브랜드 역할력, 브랜드 재무적 성과를 연쇄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디스팅티브니스(distinctiveness)’라는 브랜드 강도 항목이 경쟁사 대비 낮게 평가됐다면 브랜드 차별성에 위협 요인이 존재하는 것이며 소비자 니즈 기반의 브랜드 속성 보완이라는 전략적 개선점을 도출할 수 있다. 이런 보완이 이뤄진다면 브랜드 역할력의 증대, 나아가 유형적 자산의 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다.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매년 브랜드 가치를 KPI로 트래킹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브랜드 가치 평가의 진정한 의미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
민경찬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민경찬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민경찬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