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급락 이후 최근 급반등…테슬라, 애플 등의 호실적 이끈 ‘팬덤의 힘’
[비즈니스 포커스] 테슬라(157억 달러)와 애플(55억 달러), 엔비디아(26억 달러), 알파벳(24억 달러)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23억 달러). 8월 15일 기준 현재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이다.지난 상반기 서학개미들은 믿었던 빅테크주의 추락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불과 석 달 만에 나스닥이 20% 가까이 급락했다. 물론 1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락에도 불구하고 ‘빅테크주’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믿음은 꺾이지 않았다. 주식 시장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테슬라와 애플 같은 빅테크 대장주들이 ‘최후의 보루’가 돼 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오히려 서학개미들은 주가 하락을 매수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 빅테크주들이 크게 폭락했던 지난 2분기(4~6월) 사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테슬라·엔비디아·애플·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 등이었다.
한국 투자자들의 ‘빅테크 사랑’이 보답을 받을 수 있을까. 최근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테슬라와 애플 등 테크 공룡들의 주가가 반등하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등 궤도 올라선 테슬라·애플…삼성전자보다 나은 선택?
월스트리트저널 지난 6월 8일 “지난 10년간 증시를 지배해 왔던 빅테크주들의 시대가 끝났다”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정보기술(IT) 섹터지수는 2022년 들어 6월까지 19% 하락한 상황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졌고 투자 심리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지난 2년간의 팬데믹(감영병의 세계적 유행) 기간 동안 랠리를 이끌었던 빅테크주들은 급락했다. 세계적인 공급망의 불안도 빅테크주의 급락을 부추겼다. 올해 5월 5일부터 사흘 동안 테슬라(1990억 달러)와 마이크로소프트(1890억 달러)를 포함해 미국 주식 시장에서 사라진 주요 빅테크주들의 시장 가치만 1조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7월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분위기를 바꿨다.
지난 5월 6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테슬라는 8월 15일 기준 927.69 달러(종가 기준)까지 회복하며 ‘천슬라’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한 번 높아지고 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40%를 넘어선다. 애플은 지난 6월 13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8월 15일 173.19달러로 올라섰다. 두 달여 만에 약 30% 상승했다.
테슬라와 애플에 비해 상승세가 약하긴 하지만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지난 5월 105.81달러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8월 15일 122.08달러까지 반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6월 242.26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8월 15일 293.47달러로 20% 이상 뛰어올랐다. 5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그리며 7월 초 145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엔비디아 또한 최근 반등에 성공하며 190달러 선을 회복했다.
빅테크의 반등은 지난 6월 중순 1만600 선까지 미끄러졌던 나스닥지수를 1만3000까지 끌어올렸다.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의 주가는 7월 초 최저 대비 8%대 상승에 그쳤다. 지난 5월 6만7000원대에서 거래되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7월 초 5만6200원(7월 1일)까지 급락한 이후 최근 6만1000원 선에 거래됐다. 경기 침체도 못 꺾은 ‘팬덤의 힘’
이제 관심은 빅테크주들의 반등세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쏠리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1·2위인 테슬라와 애플의 최근 실적이다. 사실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두 기업의 실적에 기대감보다는 우려를 표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2분기에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인해 공급망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 불안감은 더했다.
하지만 테슬라와 애플이 지닌 ‘팬덤의 힘’은 강력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기업의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테슬라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9억3000만 달러(약 21조9920억원), 24억6000만 달러(약 3조 1955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6%, 87.8% 증가했다. 다만 중국 상하이 봉쇄 조치로 직격탄을 맞으며 1분기와 비교해 수익성은 악화됐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14.6%로 1분기(19.2%)와 비교해 4.6%포인트 떨어졌다. 2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25만4695대로 1분기(31만 대)에 비해 5만여 대 감소했다. 직전 분기에 비해 인도량이 줄어든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테슬라는 ‘가격 인상’을 택했다. 그 결과 금액 기준 2분기 전기차 평균 판매가는 5만7331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격 인상에도 테슬라의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상당 폭 늘었다. 상반기 테슬라의 전 세계 판매량은 56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팬덤의 힘’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여전히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중국은 모델 3의 대기 기간이 지난해 말 3~4주에서 6월 20~24주로 지연되고 있을 정도로 대체 불가능한 제품이라는 것을 입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또한 위기 상황에서 ‘팬덤의 힘’이 제대로 발휘됐다. 애플의 올 2분기 매출은 830억 달러(약 107조817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다. 2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영업이익은 231억 달러(약 30조70억원)로 4% 정도 감소했지만 전 분기에 비해서는 74% 넘게 늘었다. 애플의 실적 상승을 견인한 것은 아이폰이다. 아이폰의 매출은 2.8% 늘었다. 7개 분기 연속 매출이 증가했다. 시장의 예상은 아이폰의 매출이 2.5% 감소한다는 것이었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스마트폰은 아이폰12다. 전 세계 판매량 10위 가운데 7개가 애플의 모델이었다. 애플의 강력한 팬덤과 생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은 갤럭시 A12 모델이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강력한 브랜드로 팬덤을 구축하고 호실적을 이끌어 낸 두 기업을 주축으로 빅테크주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살아나는 분위기다.
월가의 대표적 강세론자인 톰 리 펀드스트랫 공동 창업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지만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인 공급망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빅테크 기업”이라며 “하반기 증시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설적 헤지펀드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이 빅테크주를 매수했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월 13일 소로스 회장이 운용하는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6월 말 기준 지분 변동 내용을 공시했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올해 2분기 테슬라 주식 약 3만 주를 신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알파벳과 아마존 등의 주식도 추가 매입했다.
하지만 빠른 반등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빅테크의 실적 우려 때문이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의 2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엔비디아 또한 8월 9일 내놓은 잠정 실적이 2분기 매출 67억 달러에 그쳤다. 전 분기보다 19% 감소한 수치다. 강력한 팬덤에 기반한 두 기업 외에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월가의 테크 투자 전문가인 폴 믹스 인디펜던트솔루션스 웰스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테크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단기간 내 전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실적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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