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가치 광물 ·한류성 수산 자원 등 북극해 주변 자원 개발 경쟁도 갈수록 격화
세계경제포럼(WEF)이 2020년대에 닥칠 것으로 예상했던 디스토피아 과제 가운데 가장 빨리 현실로 닥치고 있는 것이 ‘이상 기후’다. 올 여름철에는 ‘대(great)’가 붙어야 할 정도로 유난히 심해지고 있다. 북미 지역은 대폭염, 중남미 지역은 대가뭄, 아시아 지역은 대태풍, 유럽 지역은 대홍수, 아프리카 지역은 대사막화 등으로 전 세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특히 올 여름철 폭염으로 북극 얼음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면서 북극의 항로와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국제 사회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종전에는 두꺼운 얼음층과 빙산 충돌 위험 때문에 약 1만 km나 차이가 나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만 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의 가속화로 항로의 이용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극의 빠른 해빙으로 북극해 항로 통과 수송과 함께 자원 개발 가능성이 높아져 북극항로의 상업적 개설이 앞당겨지고 있다. 현재 자원 개발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조만간 북극해 자원 개발로 생산될 자원의 해상 수송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 관광은 대중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컨테이너 화물 해상 운송 체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의 공산품 이동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북유럽·일본·중국 등 컨테이너 화물의 주도적인 생산지와 소비지는 모두 북반구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들이 북극해를 항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구 남반구의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장거리 물류 체계가 형성돼 왔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동북아 지역과 북유럽 지역 간의 화물 수송 체계가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남반구 네트워크에서 북극해를 경유하는 북극 네트워크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항로는 △북극 신흥광구에서 생산된 자원의 수송량 증가 △해빙으로 사라지는 영구동토층(permafrost) 위에 설치된 기존의 지상 파이프 라인을 대체할 해상 운송 물량 증가라는 두 가지 면에서 북극 자원 해상 수송량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북극의 원유, WTI 등 3대 유종보다 저렴
북극해가 녹는다는 사실은 새로운 해로의 개통은 물론 북극해의 자원 개발이라는 또 다른 이슈를 제기되고 있다. 인류의 마지막 보고라고 말할 정도로 이 지역에는 무한한 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 어획량의 40% 내외가 북극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여 식량 부족에 봉착한 상황에서 ‘신(新)북극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빙과 함께 석유·가스의 탐사와 시추 기술이 발달하면서 북극 지역에 매장된 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극 지역에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가스 자원량의 22%에 해당하는 4120억 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러시아·알래스카·캐나다 북서지역·노르웨이 등 연안국을 중심으로 여러 대형 매장지가 개발돼 생산 단계에 진입했다.
북극에는 화석 연료 이외에도 고부가 가치의 광물 자원과 한류성 수산 자원이 풍부하다. 2조 달러 이상의 철광석·구리·니켈 등과 함께 금·다이아몬드·은·아연 등 고부가 가치의 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한류성 어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린란드에는 희소 금속을 비롯해 매장 광물 자원의 종류와 양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극 자원의 가격 경쟁력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북극 지역의 원유 생산비용은 배럴당 20∼60달러 수준으로 현재 3대 유종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북해산 브렌트유, 중동산 두바이유의 시세를 크게 밑돌아 경쟁력이 있다. 북극산 원유가 세계 4대 유종으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북극 연안 5개 국가는 북극 자원 개발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개발 전략을 추진 중이다.
북극항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북극해 인접 국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안국 중 가장 적극적으로 탐사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는 ‘북극 지역 러시아 전략 자원 기지 전환(남진 정책)’을 공식화했다. 노르웨이는 북극해 자원 개발과 함께 북동항로에 ‘노르딕 바렌츠’호 운항에 성공해 북동항로의 운항 여건과 경제성 분석 등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 왔다. 아이슬란드는 지리적으로 북동항로의 유럽 측 입구에 자리해 유리한 만큼 허브 항만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국·일본·한국 등 3국은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 국가가 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쇄빙선 쉐룽호에 이어 북극 탐험과 개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쇄빙선도 건조했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민간 중심의 북극해 연구가 활발하고 성과도 가장 높다. 본격적으로 북극항로가 상업화된다면 한국의 부산항, 일본의 요코하마항, 중국의 상하이항이 시종점 항만으로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자원과 항로 등을 통해 북극해의 경제적 가치가 재조명되자 영유권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분쟁도 점차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남극 조약으로 큰 충돌이 없는 남극과 달리 명확한 국제 조약이나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북극해는 자원 선점을 위한 인접 국가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 개발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마련해야
북극항로 사업은 운항 거리는 줄지만 선박비용·연료비 증가 등 사업성 제고를 위해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다. 북극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유빙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내빙 기능이 있는 선박이 필요하다. 내빙선이 도입되면 선박 내구성이 높아져 무게 증가로 해운 사업의 20%를 차지하는 연료비용이 상승한다는 문제도 있다.
무분별한 북극의 개발, 산업화는 북극해와 지구 환경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경계해야 한다. 관련 기관은 △북극이사회의 기능 강화 △다양한 이해관계인 간의 협력 확대 △극지 해역 운항 선박 안전 기준(polar code)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극에서의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이익 추구는 인류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극은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보호하면서 경제적으로 활용할 전략이 필요하다. 연안국의 배타적 독점을 견제하고 북극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극 조약과 같은 글로벌 거버넌스를 마련해야 할 때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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