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유니클로·스와치 등 컬래버레이션으로 인기…구찌·펜디 등 경쟁사도 손잡아

[비즈니스 포커스]
나이키가 루비비통과 협업해 발매한 에어포스원 운동화.  사진=루이비통
나이키가 루비비통과 협업해 발매한 에어포스원 운동화. 사진=루이비통


795만원.

8월 15일 네이버의 리셀(되팔기) 플랫폼에서 거래된 나이키 운동화 에어포스원(이하 포스)의 가격이다. 이 제품은 나이키가 7월 19일 루이비통과 컬래버이션(협업)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포스 운동화다. 운동화 여기저기에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로고가 박힌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의 발매 가격은 351만원이었다. 나이키가 그동안 선보여 온 포스 운동화 가격의 30배가 넘는다. 나이키와 루이비통은 추첨을 통해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운동화 구매 기회를 줬다.

발매가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운동화의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리셀 시장에서 해당 제품의 값이 한때 1000만원이 넘을 정도로 치솟았다. 그만큼 운동화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인기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던 나이키 브랜드 역시 루이비통과의 협업을 앞세워 운동화 시장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다시 한 번 주목 받기 시작했다.

최근 패션 브랜드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협업이다. 시들했던 브랜드 인기에 다시 불씨를 지필 수 있는 것으로 이 방법이 꼽힌다. 특히 중저가 브랜드와 고가의 명품 브랜드 간의 협업이 활발하다. 서로 ‘윈-윈’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협업을 통해 중저가 브랜드는 가치 제고를, 명품 브랜드는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나이키 외에도 유니클로·스와치·푸마 등이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앞세워 재반등에 성공한 브랜드로 꼽힌다.
쉽게 질리는 MZ세대 겨냥협업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게 한 것은 단연 소비의 중심축이 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이면에 자리한다. MZ세대가 보여주는 소비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자신이 구매하고 싶은 상품에 지갑 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비싼 제품도 자신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고 구매하는 성향을 보인다.

둘째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한 제품에 쉽게 질린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좇는다. 기업들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내놓은 신제품의 수명 주기가 짧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행이 빨라지고 있는데 이 부분 또한 소비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MZ세대의 특성과 연관이 있다”며 “유행을 선도해야 하는 패션 기업들에는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패션업계가 MZ세대를 사로잡을 만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서로 다른 브랜드가 함께 제품을 발매하는 ‘이색 협업’이라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존에 선보여 왔던 평범한 제품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협업”이라며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전략”이라고 했다. 기존의 자사 제품에 타사의 브랜드 로고나 디자인 철학을 조금 더하는 것만으로도 신상품을 출시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나이키가 대표 사례다. 이번에 루이비통과 협업한 포스를 살펴보자. 평범했던 운동화에 루이비통 로고를 박자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리셀 시장에서는 제품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나이키는 과거부터 꾸준히 디올·오프화이트 등 고가의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 왔다.

그 결과 브랜드 가치는 꾸준히 높아졌고 자타 공인 스포츠 브랜드의 최강자로 우뚝 서게 됐다. 이렇게 나이키가 발매한 제품은 롤렉스와 샤넬같은 명품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이를테면 나이키와 디올이 협업해 2020년 300만원에 내놓았던 조던1 운동화 제품은 갈수록 희소성이 높아지며 현재 1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리셀 시장에서 거래된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 간 협업까지 나와한국 시장에서 무너져 가던 유니클로도 다양한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부활했다.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유니클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0년 유니클로의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한 약 6300억원을 기록했고 흑자였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2021년에는 다시 흑자 전환돼 반등에 성공했다.

소비자들을 다시 유니클로 매장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이었다. 유니클로는 명품 디자이너 질 샌더와 협업한 ‘+J’,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 ‘화이트마운티니어링’ 등 다양한 협업 제품을 론칭했다. 이때마다 유니클로 매장 앞에 긴 대기 줄을 만들어 내며 대히트를 기록했다. 제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였다.

비결은 간단했다. 질샌더와 화이트마운티니어링 등은 아우터 한 벌에 수백만원을 줘야 살 수 있는 브랜드들이다. 이런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유니클로는 협업을 앞세워 수십만원대에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당연히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판매된 제품들은 리셀 시장에서 웃돈이 붙여 거래되는 일까지 벌어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니클로라는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올해도 유니클로의 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 마르니와 협업한 제품을 발매하며 다시 한 번 ‘오픈런’을 기록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인해 생겼던 유니클로에 대한 거부감 또한 완전히 사라진 모양새다.

스와치도 협업으로 브랜드의 위상을 다시금 드높일 수 있었다. 값싸고 질 좋은 시계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와치의 최근 상황은 좋지 않았다. 삼성과 애플이 내놓은 스마트 워치에 밀려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갔다.
잊혀져 가던 브랜드 스와치도 오메가와의 협업을 앞세워 다시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사진=스와치
잊혀져 가던 브랜드 스와치도 오메가와의 협업을 앞세워 다시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사진=스와치
하지만 최근 상황을 반전시켰다. 올해 초 내놓은 제품이 대박을 친 것이다. 주인공은 명품 시계 브랜드 오메가와 협업해 내놓은 ‘문스와치’다. 고가의 시계인 오메가 로고가 박힌 이 스와치 제품의 발매 가격은 약 33만원이다.

이 제품을 사기 위해 전 세계 스와치 매장에서 오픈런 현상이 빚어졌고 잊혀 가던 브랜드 스와치는 다시 MZ세대에게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최근에도 매장에 물량이 입고되는 즉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리셀 시장에서 문스와치 제품은 발매가의 약 2배인 6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이 밖에 푸마는 MZ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아미와 협업한 제품을, 아디다스는 구찌와 함께 일명 ‘구찌다스’를 론칭하며 MZ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아디다스는 최근 구찌와 손잡고 양사의 브랜드 로고를 함께 적용한 제품들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사진=구찌
아디다스는 최근 구찌와 손잡고 양사의 브랜드 로고를 함께 적용한 제품들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사진=구찌
푸마는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아미와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사진=푸마
푸마는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아미와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사진=푸마
협업이 큰 인기를 끌자 최근에는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들끼리도 손잡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구찌는 발렌시아가와 함께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고 펜디는 베르사체와 함께 ‘펜다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켰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얼마나 판매가 됐느냐에 상관없이 협업 제품이 일단 화제가 된 것만으로도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