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율 41.8%…금리 오르면서 월세 내면 세입자 주거비 줄어

다가온 ‘월세 시대’…세입자도 마음 돌렸다[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아파트를 사 월세로 놓는다고 하면 공인중개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임대인(집주인)은 매달 꼬박꼬박 현금이 들어오니 좋지만 임차인(세입자)은 매달 본인 돈을 지불해야 하는 월세보다 만기 때 원금 손실 없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전국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25.7%에 불과했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거래 중 네 채 중 한 채가 월세, 세 채가 전세라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파트 시장에도 월세 거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2022년 상반기 전국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41.8%로 높아져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과거와 달라진 집주인과 세입자의 모습
그러면 왜 이렇게 월세 비율이 높아지고 있을까. 2015~2016년에도 월세 비율이 높아진 적이 있지만 최근의 임대 시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거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과거에는 세입자보다 집주인이 원해 월세를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집주인은 월세를 선호한다. 보유세나 유지비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고 통상 월세가 은행 이자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입자들이 월세로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월세로 내놓아도 거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5~2016년에는 시장에 전세난이 발생하면서 전세 매물이 귀해져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차선책으로 보증금 비율이 높은 월세(소위 반전세)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전세 만기가 되면 전세금 상승분만큼 보증금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상분만큼을 월세로 전환하기도 한다. 시장에 전세 매물이 귀하기 때문에 세입자로서는 선택지가 적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 계약이 늘어나고 있을까. 과거에는 세입자보다 집주인이 원해 월세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면 최근에는 집주인보다 세입자가 더 원해 월세 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전세를 선호했던 세입자들이 월세 선호로 돌아서는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금리 인상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 담보 대출 금리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전세 자금 대출 금리도 오르게 된다. 전세입자는 100% 자기 자본으로 전세를 사는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전세금이 모자라기 때문에 전세 자금 대출을 활용한다. 그런데 대출 금리가 오르면 세입자에게는 과거에 비해 주거비가 오르는 결과가 된다.

<전월세 지수 그래프>는 지난 1년간 전세와 월세 지수가 어떻게 변했는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작년 12월까지 급격하게 오르던 전세는 올해 들어 하향 안정세를 그리고 있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작년 12월 3억1947만5000원을 정점으로 하향 안정화돼 올해 7월 3억1653만3000원까지 떨어졌다. 7개월 사이에 전셋값이 300만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주거비, 다시 말해 전세 대출을 받았다면 내야 하는 이자는 더 오른다. 대출을 예전보다 적게 받더라도 금리가 더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대출 기준으로 보증 대출 금리는 작년 12월 3.29%에서 올해 6월 3.82%로 0.53%포인트만큼 올랐다. 다시 말해 작년 12월 전세를 얻었던 사람에 비해 올해 6월 전세를 얻은 사람이 (전셋값이 내렸기 때문에) 전세 자금 대출을 더 적게 받아도 되지만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매월 내야 하는 이자는 10만7000원 더 오른 셈이다.



물론 같은 기간 동안 평균 월세가도 올랐지만 1만2000원 상승에 그쳤다. 세입자가 월세를 선택하면 6개월 전보다 1만2000원 주거비 인상 효과에 그치지만 전세로 선택하면 10만7000원 인상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월세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세입자가 월세 계약을 선택하면 주거비는 2년간 고정되는 효과를 갖지만 전세 계약을 해 전세 자금 대출을 받게 되면 (전세 자금 대출은 변동 금리이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수록 주거비가 더 늘어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 시기에는 월세가 더 선호된다.
집주인이 월세 안 하는 이유는 ‘여유 자금 부족’
이런 이유로 임대 시장에는 (과거에는 천덕꾸러기였던) 월세 매물이 요즘에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단지마다 전세 매물이 넘쳐나지만 월세 매물은 귀한 편이다. 심지어 인기 지역은 월세 매물이 하나도 없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집주인도 전세보다 월세가 유리한 편이다. 매월 고정적인 현금 수입이 있으므로 은퇴 생활자들은 생활비의 일부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소득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재산세나 종부세 등 보유세를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이 된다는 점에서 월세가 유리하다. 임대 사업자도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4.25%로 적용받기 때문에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월세 수익이 커지는 시기가 됐다.

그런데 왜 시중에 월세 매물보다 전세 매물이 더 많을까.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면 그 차액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그만큼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세를 놓은 집주인 중에서 그 자금을 은행에 넣어 두고 이자를 받던 사람은 거의 없고 전세금을 끼고 그 집을 샀기 때문에 전세금을 돌려 줄 여유 자금이 없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자금에 여유가 있는 집주인도 (지난 몇 년간 활황을 보였던 자산 시장의) 투자 기대 수익이 월세 수입보다 크기 때문에 월세에 만족하지 않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집주인만 월세를 짝사랑하던 과거와 달리 세입자도 월세를 선호하는 시대가 되면서 주택 임대 시장에서 월세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를 전세 시대의 종말로 보기에는 성급하다. 지금은 금리 인상기이기 때문에 월세 계약이 유리하다고 하겠지만 금리가 하락해 다시 저금리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 월세보다 전세의 주거비가 다시 낮아지기 때문에 전세 비율이 다시 높아질 것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