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유가 예상 범위 배럴당 80~120달러, 단기 원유 투자 ‘비중 확대’
[베스트 애널리스트 투자 전략] 지난 3월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고조시켰던 유가가 6월 중순부터 약세로 전환됐다. 상반기 유가 급등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반복되는 서방의 대러 제재가 전 세계 석유 시장의 공급 불확실성을 높인 데 기인했다. 반면 스태그플레이션 경계 속에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긴축은 6월부터 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을 후퇴시켰다. 이는 드라이빙 시즌(6~8월, 연중 최대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유가의 하방 압력을 확대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유가가 100달러에 이어 한때 90달러까지 밑도는 결과를 만들었다.중기적으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석유 수요 위축 우려를 부각시켜 온 악재들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배럴당 100달러를 밑돈 현재 유가가 소비자 부담을 다소 완화하는 가운데 난방 시즌(12~2월)을 준비하는 11월까지 정유 제품 재고 증가세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수기 정유 시설 유지·보수(가동률 하락)에 따른 명목 수요 둔화, 같은 기간 원유 재고 증가세는 여전한 부담이다. 반면 정유 제품 재고 감소세가 추가 악재를 상쇄, 80달러 부근에서 유가 하방 경직성을 지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분기부터 NH투자증권은 장기 유가(WTI·브렌트유 등) 예상 범위를 배럴당 80~120달러, 원유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해 왔다. 서방의 제재에도 주요 소비국으로 유입되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는 배럴당 120달러 이상의 유가 오버슈팅 가능성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新)냉전·탈세계화 등으로 높아진 지정학적 리스크는 운임·원가 등을 높여 과거 5년 대비 높은 유가 하방 경직성을 지지하는 재료다.
올겨울에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유가 강세 가능성이 잔존한다. 이에 따라 향후 12개월 WTI·브렌트유 등 유가 예상 범위를 그대로 유지한다. 6월 중순 이후 조정으로 유가가 예상 범위 하단에 근접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트레이딩 관점의 매수 기회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단기(3개월)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한다.
한편 점진적인 증산을 통한 ‘석유 시장 안정화’를 도모해 온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OPEC+ 정책도 9월부터 ‘유가 하방 경직성 강화’로 방향성을 전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재정 균형(배럴당 약 80달러) 수준에 가까워진 최근 유가 하에서는 대규모 증산 유인이 크지 않은데다 경기 침체 속 수요 위축 우려가 고려된 결과다.
반면 7월 중동 순방에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바이든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 복원 시도는 단기 유가의 변동성 확대 변수다. 미국이 주도해 온 제재 해제 시 이란(OPEC+ 정책에서 면제)은 하루 평균 100만 배럴 이상 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1억5000만 배럴로 추정되는 유조선 재고 움직임도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와 상관 없이 올겨울에도 타이트한 가스와 석탄을 대체하는 석유 수요가 80달러 부근에서 유가 하방 경직성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천연가스 수출량의 20%를 차지하는 ‘프리포트 LNG’ 화재 이후 유럽과 아시아 가스 가격이 백만BTU(영국 열량 단위, 1BTU는 1기압에서 1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당 각각 70달러와 5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차질이 완화되는 4분기에도 천연가스를 무기로 한 러시아의 도발 가능성이 배럴당 100달러 선 유가 강세를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2022 상반기 원자재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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