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성향 따른 자산 배분 전략, 채권과 배당주 성장주 주목…‘태조이방원’ 관심도

[스페셜 리포트]
실전 투자 포트폴리오[낙관과 비관의 주식 시장②]
“지금 들어가, 말아.”

‘바닥 논쟁’이 가열되면서 투자자의 고민은 끝이 없다. 약세장 속의 일시적인 반등이냐,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이냐를 놓고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을 터. 지금, 뛰어들기로 결심한 투자자라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냉혹한 투자 시장에서는 투자 성향과 투자 여건을 효율적으로 고려한 자산 배분 전략이 중요하다. 각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설계해 보자. 단, 예·적금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며 투자 원금에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안전형 투자자라면 현금 보유를 추천한다.

◆위험 중립형

Q. 경기도 일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마흔네 살의 김영임입니다. 최근 증시 불안에 투자를 멈췄지만 ‘지금이 바닥’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니 투자를 다시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유 자금은 총 5000만원입니다.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일정 수준의 손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 상무) A.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치우치기보다 자산을 균형 있게 배분하는 분산 투자를 추천합니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위험 중립형이라면 우선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또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대체 투자에 여유 자산의 20%를 추천합니다. 채권에는 30%의 비율을 추천합니다. 고금리 채권은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 차익 기대도 가능합니다. 만기 1년 이내 우량 회사채, 미국장기국채선물(H)상장지수펀드(ETF), 미달러채권(H)펀드가 좋겠군요.

나머지는 주식에 비율을 할애합니다. 선진(미국) 주식에 20%, 국내 주식 15%, 구조적 장기 성장 테마주에 15%를 추천합니다. 우선 선진(미국) 주식은 25년 이상 배당이 꾸준한 우량 기업에 투자할 것을 권합니다. 미국배당주ETF 또는 펀드를 물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국내 주식 역시 배당주 성장주에 투자를 권합니다. 국내 고배당 ETF 또는 펀드를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클린 에너지, 테크 등 장기 성장 테마주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글로벌클린에너지 ETF’와 ‘글로벌테크놀로지펀드’를 추천합니다.
실전 투자 포트폴리오[낙관과 비관의 주식 시장②]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 A. 채권의 시대가 열렸다고 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통화 정책으로 주요국의 채권 금리가 역대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금리 상승을 주식에 비교하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장기물 국채 금리가 3%대를 넘고 있는데 몇 년간 없던 일입니다. 동일 금리를 가정할 때 예·적금 대비 적은 세금으로 실질적인 이자 소득이 더 큽니다.

여건에 따라서는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이제 몇 번의 기회가 없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 채권은 코스피지수에 비해 지수 2000에서 3000까지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채권의 비율을 높이는 것을 권합니다. 세금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개인이 채권을 투자해 얻는 이자 소득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가 부과되는데 시장 수익률이 아닌 표면 금리에 따라 과세됩니다. 특히 배당 소득이나 이자 소득이 많은 고액 자산가는 연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종합 소득에 합산되기 때문에 표면 금리가 낮은 채권이 유리합니다.

또 향후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다중 자산 전략(MAC : Muti-Asset Class Investment Strategy)’을 추천합니다. 기존 자산 배분이 주로 주식과 채권에 국한됐다면 최근은 암호화폐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등 다양한 상품들이 출현하면서 투자 기회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기존 자산 배분의 틀에서 벗어나 주식·채권·부동산·원자재·암호화폐·NTF·현금과 같은 다양한 유형의 자산을 결합해 보다 민첩하고 광범위하게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MAC를 추천합니다.

미국 예일대는 최근 10년간 가장 돈을 잘 굴린 미국 대학으로 꼽혔는데 이 대학이 사용한 투자 방식의 핵심이 바로 MAC입니다. 채권 위주로 기금을 운용하는 다른 대학들과 달리 예일대 기금은 주식 비율을 높이고 원자재·이머징마켓·헤지펀드·사모펀드 등에 투자했습니다. 5~6개의 투자처에 자산을 배분하고 수익이 나면 비율을 낮춰 다른 곳으로 옮기는 리밸런싱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포트폴리오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위험 선호형

Q.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서른아홉 살의 차현입니다. 여유 자금은 총 1억원입니다. 시장 평균 수익률을 훨씬 넘어서는 높은 수익의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편입니다. 위험 자산에도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 상무) A.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라면 고금리 채권과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국채 장기물 투자를 늘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투자 비율은 여유 자산의 30% 정도로, ‘미국장기국채선물(H)ETF’, ‘미달러채권(H)펀드’를 권합니다.

미국 배당주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도 좋습니다. 매년 배당이 증가하는 우량 기업에 30% 수준의 투자를 권합니다. ‘미국배당주ETF’ 또는 ‘펀드’입니다. 이어 국내 고배당주에 15%를, 클린 에너지 또는 기술주 등 장기 성장 테마주에 20%를 적절하게 배분하세요.

마지막으로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졌으니 최근 저점인 엔화 관련 투자도 생각해 봄직합니다. 다만 변동성을 감안할 때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투자를 권고합니다. ‘5% 이내’가 좋겠습니다. ‘일본 엔선물 ETF’를 추천합니다.
실전 투자 포트폴리오[낙관과 비관의 주식 시장②]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A. 개인적으로는 안전형으로 지금과 같은 불안한 시기에 현금 보유를 추천합니다. 다만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인버스 투자를 고려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증시 반등 이후 다시 하락에 베팅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최근 2년간 조정을 받았지만 그래도 많이 오른 주식들을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인 인버스 투자 시에는 투자자 스스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시가 오를 때를 가정한다면 국내 주식 중에선 ‘신재생에너지+수출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주식 시장에서 조명 받는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주·이차전지·방산·원자력)’ 중 하나인 조선주입니다. 불황의 10년간 조선 산업은 40% 가까이 조정 받았습니다. 해운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선박 투자에 박차를 가함에도 투자자들은 조선업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내다봅니다. 하지만 실적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수주 실적에서 4년 만에 세계 1위를 탈환하고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 3사는 2025~2026년 건조 공간(독)까지 예약이 다 찼다고 알려졌죠.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