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S 논란 이후 대응에 차가워진 소비자 반응
과도한 원가 절감으로 위기 빠진 인텔의 교훈 잊지 말아야

[비즈니스 포커스]
2022년 8월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처음 공개된 삼성전자와 방탄소년단(BTS)의 갤럭시 Z플립4 X BTS 협업 영상. 사진=연합뉴스
2022년 8월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처음 공개된 삼성전자와 방탄소년단(BTS)의 갤럭시 Z플립4 X BTS 협업 영상. 사진=연합뉴스
‘삼전 직원도 거르는 갤럭시’

‘삼페(삼성페이)와 통녹(통화녹음)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아이폰으로 갈아탔다’.

삼성전자가 신제품 폴더블폰 ‘갤럭시 Z폴드4’와 ‘갤럭시 Z플립4’를 출시한 가운데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삼성전자 직원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대한 박한 평가가 화제가 됐다. 요지는 자사 직원들조차 가격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익명 커뮤니티라 내용의 진위를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의 성능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불만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불거진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이 소비자 기만으로 확산한 이후 삼성 스마트폰에 대해 흔들린 신뢰가 원상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징후다.

‘삼성페이와 통화녹음’ 빼면 무슨 매력 있나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선보인 갤럭시 S22 시리즈에 발열을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 성능을 강제로 낮추는 GOS 기능을 탑재해 논란이 일었다. GOS는 고품질 게임을 장기간 구동 시 과도한 발열을 막기 위해 초당 프레임 수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기기 성능을 임의로 낮추는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사용자들은 삼성전자가 단지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억제하기 위해 사전 고지 없이 GOS를 강제 작동시켜 과도하게 성능을 하락시켰고 사용자들에게 선택권도 주지 않았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갤럭시 S22 출시 당시 ‘역대 최고 성능’이라고 홍보했던 삼성전자는 GOS 사태로 과장 광고를 했다는 비판과 함께 사용자들의 집단 소송에 직면했다. 2017년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 이후 간신히 회복했던 신뢰가 다시 추락한 것이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온라인 카페 가입자 수는 8000명을 넘어섰다. 논란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도 GOS 기능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에 GOS를 탑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출시된 갤럭시 S7부터 GOS가 탑재돼 왔는데 당시는 사용자가 별도 앱을 활용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GOS를 비활성화할 수 있었다. 갤럭시 S22에서는 GOS 우회 앱 설치를 원천 차단하면서 사용자들이 불만을 나타냈다.

스마트폰 성능 측정 사이트인 긱벤치는 특정 앱 실행 시 성능을 떨어뜨리는 GOS 논란에 휩싸인 갤럭시 S22·21·20·10 전 모델을 안드로이드 벤치마크(성능 실험) 차트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긱벤치는 갤럭시 S22 울트라에서 GOS를 작동하면 중앙처리장치(CPU) 핵심 요소인 싱글코어·멀티코어 성능이 각각 53.9%, 64.2%로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갤럭시 S22 시리즈에서의 GOS 강제 적용을 해제했다.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은 GOS 사태에 대해 정기 주주 총회에서 공식 사과해야 했다.
2022년 3월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행사장 앞에서 일부 주주들이 노태문 사내이사 선임 철회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2년 3월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행사장 앞에서 일부 주주들이 노태문 사내이사 선임 철회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GOS 사태 본질은 ‘단기 실적 주의’

결국 GOS 논란의 본질은 기술 혁신보다 단기 실적 달성에 치중하는 전략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자들은 GOS 강제 적용보다 방열 설계 강화로 문제를 풀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불만은 제품을 사용하면서 겪은 발열 현상이었다. 갤럭시 S22 시리즈 개발 당시 삼성전자 내에서는 발열을 막으려면 GOS 의무화에 앞서 방열판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모바일 사업 수장을 맡은 이후 원가 절감 등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둔 전략을 펼치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역대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 중 노 사장만큼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노 사장은 2007년 만 38세의 나이로 상무에 오른 후 2011년 전무, 2013년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해 차세대 리더로 손꼽혔다. 최연소 승진 타이틀을 거머쥐며 ‘이재용의 남자’로 불렸다.

2018년 사장 승진 이후 52세이던 2020년 고동진 전 사장에 이어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무선사업부장(MX사업부장)에 올랐다. 그는 2019년 최초의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를 선보이며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을 개척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가 사장에 오른 후부터 지나친 원가 절감과 기본 앱 광고 논란, GOS 성능 제한에 이어 해킹의 표적이 되는 등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애플을 따라 스마트폰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없앤 것도 그가 모바일 사업 수장에 오른 직후 일어난 변화다. 애플은 2020년 아이폰 12 시리즈를 출시하며 탄소 배출 저감 등 환경 보호의 일환으로 모든 모델에서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CSS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기본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거해 약 50억 파운드(약 8조 751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충전기와 이어폰을 포함하지 않으면서 아이폰 한 대당 약 27파운드(약 4만원)를 절약할 수 있었지만 아이폰 가격은 낮추지 않았다. 충전기와 이어폰을 구성품에서 제거하면서 제품 부피가 줄어 약 40%의 배송 비용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노 사장은 2021년 출시한 갤럭시 S21 시리즈부터 애플을 따라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거했다. 노 사장은 스마트폰 성장성 둔화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산 부품 도입을 늘리고 있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은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중국산 부품을 늘리면서 갤럭시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도시 봉쇄,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 규모를 13억8000만 대에서 13억3300만 대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생산 목표치도 3억3000만 대에서 10% 줄인 2억7000만 대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생산 원가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배터리부터 디스플레이 패널까지 중국 부품사 채택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신제품 갤럭시 Z4 시리즈 배터리 공급사로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중국 ATL을 선정했다.

ATL은 2017년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돼 삼성전자와 거래가 끊겼지만 2021년 출시된 갤럭시 S21 시리즈 일부 제품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ATL 탑재로 삼성전자는 배터리 비용을 상당 수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워치6와 차기 플래그십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중국 BOE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다변화와 원가 절감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2022년 2월 10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2' 행사에서 갤럭시 S22 울트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2022년 2월 10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2' 행사에서 갤럭시 S22 울트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논란에도 ‘역대 최대 실적’의 아이러니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마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 시절의 인텔을 보는 것 같다며 인텔의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전 CEO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하던 인텔을 6년 만에 몰락시킨 최악의 리더십으로 꼽힌다. 그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재임하며 원가 절감을 통한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서 2016년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해고했다.

문제는 해고된 인력 대부분이 연구·개발(R&D) 인력이었고 이들이 경쟁사로 가면서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졌다. 인텔이 생산한 CPU에서 해킹에 취약한 ‘멜트다운·스펙터’로 알려진 하드웨어 버그와 해킹 결함을 수개월 전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크르자니크 전 CEO가 인텔의 경쟁사인 AMD의 성공 신화의 가장 큰 주역이자 AMD가 보낸 스파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하지만 원가 절감 전략이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만 보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여러 가지 책임 논란 속에서도 노 사장이 올해 초 삼성전자 주주 총회에서 98%에 달하는 높은 찬성률로 사내이사에 선임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GOS 논란과 별개로 노 사장 체제에서 삼성전자는 역대급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2021년 매출액 279조6058억원, 영업이익 51조6339억원을 기록했는데 그중 IM(IT·모바일) 부문 매출액이 109조2500억원, 영업이익은 13조65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GOS 사태에 대한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노 사장은 실적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으면서 주총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