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더 많이 ‘얻고’, 패자는 더 많이 ‘잃는’ 시기…베인앤드컴퍼니가 제시하는 ‘6 지 전략’

 이번 ‘경기 침체’는 다르다…승리하는 기업을 위한 플레이북
“이번 경기 침체는 다를 것이다.” 7월 15일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에서 발표한 보고서는 이렇게 시작된다.

인류가 경기 침체를 겪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30년대 대공황, 1970년대 오일 쇼크, 2000년대 초반의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현재의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질수록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과거를 소환해 현재와 비교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경기 침체는 과거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복잡한 요인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지금 이 시점에서 오직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경기 침체가 올 것이다’라는 사실뿐이다. 그 경기 침체가 얼마나 깊게 또 얼마나 지속될지는 그 누구도 쉽게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도 승자는 늘 존재해 왔다. 베인앤드컴퍼니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승리하는 기업을 위한 경기 침체 시기의 새로운 플레이북’을 소개한다.

경기 침체 시기에 ‘핵심 전략’에 더 공격적 투자

그렇다면 이번 경기 침체는 과거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이 보고서는 과거와 비교해 다가올 경기 침체는 훨씬 더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유례없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시기를 지나는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예기치 못한 변수를 일으켰다.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졌고 그로 인한 제약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고 주요 시장들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노동력 또한 역사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기존의 경제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지속되고 있고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경기 침체에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이는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큰 도전일 수밖에 없다. 과거의 경기 침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수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그에 맞는 기업들의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 침체 시기에는 또 그에 맞게 빠르게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에서 특히 강조한 부분이 있다. 베인앤드컴퍼니가 과거의 경기 침체 시기를 조사한 결과 경기 침체 시기에 성장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경기가 안정적일 때보다 더 큰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라이팅 스타’들도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 시기에 더 많이 탄생한다. 이와 반대로 경기 침체기에 안정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 타격은 경기 안정기와 비교해 더 클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승자와 패자의 격차가 벌어지는 시기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기업들에는 오히려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시기일수록 ‘승자가 되기 위한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베인앤드컴퍼니는 과거 경기 침체 시기에 ‘승리를 거머쥔 기업’들을 토대로 ‘행동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의 기업들은 경기 침체 시기 일반적으로 세 가지 함정에 빠져들곤 한다.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비용 절감을 목표로 연구·개발(R&D)과 같은 성장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들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 경기 침체 시기에도 성장을 이뤄 낸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사업 부문과 운영 비용의 흐름을 재구성하고 유동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며 그들에게 경쟁 우위를 가져올 수 있는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 간다. 이와 함께 경쟁자보다 앞서가기 위한 인수·합병(M&A)에도 공격적으로 나서는 경향을 보인다.

① ‘시나리오 플래닝’

미래에 예상되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시나리오별 전략적 대안을 미리 수립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은 경기 침체를 앞둔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그 무엇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인해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현금 흐름이나 시장 내 포지션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위기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의 현금 흐름을 예측하고 추적하거나 손익을 전망하는 등 ‘시나리오 플래닝’에 인공지능(AI)과 머신 러닝 등 최첨단 기술을 통합하는 기업들도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②가격 정책의 정교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재 등 공급 비용의 상승에 대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제품 가격 등의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더욱이 인플레이션 와중에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면 더욱 정교한 가격 정책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실제 제품의 가격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뿐만 아니라 한 단위로 제공되는 제품의 수량이나 묶음의 양을 조절하거나 서비스의 수준을 조정하고 상품 외 추가 서비스나 혜택을 제공하는 것 등도 포함된다.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승리하는 기업들은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가격 정책을 수립하는 데 집중했다. 또 불필요하거나 그저 있으면 좋은 제품들을 없애고 핵심 제품이나 서비스를 단순화했다. 이를 통해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③공급망 복원력에 과감한 투자

인플레이션이 경기 침체로 이어짐에 따라 기업들의 주요 과제는 저성장·고비용 환경에서 ‘공급망 복원력’에 대한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래의 공급 부족 상황에 대비해 민첩함과 유연성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제품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공급망의 흐름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혹은 공급망을 더욱 세분화해 구축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④ 자동화 프로그램의 확장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결국 ‘비용 구조의 재설정’이다. 과거의 사례에 비춰 볼 때 경기 침체 속에서도 비용 구조의 재설정에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자동화에 대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부족한 인적 자원에 대비할 수 있고 비용을 절감하고 회복성을 높이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크루즈선 조선소인 핀칸티에리는 생산용 로봇 솔루션 개발을 통해 연간 1500만 유로 이상을 순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⑤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구축

경기 침체는 고객의 충성도를 잃어 버리기 쉬운 시기다. 고객 이탈이 높아지는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는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를 획득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 어느때보다 고객들이 자신들의 소비 패턴을 더욱 면밀히 조사하고 ‘최고의 대안’을 찾아 나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에서 이탈하는 고객들을 확보해 충성도 높은 우수한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와 같은 시기에 높은 성장을 보이는 기업들은 고객들과 관계를 지속하고 신뢰를 쌓아 나가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보인다. 예를 들어 자동화를 통해 작업을 간소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면 그만큼 절감한 금액을 고객들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환경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고객들과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고객 참여를 높이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⑥적극적인 M&A 추진

격동의 시기는 기업이 규모를 키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나 혹은 새로운 사업 분야를 추가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되곤 한다. 미래 지향적인 기업들은 경기 침체 시기에 M&A가 기업의 성장에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공격적인 M&A에 나서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글로벌 제약 회사인 화이자가 또 다른 글로벌 제약 회사인 와이어스를 680억 달러에 인수해 ‘세계 최대 제약 회사’를 탄생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경기 침체 시기의 M&A는 기업 가치 평가를 포함한 모든 부분에서 불확실성이 커진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강력한 현금 흐름과 대차대조표를 보유하고 있고 강력한 M&A 딜이 가능하다. 베인앤드컴퍼니는 특히 M&A 거래를 고려하기 전 기업의 ‘성장 전략’을 명확히 하고 여러 후보들을 검토해 대상을 선정한다면 거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