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전후로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맹점주들이 현금영수증 발급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누리 상품권은 전통시장 보호 및 지역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행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온누리 상품권을 구매할 때 기본 10% 내외의 할인혜택을 받고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워진 전통시장 활성화를 도울 수 있다는 착한 소비 트렌드에도 부합한다는 취지에서 명절 전후 구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온누리 상품권에 대해 현금영수증 발행을 기피하는 점주들 때문에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통시장의 결제 방식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카드결제를 하거나 현금영수증 발행을 요구하면 "현금은 5000원인데, 카드로 하시면 6000원 주셔야 돼요. 저희도 먹고 살아야죠"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급여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 징수를 피할 방법이 도무지 없어 흔히 ‘유리지갑’이라고 불리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전통시장의 낡은 악습에 대한 거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통시장을 자주 찾다가 최근 발길을 끊었다는 직장인 B씨는 “직장인 가구도 연말정산을 받으려면 카드영수증, 현금영수증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데 전통시장은 이런 결제 방식을 거부하거나 금액을 올려받는 가게가 많다”며 “온누리상품권에 현금영수증 발행이 가능하다고 버젓이 써있는데 거부하는 자체가 위법이고, 코로나로 인해 누구보다 세금 지원을 많이 받아간 전통시장 상인들이 납세를 피하고자 꼼수를 부린다면 왜 그들에게 우리가 낸 혈세를 지원해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누리 상품권의 폐해는 최근 속칭 ‘깡’으로 통하는 범죄로도 이어지고 있다. 온누리 상품권을 대량 구매해서 일정 수수료를 떼고 현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긴 일당이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 최근 가게마다 점주의 계좌번호를 걸어두고 이체를 요구하는 결제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영수증 발행 없는 현금결제와 마찬가지여서 소득 추적이 쉽지 않아 과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인들이 이 같은 내용을 탈세 범죄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행법은 이에 대해 분명히 경고하고 있고 신고에 대한 포상도 마련돼 있다.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 65조에 따르면 신용카드·현금영수증의 결제·발급을 거부한 경우 거부금액이 5000원 이상 5만 원 이하일 경우 포상금 1만원 5만원 초과 250만 원 이하일 경우 거부금액의 20%, 250만원이 초과하는 경우 50만원을 포상 받는다.
한편,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이 국민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이유가 위법·부당행위 때문이라는 국민권익위원회 발표도 이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5일 발표한 최근 2년 여간 ‘전통시장’ 관련 민원 1만 2001건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통시장 내 위법·부당행위 신고가 9079건을 차지했다. 환경 정비와 결제 방법 개선, 온라인 서비스 확대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온누리 상품권에 대해 지난해 5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의견을 개진한 민원인 C씨는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로 등록돼 있고 판넬도 붙어있으나 결제 받지 않는다고 다른 결제 방법만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한경DB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