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경제 규모 세계 1위 예상
새로운 대중국 전략 모색할 때
19세기 초 나폴레옹 프랑스 황제의 경고다. 중국의 잠재력이 사자처럼 무섭다는 뜻이다. ‘세계 1위 경제 대국’ 미국마저 중국의 무서운 발전 속도를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이 정치·경제·외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며 중국을 옥죄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은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거듭, 지난 수십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0년 3.6%에서 2021년 17.8%까지 높아졌다. 아시아 최빈국에서 미국과 맞먹는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서기까지 걸린 기간은 70년이었다.
203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경제 규모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중국은 이제 미국이 쥐고 있던 기술 헤게모니에도 도전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정식으로 국교를 맺은 이후 올해 수교 30년을 맞이했다. 한·중 수교 30년이 됐지만 아직도 한국에선 중국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교 당시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20달러로 한국(8126달러)의 19분의 1에 불과했고 전체 GDP도 4920억 달러로 한국(3560억 달러)의 1.4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G2 반열에 올라섰고 국제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14억 내수 시장을 무기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자로 부상했다. 복잡해진 국제 정치 속에서 한·중 양국의 안정적 관계 유지를 위한 대중국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중국을 알지 못하면 중국을 넘어설 수 없다. 중국의 외교 전략, 화술을 통해 대중국 전략의 새로운 접근 방향을 모색해 봤다. 반미 전선 파고드는 ‘비호감 넘버원’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큰 반감을 가진 나라였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여론 조사를 보면 ‘반중(反中) 정서’가 ‘반일 감정’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비영리 싱크탱크 겐론NPO가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인의 대중 호감도 및 비호감도 추이’ 결과를 보면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인상은 ‘나쁘다’가 73.8%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좋다’는 응답은 10.7%에 그쳤다. 중국의 비호감도에는 ‘전랑(戰狼) 외교’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 이유로는 ‘사드 보복 등 중국의 강압적 행동(65.2%)’이 1위를 차지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한국인의 아시아 인식 설문 조사’에서도 조사 대상 20개국 중 가장 비호감인 국가군에 중국이 꼽혔는데 이는 북한·일본과 유사한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제 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급증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제 사회에서 우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중앙아시아·브릭스(BRICS :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와 우호 관계를 다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일정으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던 사우디는 최근 미국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수와 함께 사우디와 중동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는 이란의 핵 합의 복원을 추진 중이다.
이에 안보 위협을 느낀 사우디는 기존 시스템인 ‘페트로 달러’ 체제를 깨고 위안화 결제 및 ‘페트로 위안’이라고 불리는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 허용을 고려하는 등 중국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사우디를 직접 찾아 급등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원유 증산을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중국은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균열의 틈을 파고 들어가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을 늘리고 있다.
시 주석의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방문지의 공통 키워드는 에너지 자원과 석유다. 시 주석이 직접 나선 만큼 에너지 자원과 석유는 지금 중국의 최대 현안이라는 방증이다.
카자흐스탄은 석유·천연가스·석탄 등이 생산되는 주요 산유국이자 우라늄과 크롬 등 각종 광물자원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카자흐스탄은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특히 분리 독립을 놓고 갈등 중인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맞닿아 있어 중국의 경제·안보에 있어 전략 요충지다.
개혁·개방에도 무너지지 않은 일당 체제
전체 인구의 6.5%에 불과한 중국 공산당은 어떻게 100년 동안 일당 체제를 유지하며 14억 인구를 이끌 수 있었을까. 중국의 화술을 알면 중국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인의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모습)’처럼 중국인도 속내를 감추는 ‘몐쯔(체면)’ 문화가 있다. 중국은 체면을 중시하는 민족답게 의전과 형식을 강조하고 말로 상대를 예우하면서 실리를 확보하는 데 능하다. 중국어의 특성을 살린 언어유희에 능숙해 고사성어나 한시를 인용하며 간접 화법으로 속내를 내비친다.
중국 근현대사에서 마오쩌둥·덩샤오핑 등 역대 지도자들은 혁명 과정이나 현실 정치의 중요한 시점에서 적절한 고사성어를 사용해 동조 세력을 규합하고 설득시키면서 인구 대국을 이끌어 왔다. 시 주석도 외교적 수사(레토릭)를 정치적 용도로 적극 활용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만 나와도 도시 전체를 폐쇄하는 시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상하이·베이징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중국 경제에 천문학적인 피해가 초래됐지만 시 주석은 “우리는 인민과 인간의 생명을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한다”고 제로 코로나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몰래 힘 기르던 외교에서 사나운 늑대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국력과 경제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의 외교 전략은 숨어서 몰래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주동작위(主動作爲)’로 바뀌었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올라서고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중국의 외교는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전랑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전랑 외교는 시진핑 시대 중국의 강경 일변도의 공세적 대외 전략을 말한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 역시 중국의 외교 전술을 제대로 파악하고 외교적 레토릭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중국의 선전·선동의 말하기 방식에 능한 중국 유학파 출신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12년간 부임한 주중 한국대사는 총 7명으로, 그중 외교관 출신은 1명에 불과했고 6명은 교수와 정치인 출신이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주한 중국대사는 총 3명이 부임했고 3명 모두 외교관 출신이었다. 현재 중국대사인 싱하이밍 대사는 북한 사리원농업대를 졸업해 기자 회견 대부분을 한국어로 할 정도로 한국어에 능통하고 남북한 중국대사관 근무 경험이 있는 ‘한반도통’이다.
싱하이밍 대사는 한국 정·재계 인맥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에는 별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를 찾아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도하에 중국과의 경제 협력 관계를 한층 높이길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돋보기]
시진핑 3기, 차기 경제·외교 수장은 누구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지배하는 일당 독재 국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11월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임명되면서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됐다.
시 주석은 2013년 후진타오에 이어 국가주석에 올랐고 중국 헌법의 국가주석직 2연임 초과 금지 조항을 삭제해 15년 이상의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했다. 10월 16일은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열리는 날이다.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 지을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다.
중국은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에서 향후 5년간 당과 국가를 이끌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고 정치·경제 등에 관한 방향을 제시한다. 중국의 차기 지도부를 보면 향후 5년의 정책 방향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경제 수장인 총리와 외교 부장은 한·중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 왕이 외교부장의 후임에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의 후임으로는 후진타오 전 총서기가 ‘격대지정(후계자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후춘화 부총리와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불문율인 ‘7상8하(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에 따라 올해 69세인 왕이 외교부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왕이 외교부장은 2004년 주일대사를 역임한 ‘일본통’으로, 중국의 민감한 현안인 미국과의 무역 전쟁, 홍콩 민주화 시위, 신장위구르 인권 침해 문제, 대만 문제 등에서 전투적인 ‘전랑 외교’를 펼쳤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자리이기 때문에 미국을 잘 아는 ‘미국통’을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주미대사는 중국 외교에서 핵심 자리다. 강성 외교로 유명한 친강 주미대사와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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