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음료·롯데칠성음료·오비맥주,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 3파전

[비즈니스 포커스]
하이트제로0.00(왼쪽부터), 카스0.0,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사진=각 사 제공
하이트제로0.00(왼쪽부터), 카스0.0,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사진=각 사 제공
‘맥주만한 게 없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 마른 목을 축이려는 직장인도 친구와 저녁에 치킨집을 방문한 이들도 맥주를 찾는다. 맥주 한 캔이 답답한 속을 확 풀어준다.

그런데 살다 보면 맥주를 마실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임신했거나 건강이 좋지 않거나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들을 겨냥해 주류 회사들은 무알코올 맥주를 내놓았다. 여러 이유로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성인들에게 대체 음료를 선보인 것이다. 일본에선 기린이 2009년 무알코올 맥주 기린 프리를 출시했고 한국에선 하이트진로음료가 2012년 하이트제로0.00를 선보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알코올 주류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는 2019~2024년 전 세계 무알코올 주류 시장의 예상 연평균 성장률을 23.1%로 전망했다. 이는 맥주 시장의 예상 성장률(3.2%)의 약 7배 수준이다. 한국에서만 2012년 12억원에 불과했던 무알코올 주류 시장이 2019년 100억원, 2021년 200억원으로 불어났다.

우선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저칼로리 음료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일반 맥주는 한 캔에 150kcal인 반면 무알코올 제품의 칼로리는 100kcal 미만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재택근무가 증가해 혼술·홈술 문화도 확산됐다. 과음 대신 집에서 가볍게 음주를 즐기려는 문화가 퍼진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19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의 65% 이상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술 마시는 장소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 중 음주 장소를 집으로 바꾼 사람들이 87.3%로 조사됐다.

일반 주류와 달리 무알코올 맥주는 성인 인증만 거치면 쿠팡 등 이커머스에서 구매할 수 있단 점도 영향을 미쳤다.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이면 음료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알코올 도수가 1% 이하면 무알코올 또는 논알코올(비알코올)로 표기할 수 있다. 0.05% 이하의 극소량의 알코올이라도 함유되면 논알코올,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면 무알코올이다.

최근 밖에서 마시더라도 ‘취하지 않고 분위기만 맞추고 싶고’, ‘다음날 무리가 가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이는 글로벌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이 올해 상반기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하이네켄은 온라인 설문 조사 업체 오픈서베이를 통해 최근 3개월 이내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를 마신 경험이 있는 2030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2030 성인 남녀 10명 중 7명은 월 1회 이상 무알코올 혹은 논알코올 맥주를 마신다고 답했다. 이 맥주를 마시는 이유에 대해선 모임이나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만 맞추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과반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이 커지자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도 많아졌다. 하이트진로음료는 두 차례에 걸쳐 리뉴얼했고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리뉴얼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 논알코올 맥주를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2020년 카스제로(0.0)를 선보인 오비맥주도 무알코올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는 수입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의 ‘버드와이저 제로’와 호가든의 ‘호가든 제로’, ‘호가든 푸룻브루’ 등 논알코올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하이트진로음료의 독주가 막을 내리고 3파전 구도가 본격 궤도에 오른 셈이다.

해외 맥주 브랜드도 한국 무알코올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이네켄은 지난해 ‘하이네켄 0.0’을 선보였고 올해 6월부터 건전한 음주 문화를 추구하는 내용의 ‘논알코올 맥주 캠페인’을 시작했다. 칭따오는 2020년 무알코올 맥주 ‘칭따오 논알코올릭’을 내놓았다. 수제 맥주를 내세워 성장한 세븐브로이맥주 또한 무알코올 맥주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잰걸음하는 오비맥주
오비맥주의 카스0.0은 논알코올 맥주다. 발효 과정 없이 맥아 추출물에 홉과 향을 첨가하는 기존의 무알코올 맥주 제조와 달리 일반 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하고 동일한 발효·숙성 과정을 거쳤다. 맥주를 완성한 후 맥주에 포함된 알코올을 빼내는 방식이다. 알코올을 100% 완벽하게 빼낼 수는 없지만 그 대신 맥주의 맛을 더 가깝게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도수는 0.05% 미만이다.

카스0.0은 온라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020년 10월 출시 후 2022년 5월 말까지 쿠팡 등 온라인 누적 판매량은 600만 캔이다. 카스0.0의 올해 상반기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카스0.0의 온라인 판매량은 전체 채널 판매량에서 약 20~30%의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유흥 시장에서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던 오비맥주로선 단비 같은 소식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전체 주류 시장에서 유흥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버드와이저 제로’와 ‘호가든 제로’, ‘호가든 푸룻브루’ 등도 시장에 나왔다. 6월 선보인 버드와이저 제로는 버드와이저 맥주 특유의 부드럽고 깔끔한 풍미가 특징이다. 버드와이저와 동일한 원료와 발효 과정으로 제조해 오리지날 맥주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렸다는 설명이다.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알코올만 추출해 도수는 0.05% 미만이다.

4월 출시된 호가든 제로는 호가든 밀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해 동일한 발효·숙성 과정을 거치고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알코올만 빼내 도수는 0.05% 이하다. 논알코올 음료지만 호가든 밀맥주 특유의 부드럽고 풍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재현했다는 설명이다. 또 밀, 고수 씨앗, 오렌지 껍질을 넣어 독특한 풍미를 완성했다.

7월 시장에 나온 호가든 푸룻브루는 로제와 페어 2종으로 구성됐다. 호가든에서 알코올을 추출하고 이국적인 과일 향을 더해 발효·숙성 과정을 거쳤다. 과일의 맛과 향에서 느껴지는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에 호가든의 양조 기술로 풍부한 바디감이 특징이다.
선두 주자 하이트진로음료
한국 무알코올 맥주 시장을 개척한 곳은 하이트진로음료다. 2012년 ‘하이트제로0.00’을 출시해 2016년과 2021년 리뉴얼했다. 특히 지난해 알코올은 물론 칼로리와 당류까지 제로인 ‘올프리’ 콘셉트로 전면 리뉴얼했다.

하이트제로0.00는 무알코올 맥주다. 알코올이 없는 만큼 제조 공정이 맥주보다 탄산음료에 가깝다. 단순하게 말하면 탄산수에 맥주 맛을 첨가한 것이다. 또 하이트제로0.00은 부드러운 거품과 시원한 목 넘김을 표현하기 위해 100% 유럽산 아로마 호프를 활용했다.

2012년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1억 캔을 돌파했다. 연간 매출 신장률은 2019년 3%, 2020년 32%, 2021년 78%다. 올해 2분기 매출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81%에 달했다. 이 제품은 편의점 기준으로 1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하이트제로0.00은 대체당을 사용해 칼로리 제로를 표방하는 일부 제로 탄산음료들과 달리 설탕과 대체당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제로 제품”이라며 “칼로리와 당에 대한 걱정 없이 탄산의 상쾌함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칼로리 쓱 낮춘 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는 2017년 무알코올 맥주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선보였고 3년 만에 리뉴얼했다. 리뉴얼한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는 맥주 제조 공정 중 효모가 맥즙 내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드는 발효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 알코올 함량 0.00%에 당류 0g, 30kcal의 저칼로리 제품이다. 부드러운 홉의 풍미와 향 구현에 주안점을 뒀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자체 개발한 공법으로 맥아 추출물과 유럽산 홉 등을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해 맥주 특유의 맛을 더욱 잘 구현했다”며 “350mL 용량에 30kcal로 칼로리에 민감한 소비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