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증명에서 지분 증명으로 전환…신규 발행 90% 감소 예상
이더리움이 지난 7월부터 크게 주목받으며 가격이 꾸준히 올랐는데 그 배경에 이더리움의 더 머지(the merge) 업데이트가 있었다.더 머지는 이더리움 메인넷이 작업 증명(PoW)에서 지분 증명(PoS)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더리움재단은 더 머지 업데이트 이후 이더리움의 신규 발행을 약 90%까지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이 0.2%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채굴’ 없앴다…친환경 암호화폐로
이더리움을 비롯한 초창기 암호화폐들은 PoW 방식을 통해 거래를 처리했다. PoW 방식에는 수학 퍼즐을 푸는 것과 같은 경쟁이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채굴’ 과정이다. 하지만 채굴 과정에서 사용되는 막대한 에너지 소모로 인해 에너지 친화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유럽연합(EU)은 PoW 방식의 암호화폐에 규제를 가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또한 지난 6월 15일 기후 변화 회의에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등의 디지털 자산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이더리움재단은 2014년부터 PoW 방식으로 많은 환경 비용을 사용한 데 부채 의식을 갖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그리고 드디어 더 머지를 통한 PoS 전환을 통해 이더리움은 보다 친환경적인 암호화폐가 됐다. 더 머지 이후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페이팔보다 26배, 유튜브보다 2만4400배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더 머지 이후에는 새로 발행되는 이더리움 양이 감소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다. 2021년 8월 5일 진행됐던 이더리움 런던 업그레이드를 통해 새롭게 도입한 수수료 소각 메커니즘을 시작으로 이더리움은 디플레이션 자산으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더리움 인플레이션 대시보드 울트라사운드머니(Ultrasound.money)에 따르면 지금까지 소각된 이더리움 총량은 약 260만ETH(약 85억 달러)다.
여기에 더해 더 머지 이후 신규 발행되는 이더리움 양도 감소하게 된다. 기존 PoW 방식의 채굴자들에게 지급되던 약 4.6%의 신규 이더리움이 PoS에서는 0.49%로 조정된다. ‘채굴 보상’ 개념이 사라져 하루에 발행되는 ETH는 스테이킹 보상만 남게 되고 이것은 이전에 비해 발행량이 약 90% 감소한 수치다.
일반 사용자는 변화 체감 못해 가격 하락 더 머지의 예상일이 알려진 7월 15일 이후 그 기대감은 가격에 곧바로 반영돼 더 머지 당일까지 비트코인 대비 35%나 상승했다.
이런 상승은 다른 암호화폐들이 하드포크나 메인넷 업그레이드 등 큰 이벤트를 겪을 때 발생하는 코인 자체의 변화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중앙화 거래소들의 입출금 중단과 재개 이외에 일반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변화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더 머지 이후 그 기대감이 꺾여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채굴자들은 더 머지와 동시에 ETHW 등의 하드포크 코인들을 출시하거나 PoW 방식의 코인을 채굴하기 시작했다. 이더리움클래식(ETC)이나 레이븐코인(Ravencoin)은 해시레이트가 하루 만에 약 2~6배 증가했다.
채굴 시장과 밀접한 그래픽카드 제조사들도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의 마이닝 칩 수익은 계속 하락했고 EVGA는 아예 그래픽 카드 제조를 중단했다. HIVE 및 HUT와 같은 대형 이더리움 채굴 기업들은 ETC와 같은 채굴 가능 코인으로 사업을 전환할 계획이다.
더 머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더리움 2.0을 외치던 사람들도 있지만 이것이 개념적으로 완전한 이더리움 2.0 전환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더리움재단은 공식적으로 이더리움 2.0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프랑스 EthCC 행사에서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 창시자는 이더리움이 40%만 완성됐고 더 머지 이후에도 55%일 뿐이고 이후에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분명히 강조했다. 이더리움은 총 5단계의 마일스톤이 있는데, 더 머지(The Merge), 더 서지(The Surge), 더 버지(The Verge), 더 퍼지(The Purge), 더 스플러지(The Splurge)다.
비록 PoS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이더리움이 이를 적용했다는 점은 매우 특별하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큰 개발 인력 풀을 가졌고 모든 새로운 서비스가 이더리움 위에서 구현되며 다른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이더리움의 발자취를 따라오고 있다.
이제 이더리움 더 머지 이후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고 이는 전체 이더리움 로드맵에서 이제 막 절반을 지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더리움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곽태윤 디스프레드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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