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2022 ‘시대의 조류, ESG와 기업의 미래’ 세션 지상 중계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이재승 카카오 이사 등 발표자로 나서
발표자들은 이날 “ESG는 미래 세대를 위해 현재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가치”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지금과 같은 형태의 ESG 평가 방식은 지나치게 복잡하므로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표준화된 방식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SG는 금융권에서 먼저 제기된 개념이다. 현재 금융사별로 각각의 ESG 기준에 따라 투자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다양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기업들은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같은 경영 활동을 하더라도 평가 방식별로 등급 차이가 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날 세션에는 이일청 유엔사회개발연구소 선임연구조정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선임조정관은 “현재 유엔 내에도 ESG와 관련된 기관만 다섯 곳”이라며 “초기 단계지만 지금 이 다섯 곳이 모여 하나의 공통된 표준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계열사를 갖고 있는 카카오의 ESG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질문도 했다. 이에 대해 이재승 카카오 이사는 “카카오의 ESG 관련 의사 결정은 최고경영자(CEO) 단계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보다 구체화하는 별도의 조직이 운영되며 해당 조직의 제안은 전사적으로 공유돼 추진된다”고 말했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제주포럼은 세계적 전문가와 석학들이 제주에 모여 지구촌 평화 해법을 모색하는 담론의 장이다. 국내외 30여 개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갈등에서 평화로 : 공존과 협력’을 주제로 60여 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포럼에는 199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조제 하무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등을 비롯해 1997년과 2017년 노벨평화상 수상 기관인 헥토르 게라 지뢰금지국제운동(ICBL) 대표와 마리아 비야레알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운영위원 등이 연사로 나섰다.
◆이재승 카카오 이사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 카카오는 기업의 ‘존재 이유’로 두 가지를 강조한다.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 그리고 ‘연결을 넘어 의미 있는 관계로’가 그것이다. 존재 이유에서 보듯 카카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이라는 주제로 4가지 중점 분야와 12가지 실천 분야로 나눠 ESG 활동을 한다.
환경 부문에선 카카오 환경 경영 추진 체계를 도입했다. 2040년까지 온실가스를 100% 감축하는 넷 제로를 목표로 한다. 카카오의 탄소 감축량을 환산한 데이터인 ‘카카오 탄소 지수’를 통해 친환경 성과를 검증한다.
친환경 서비스로는 공유 전기자전거 T바이크를 서비스하고 친환경 자체 브랜드 ‘메이커스 프라임’를 도입했다. 또 카카오프렌즈 ‘제로 웨이스트’ 상품을 출시했다.
사회 부문에선 2021년 1월 인권 경영 철학과 원칙을 담은 인권 경영 선언문을 제정했다. 카카오는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트랙이란 이름으로 2007년부터 제주대와 산학 협력을 하고 있다. 123명의 졸업생 가운데 전공 분야 취업률은 82.1%에 달한다. 또 공급 과잉 농수산물을 제값 하는 먹거리로 기획하는 브랜드 ‘제가버치’를 운영하고 있고 카카오의 서비스 플랫폼 노하우를 교육하는 ‘카카오 클래스’도 진행 중이다.
이용자 디지털 권리 보호를 위해 ‘알고리즘 윤리 헌장’을 2018년 제정했다. 2021년에는 증오 발언 근절 원칙을 수립해 서비스 내 게시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2022년 4월에는 디지털 접근성 책임자(DAO)를 선임해 장애인·노약자·청소년 등의 디지털 접근성을 강화 중이다.
카카오는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한다. 제주를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인 카카오는 도내 사회 복지 기관과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인터넷하는 돌하르방’ 프로그램, 제주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제주임팩트챌린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ESG 평가의 시사점’ 공신력 있는 기관의 ESG 평가 결과는 금융사의 ‘투자 결정의 기준’이 됐다. 문제는 기업들이 각 기관의 평가 결과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평가 결과는 기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기아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으로 ‘CCC’ 등급을 받았지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준으로 ‘A’ 등급을 받았다.
각 평가사들의 평가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각 부문에 대한 비율 차이 때문이 가장 크다. 예를 들어 A 평가사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해 각각 33%씩 배분해 평가한다면 B 평가사에선 환경 50%와 사회·지배구조에 대해 25%씩 가중치를 두고 평가하는 것이다.
현재 ESG 평가에서 가장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은 지배구조 부문이다. 이유는 산업별로 특성이 달라 환경 부문을 정량화하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배구조가 조금만 갖춰져 있으면 평가 점수가 크게 높아진다. 일례로 보험 산업은 사실상 환경 항목에 대입할 데이터가 없다. 그래서 지배구조의 평가 비율이 75%에 달한다.
현재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것은 MSCI의 기준이다. MSCI는 3가지 영역에서 10개의 주요 주제, 35개의 이슈 항목, 200개 이상의 세부 지표를 가지고 ESG를 평가한다. 한국은 K-ESG가 영향력이 있다. 공시를 비롯해 4가지 영역에서 27개 범주를 대상으로 61개 항목을 평가한다. 대신경제연구소는 3가지 영역에서 35개 범주를 가지고 206개 지표에 대해 평가한다.
또한 기업들이 알아 둬야 할 것이 있다. 현재 ESG 평가시 언론의 기사 데이터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대신경제연구소는 지난 5년간 1만7761개의 기사를 가지고 기업 ESG를 평가했다. 즉 다른 분야에서 잘해도 부정적 기사가 쏟아져 나오면 ESG 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언론사도 ESG 평가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ESG 평가는 지속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대신경제연구소·한국기업지배구조원·써스틴베스트 등 한국의 3대 ESG 평가사는 현재 공통의 툴을 만드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또 평가의 디지털화도 이른 시일 내에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글로벌 트렌드로는 ESG 중 환경 부문만 주목해 평가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SG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환경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지배구조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환경 부문을 보다 ‘인사이트’를 가지고 평가하자는 것이다.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SG 환경 변화와 기업의 대응’ 환경은 국제 사회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ESG의 시작은 파리기후협약이다.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국제적 합의 문서다. 한국도 여기에 합의했다. 특히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회는 ESG 중 특히 최근 주목받는 요소다. 2021년 기준 사회 요소 관련 뉴스는 ESG 중 가장 많이 보도됐다. 그간 가장 많이 등장하던 지배구조 관련 뉴스(7581건)보다 1.7배나 많았다. 또 ‘공급망 리스크’ 사건·사고 발생 기업은 전년 대비 145개사에서 151개사로 소폭 증가한 반면 보도된 기사 수는 약 2배(1677건→2885건)나 증가했다.
ESG는 최근 변화를 요구받는다.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방산 기업과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ESG 투자에서 외면 받던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 반면 ESG 투자 실적은 저조하다. MSCI USA 에너지 지수는 상승세지만 MSCI ESG 지수는 하락세다.
이와 함께 미국의 웨스트버지니아 주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에너지 회사와의 거래를 거부하거나 사업 관계를 끊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주 재무부가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블랙록·JP모간·웰스파고 등에 대해 주 재무국장이 주 정부에 추진하는 사업의 운영권을 주지 않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애리조나 주에서는 블랙록 등이 가입한 기후 행동 투자자 그룹인 ‘클라이메이트 액션 100+’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그린 워싱’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의 ESG 채권 발행액은 2019년 말 26조7700억원에서 2022년 6월 기준 179조758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ESG 금융이 급성장함에 따라 해외에선 그린 워싱에 대한 규제가 강력해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BNY멜론은행에 대해 ESG 투자 정책을 잘못 기술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50만 달러(약 19억원)를 부과했다. 또 골드만삭스의 ESG 펀드는 SEC에서, 도이체방크의 ESG 펀드는 미국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중이다.
한국도 ESG 금융이 늘어남에 따라 그린 워싱에 대한 제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ESG 워싱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며 “금감원도 한국의 금융권 특성을 감안한 감독 정책을 정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최근 ESG 관련 활동에 대한 표준화된 공시 기준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제회계기준원(IFRS)은 올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설립했다. ISSB는 올해 3월 지속 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IFRS S1(일반 요구 사항)과 IFRS S2(기후 관련 공시)에 대한 초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7월 한국의 백태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가 ISSB의 초대 위원에 선임돼 한국의 경제와 기업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앞으로 ESG 규제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의무 대상은 상장사 중 자산 1조원 이상의 기업으로 2026년까지 상장사 전체가 제출해야 한다. 또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ESG) 공시는 2030년까지 모든 상장 기업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업들은 ESG 전환에 따른 비용을 준비해야 한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가 나오지 않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로 전환할 계획인데 그러면 최대 40조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포스코 연간 이익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는 앞서 소개한 ESG 금융의 성장과 연계돼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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