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헌 서대문구청장 인터뷰 “서울 54개 대학 중 9개 우리 구에…인적 자원과 연구 시설이 강점”
“서울에 있는 대학 54개 중 9개가 서대문구에 있습니다. 이런 자치구는 없습니다. 마포구에 있는 홍익대·서강대까지 합치면 신촌 지역에만 11개 대학이 있는 셈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신촌 지역의 특성을 살려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람들이 찾아와 같이 연구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간이 필요합니다.”지난 6·1 전국 지방 선거를 통해 취임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경의선 지하화로 서대문구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구청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20년 넘게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은 ‘서대문 토박이’이다. 이 구청장은 “경의선을 지하로 다니게 하고 여기에서 확보되는 유휴 철도 부지에 지역 대학과 연계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산학연구단지와 바이오연구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구청장으로서 지역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서대문’, ‘서울의 중심 도시 서대문’을 만들겠다고 밝힌 그가 어떻게 서대문구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까. 지난 8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타운사업단 에스큐브에서 이 구청장을 만났다.
6·1 전국 지방 선거를 통해 취임했습니다.
“2012년 18대 국회 임기가 끝났으니 딱 10년 만에 공직에 복귀했습니다. 취임 후 많은 주민을 만났는데 서대문의 지역 발전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10년 만에 일할 기회를 주신 구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서대문 발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진행됐던 일도 있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도 있죠. 일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합니다. 우리 구의 지역 발전에 필요한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공약은 무엇인가요.
“서대문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서대문, 서울의 중심 도시 서대문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재개발 신속 지원을 통한 주거 혁신입니다. 서대문에는 60여 곳의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있어요. 하지만 그동안 각종 제한과 규제로 사업이 지연되며 발전이 더딘 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죠. 이를 탈피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재개발·재건축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시와 함께 ‘신통개발’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 지역은 ‘모아주택’과 ‘모아타운’ 방식으로 추진해 서대문의 지역 발전을 촉진합니다. 홍제천과 불광천 주변 수변 감성 도시를 통해 문화 혁신을 이루고 유진상가와 인왕시장을 강남의 코엑스와 같은 서북부 랜드마크로 개발해 지역 발전을 견인하겠습니다.”
경의선을 지하화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경의선 지하화는 오랜 기간 우리 지역의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열차가 서대문 전역을 관통해 하루 450여 회를 지나며 많은 소음과 분진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어 왔고 지역 발전에도 현저한 악영향을 끼쳤어요. 서울역에서부터 수색까지 이어지는 경의선 철도를 지하로 한다면 지상이 확보되고 여기에 건물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공원도 만들고 영화관과 벤처기업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 산학 공동 단지 등을 만들 수 있죠. 중앙정부와 서울시에도 적극적인 동참과 지원을 부탁하고 있어요. 상당히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국비·시비뿐만 아니라 민자 유치를 통해서도 사업을 추진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대문구의 창업 관련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서대문구에는 대학이 많은 만큼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에 연세대·이화여대·명지전문대·서울여자간호대 등 4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캠퍼스타운 사업으로 연세대 에스큐브 1‧2호점을 비롯한 창업 공간을 조성해 창업팀을 발굴하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올해 4개 대학에서 총 104개 창업팀을 선발해 공간 제공과 창업 교육 등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죠. 이 밖에 신촌 지역에는 숙박형 창업 입주센터인 청년창업꿈터 1‧2호점, 대학생·청년층을 비롯해 모든 창업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인 서울창업카페 신촌점이 있습니다. 청년 외식 창업 지원을 위한 신촌 박스퀘어, 청년 문화 시설인 신촌 파랑고래, 청년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간인 신촌 문화발전소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 관련 시설도 조성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세대 창업지원단, 이화여대 창업보육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보육센터로 지정돼 있고 많은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홍제 지역에는 서대문구 창업보육센터를 서울시립대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고 중·장년층의 취업·창업을 지원하는 서대문50플러스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업 지원에서 서대문구만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서대문구에는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9개 대학이 있습니다. 9개 대학에서 보유한 양질의 인적 자원과 연구 시설이 서대문구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대학이 보유한 자원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고 교육 도시로서 손색없는 인재 육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죠. 이러한 강점을 살려 대학과 연계한 산학공동연구단지를 많이 만들 계획입니다. 지금 캠퍼스는 공간이 포화 상태예요. 현저동에 있는 군부대를 이전하게 되면 약 3만9669㎡(1만2000평)에 달하는 공간이 생깁니다. 이 공간을 개발해 학교 연구 인력들이 기업체와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공동연구단지를 만들 예정입니다. 대학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총장님들을 만나고 있고 이 부분에 적극적으로 동의해 주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제도적 지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혁신 스타트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용어가 ‘창조적 파괴’라고 합니다. 혁신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이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입니다. 서대문구는 관내 기업체와 소상공인이 불합리한 규제로 겪는 애로 사항과 개선 의견을 청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찾아가는 규제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서대문구에는 캠퍼스타운을 운영하는 대학이 많습니다. 어떤 시너지가 있나요.
“서대문구는 2020년부터 캠퍼스타운 종합형 사업에 연세대, 단위형 사업에 이화여대·명지전문대·서울여자간호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청년 문화 조성과 창업 역량 강화를 위해 대학 간 클러스터를 운영해 상호 교류 체계를 마련했죠. 2023년에는 종합형에 이화여대, 단위형에 명지전문대가 재선정돼 캠퍼스타운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상생‧발전을 위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협업 전략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창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됐지만 창업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창업에서 서대문구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서대문구의 역할은 청년 창업 공간, 스타트업 청년 주택 등 청년 창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 성공해 지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는 사업 환경 조성이 중요해요. 창업을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이 공간이겠죠. 서대문구는 아주 작은 창업이라도 창업의 문턱을 낮춰 주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공간을 지원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신촌 박스퀘어입니다. 신촌 박스퀘어는 서대문구청에서 공공 임대 상가로 조성한 매장형 창업 공간입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창업하려는 청년을 선정해 저렴한 비용에 공간을 지원합니다. 이 밖에 창천동에 154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스타트업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임대 주택을 건립하고 있어요. 2023년 5월 말 준공되면 스타트업 청년 1인 가구가 입주할 예정입니다. 이곳을 통해 청년들이 주거 걱정 없이 창업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임기 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신촌 등을 중심으로 ‘신대학로’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젊은층이 북적이는 거리로 만들고 싶어요. 서울시와 협력해 지역 내 연세대·이화여대·추계예술대·명지대 등 대학들과 인근의 홍익대와 서강대를 연결하는 신대학로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그 연결 고리의 중간에 있는 경의선 지상 철도를 지하화해 지상 공간에는 청년들을 위한 공연장과 같은 문화·예술 시설과 창업 지원 시설 등도 조성할 예정입니다. 신대학로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통해 K-컬처 기업을 육성하고 젊은 문화 소비자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해 신촌 거리를 신문화 상권인 K-컬처산업벨트로 조성하겠습니다. 주어진 4년의 임기 동안 발전이 정체된 서대문의 재도약을 위해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창업 초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서대문구는 창업 공간과 주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다. 창업하려는 분들이 주저하지 않고 창업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서대문구가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줄 겁니다. 대한민국의 스타트업을 이끌어 갈 유니콘 기업이 서대문구 창업 기업에서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서대문구도 창업가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진호 한경잡앤조이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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