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방법에 따라 저작권자 및 개인 초상권 침해 여부 발생할 수 있어
[지식재산권 산책] ‘로지’, ‘무아인’, ‘루시’, ‘한유아’, ‘래아킴’ 등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가상 인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상 인간은 대중의 이목을 끌 뿐만 아니라 톱스타를 섭외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고 실제 연예인들의 이미지 실추로 인한 리스크도 방지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그 무엇보다 가상 인간은 다가올 메타버스 세상을 선점할 수 있는 교두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가상 인간은 어떻게 만들까. 만들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법률적인 문제는 없을까.
요즘 가상 인간은 AI를 이용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일정한 기준을 설정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초상과 음성을 소재로 사용해 새로운 얼굴과 외형·음성을 만들어 낸 다음 이와 같은 외관과 음성으로 가창이나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AI 학습의 소재로 타인이 제작한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한다면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데이터베이스 제작자는 그의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복제·배포·방송 또는 전송할 권리를 가지는데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복제’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한편 AI가 학습하는 소재들이 ‘저작물’이라면 원칙적으로 각 저작권자들의 허락도 필요하다. 그런데 수많은 소재들을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학습해야 하는 AI의 특성을 감안하면 모든 ‘저작물’에 대해 일일이 그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가 된다.
현행 저작권법상으로도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또는 공정 이용 조항을 통해 AI의 저작물 학습을 적법하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 조항은 일반 조항으로서 사후적으로 해당 여부를 따져봐야 하므로 사업자들로서는 불안하다.
이에 2021년 1월 발의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에서는 ‘정보 분석을 위한 복제·전송’이라는 제목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 분석 기술을 통해 다수의 저작물을 포함한 대량의 정보를 분석해 추가적인 정보 또는 가치를 생성하기 위한 것으로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지 않는 경우에는 필요한 한도 내에서 저작물을 복제 및 전송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바 있다. AI 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도 위와 같은 조항이 조속히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수의 일반인 또는 연예인들의 초상이나 음성을 합성해 새로운 가상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소재로 사용된 개개인들의 초상이나 음성에 대한 인격권이 문제가 된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가상 인간의 초상이나 음성은 소재로 사용된 개개인들의 초상이나 음성과는 전혀 다를 수 있는데 그렇더라도 개개인의 초상이나 음성이 허락 없이 사용됐다면 인격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개개인들이 자신의 초상이나 음성이 사용됐는지 여부를 과연 알 수 있을지 의문도 들지만 이는 증명의 문제일 뿐 허락 없는 사용이 정당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가상 인간의 가창이나 연기를 위해 실존 인물의 가창을 사용하거나 실존 인물의 모션 캡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실연 대상 저작물의 저작권자에게 복제·전송 등 허락을 받아야 한다. 나아가 실존 인물의 실연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실연자에게 저작인접권(복제·전송 등)에 대한 허락도 필요하다.
실존 인물을 그대로 가상현실에 구현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실존 인물의 초상권·음성권 등 인격권이 문제된다.
실존 인물이 유명인인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도 문제되는데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초상·음성·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 경쟁 행위로 규정해 보호하고 있다.
실존 인물의 가창이나 연기를 구현한다면 실연 대상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실연자의 저작 인접권에 관한 허락도 당연히 받아야 한다.
김우균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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