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가 아닌 ‘덕분에’를 떠올려야…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이 핵심
[경영 전략] 조직에서의 일은 항상 힘들다. 이유는 무엇일까.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일까, 아니면 자신이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자꾸 나타나서일까. 그럴 수도 있다.하지만 업무량은 물론 어렵고 거부당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상위 리더와 협의해 가며 풀어 나갈 수도 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문제는 미안한 얘기지만 자기 역량을 높여야만 한다.
일이 힘든 진짜 이유는 ‘나의 의지’를 벗어나는 상황이 자꾸 생기기 때문이다. 무슨 의미일까. 예를 들어 보자.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된 당신. 조직 차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라 주말 근무도 해 가며 모르는 분야는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묻고 도움을 받아 가며 최선을 다해 계획을 세웠다.
그 덕분일까. 기획안이 무사히 통과돼 본격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때가 됐다. 여기까지는 비록 힘은 들지만 할 만하다.
이때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이번 프로젝트 진행에 꼭 필요한 협력 업체 담당자가 이직을 하게 됐다며 다음에 더 좋은 기회로 함께 일해 보자고 말한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어떤가. 자신은 최선을 다했는데 외부 환경이나 다른 사람 때문에 그것이 어그러지는 상황. 일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럴 때는 정말 맥이 탁 풀리면서 일하기 싫어진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일을 놓아 버리면 미안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것을 이겨내야만 한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하고 냉정하게 말해 이를 잘 이겨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게 ‘진짜’ 일을 잘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선 이를 회복 탄력성이라고 말한다. 회복 탄력성의 사전적 의미는 역경이나 시련, 실패가 왔을 때 무너지지 않고 원래의 안정적 상태로 되돌아 오는 능력을 말한다.
회복 탄력성을 위해 시도해야 할 것‘공’에 빗대 보면 이해하기 쉽다. 유리로 만든 공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그냥 깨진다. 하지만 고무공은 어떤가. 자기가 세게 던지면 오히려 자신이 던진 위치보다 더 높이 튀어 오른다.
회복 탄력성이 있다는 것은 고무공 같은 삶을 산다는 의미다. 자신이 통제·관리할 수 있는 상황보다 그렇지 않은 것이 훨씬 더 많은 조직 생활에서 회복 탄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업무 상황에서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다음 질문에 답해 보자. 예상하지 못한 추위가 닥쳤다. 이때 당신 머릿속에 다음 두 문장 중 어떤 말이 더 먼저 떠오르는가.
1. 갑자기 추워진 것 때문에 아침 출근길이 너무 힘들어.
2. 갑자기 추워진 덕분에 출근길에 정신이 번쩍 드네.
만약 머릿속에 2번이 먼저 떠올랐다면 당신의 회복 탄력성은 희망적이다. 추위에도 굴하지 않는 의지력 때문이 아니다. 바로 ‘덕분에’라는 키워드 덕분이다.
이를 제대로 보여준 연예인을 한 TV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미스트롯2’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수 양지은 씨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릴 때 중이염을 심하게 앓아 왼쪽 귀 청력이 없다”며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있듯이 귀도 마찬가지인 줄 알았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지냈느냐’고 안타까워했지만 이 상황에 대한 양지은 씨의 답변이 놀라웠다.
그는 “입안에서 울리는 진동도 잘 느끼고 발음을 뚜렷하게 하려고 연습한 덕분에 딕션(발음)이 좋아졌다”며 “한쪽 귀가 안 들리는 게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흔하지 않은 장애를 ‘탓’하기보다 그 ‘덕분에’ 좋아진 것을 생각하는 노력, 이게 회복 탄력성의 핵심이다.
조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설명해 보자. 글을 시작하면서 조직에서 일이 힘든 것은 ‘나의 의지’를 벗어나는 상황이 생길 때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함께 일하는 동료 구성원에게 갑자기 사정이 생겨 그 업무까지 내가 맡게 됐다면….
가뜩이나 기존 일도 많은데 그 직원 ‘때문에’ 자신이 더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는가. 그렇다. 이게 당연하다. 그런데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놀랍게도 그 동료 ‘덕분에’ 기존에 해 보지 않았던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
‘때문에’가 아닌 ‘덕분에’를 떠올리는 것, 이게 개인이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시도해야 할 일이다.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쉽지 않은 상황에 ‘덕분에’를 떠올린다는 것은 물론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마인드를 가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핵심은 ‘감사’의 마음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게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는 의미다.
매일 같이 벌어지는 일상에서 감사할 일이 무엇이 있느냐고, 가뜩이나 업무 하느라 힘든데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는 게 뭐가 고맙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 기존처럼 생각하고 보던 대로 행동하면 이 세상은 불평할 것투성이다. 힘든 출근길, 쏟아지는 업무 등등 주변엔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뿐이니까….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 보면 어떨까. 잠에서 깨어나 힘든 출근길을 나서야 하지만 ‘나를 찾아주고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 아닐까.
또 자기에게 ‘동료의 빈자리를 채워 줄 만한 역량이 있다는 것’ 역시 감사해 할 수 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것 역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고마운 게 될 수 있다.
오해하지 말자. 현재에 만족하고 세상을 무조건 아름답게만 보라는 게 아니다.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며 ‘그냥 그렇게’ 지내는 게 아니라 현재의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조직’에 더 나은 가치를 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동료의 빈자리’를 제대로 채워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감사한 마음으로 찾는다는 의미다.
이를 실천에 옮겨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추천할 만한 루틴이 있다. 바로 ‘일기 쓰기’다. 오늘 하루 중 ‘감사’할 일이 무엇이 있었나 생각해 보고 기록하는 것이다.
처음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찾고자 하면, 그래서 이를 기록하면 신기하게도 더 많은 게 보인다.
바로 ‘컬러 배스 효과’ 덕분이다. 이는 한 가지 색에 집중하면 그 색을 가진 물건들이 더 많이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스스로 감사할 일을 찾다 보면 그런 게 더 많이 보이고 의식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덕분에 자기 주변 사람들 역시 ‘감사’의 영향을 받을 테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변화다.
하루하루의 삶을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기나 역경은 참 싫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만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왕 부딪쳐야 한다면 와장창 깨지기보다는 덜 아프게 튀어 오르는 게 낫지 않을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스스로의 회복 탄력성을 한 번쯤 되돌아 보면 좋겠다.
김한솔 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장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