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여기어때 대표 “작년 매출 2000억 돌파…가치 1조원 '유니콘'으로 등극”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여행 리더 2
사진=성종윤 기자
사진=성종윤 기자
대표직을 맡고 나서 큰 화제가 됐다.
“금융업 종사자가 정보기술(IT)업계로 왔으니 눈에 띈 것뿐이다. 원래 CVC캐피탈파트너스 한국 대표로 일했다. ‘여기어때’ 인수 작업 중 경영권을 확보했고 지난해 5월 이곳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정 대표는 서울대 기계공학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을 나와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 기업 인수·합병 등 금융 분야에 오래 몸담아 왔다.) 학부 때 공학을 전공해 IT가 아주 낯설지 않고 여행도 좋아한다.”

최고경영자(CEO)로 자리 옮기고 현재까지 성적은 어떤가.
“운이 좋았다. 브랜드 선호도, 인지도, 최선호 애플리케이션(앱) 순위 같은 지표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앱 자체만 봐도 1년 전에 없던 서비스가 대폭 늘었고 사용성도 훨씬 좋아졌다. 브랜드 서베이를 많이 하는데 유저 반응이 좋다. 그 덕분에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420만 명을 달성했고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여행 분야 앱 신규 설치 순위 1위를 기록 중이다.”

경영 성과는 어떤가.
“2021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59.2% 증가했다. 2000억원이 넘는다. 물론 영업이익도 34%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실적도 전년 이상의 성장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익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올 4월에 500억원 규모의 미래에셋캐피탈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 1조2000억원을 인정받아 ‘유니콘’에 등극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운이 좋았고 노력도 많이 했다. 일 단위, 주 단위, 월 단위, 분기 단위별로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 놓고 매일 고민한다. 매일 일하는 꿈을 꾸지만 이런 긴장감이 즐겁고 재미있다. 아침마다 임원 회의를 한다. 데이터에 따라 빠른 의사 결정도 우리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 지역 호캉스 검색이 상승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 종로 호텔들과 연계한 특별한 이벤트를 당일 저녁에 내놓기도 한다. 해외 온라인 여행사(OTA : Online Travel Agency)가 본사 승인을 받느라 대기하고 있는 사이 우리는 이미 서비스를 내놓는다.”

호텔과의 협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협의하면서 되는 곳 몇 군데만 먼저 작게 시작하기도 한다. 우리 앱이 재미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있고 여행 욕구도 자극해야 한다. 다 갖춰 놓고 뭘 하려면 이미 그만큼 시간은 지나고 소비자의 관심도 사라진다.”

상품 개발이나 서비스의 기준은 무엇인가.
“물론 트렌드다. 가장 주목하는 현상은 즉흥적인 여행 수요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1년 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워 때맞춰 여행 가는 시대가 아니다. ‘이번 주말에 날씨 좋은데 어디 다녀올까’라는 식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숙소를 잡아 하룻밤이라도 여행 기분을 만끽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숙소 자체가 중요한 목적이자 경험이 됐고 호캉스도 늘었다. 우리는 이런 움직임에 따라 호텔·펜션·풀빌라 같은 여러 형태의 숙소를 소개하고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그런 트렌드를 서비스로 어떻게 접목하나.
“프리미엄 블랙, 홈앤빌라 서비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감성적이고 색다른 숙소만 모은 것들이다. ‘나를 위한 근사한 휴가’라는 타이틀로 최고급 숙소만 소개하는 프리미엄 블랙 서비스는 전국의 풀빌라나 인피니티 풀만 모았다. 사진만 봐도 여행 감성을 자극하는 숙소가 많다. 홈앤빌라는 프라이빗하고 테마가 있는 숙소 서비스다. 집을 빌려줄 호스트도 계속 모집 중이다. 요즘 한창 인기 끌었던 한옥부터 돌담집, 숲속 숙소 등 색다른 곳이 많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이런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행 앱으로 확실한 브랜딩에 성공한 올여름 '여기어때' 광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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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나.
“우리 앱 이용자 중 70%가 2030세대다. 타사 앱 대비 여성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젊은 여성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당연히 감성 숙소에 대한 소비가 높아진다. 점점 소비자층이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는 대학생부터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가벼운 여행을 즐겨 하고 이미 여행의 경험이 많다.”

이용자 비율에 따른 또 다른 특징이 있나.
“비정형화된 여행을 선호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남들 다 가는 여행 코스를 찾지 않는다. 제주도를 처음 간다면 한라산이나 오름 한 번 오르는 기본적인 여행 루트를 따라가지만 서너 번 방문한 사람은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을 원한다. 최근 지인이 제주도에서 한 달 정도 머무를 예정이라고 하기에 휴가냐고 물어봤더니 재택근무를 신청했다고 하더라. 코로나19 기간에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여행과 생활을 접목하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비정형화된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 또 다른 상품이 있나.
“친환경 트렌드를 여행에 접목한 쓰봉클럽 투어가 좋은 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플로깅이라고 해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여행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플로깅 여행 문화 확산을 위해 현장 참여형 유튜브 예능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이트에 오픈된 ‘여행 탄소 배출량 계산기’ 서비스를 활용한 협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캠페인이었다. 콘서트팩 ‘섭지코지’라고 제주 섭지코지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가수 로꼬, 미노이의 프라이빗 콘서트를 즐기는 여행도 기획해 본 적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달라질 여행 트렌드가 있나.
“해외여행만이 줄 수 있는 로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앱도 계속 해외 서비스를 늘려 나가는 중이다. 최근에도 해외 항공과 숙소를 묶은 해외 특가 서비스를 론칭했다. 하지만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편함도 있지만 아직 가격 경쟁력이 낮다. 해외 항공은 규모의 경제다. 그런데 상용 수요나 출장 수요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특히 화상회의에 익숙해진 비즈니스맨들이 전처럼 출장을 가지 않는다. 화상 회의만 해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를 대체할 여행 수요가 있나.
국내 여행은 더 자주 갈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하면 국내 여행객은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본다. 한국에 가볼 곳이 많다는 인식도 크게 늘었다. 그래서 최근 ‘지금, 여기’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국내 곳곳을 다니며 여행 스폿을 감성적인 영상으로 보여준다. 늘 뻔한 것만 보여주면 재미없지 않은가. 경기도 시흥의 갯골생태공원이나 경남 거제 근포동굴도 소개했다. 영상을 보다 이곳 한 번 가보고 싶다, 생각이 들면 바로 인근 숙소를 찾아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연동해 놓았다.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지만 영상 뷰가 꾸준히 늘고 있다.”

OTA 시장은 커질 것 같나.
“그렇다. 지금 1세대 OTA 앱 중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번 틀을 만들면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시대에 따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서비스가 그들의 결정을 좀 더 쉽게 만들어 주는지 계속 탐구해야 한다. 물론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다. 최저가 서비스는 무엇보다 신경 쓰는 부분이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앱의 트래픽이 늘어나야 협약을 맺은 숙소도 만족하면서 우리 앱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서비스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소비자 반응에 답이 있다. 작년 9월 우리 앱에 접속했다면 공간 대여, 렌터카, 해외 항공 등의 서비스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취임 이후 새로 만든 서비스들이다. 당시에는 지도뷰도 없었다. 지도뷰는 요즘 세대가 여행을 결정하기까지 어떤 선택의 과정을 거치는지 탐색해 만들어진 서비스다. 서비스 출시, 브랜딩 이미지 등을 위해 매달 브랜드 서베이를 실시하고 포커스 그룹 인터뷰나 소규모의 사람을 모아 심층 인터뷰를 할 때도 있다. 사용자 경험(UX), 사용자 환경(UI) 테스트 등 서비스 하나를 론칭하기까지 끊임없이 시도하고 묻고 개선하길 반복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여행 스타일에 맞춰 ‘여기어때’ 서비스의 진화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이선정 기자 sjlgh@hankyung.com
사진 성종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