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색감 루즈한 핏으로 MZ세대에게 호평…지포어·PXG와 함께 백화점 매출 최상위
“말본골프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꽤 반응이 좋아요. 색감도 다양하게 쓰고 디자인도 올드하지 않아 요즘 많이 찾는다고 해요. 가격도 골프 하는 사람들 기준으로는 부담이 덜하고요. 짧은 시간 내에 이 정도로 자리 잡기 힘든데 성공했다고 봐야죠.”미국 골프웨어 업체 ‘말본골프’에 대해 묻자 패션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지난해 8월 한국에 첫 론칭한 이후 1년 만에 말본골프는 백화점 기준 골프웨어 매출 상위권에 안착했다. 오프라인 매장 수는 41개가 됐고 올해 예상 매출액은 55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타깃으로 한 전략이 한국 시장에서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디자인. 기존의 골프웨어는 주로 몸에 딱 붙는 스타일이었다. 말본골프는 이른바 ‘추리닝’처럼 좀 넉넉한 모양새다. 가격 정책도 절묘했다. 골프웨어는 중저가와 고가 시장이 나뉘어져 있는데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MZ세대가 ‘약간 무리’하면 살 수 있는 가격대다.
골프웨어 시장의 세대교체를 이끄는 말본골프가 앞으로도 한국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LA에서 시작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말본골프는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말본골프의 타깃 고객은 MZ세대다. 젊은 세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골프의 상징인 골프공이 모자를 착용한 모습의 캐릭터 ‘버킷(BUCKETS)’을 만들고 이를 시즌 컬렉션 테마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하이라이트브랜즈가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킨텍스점에 매장을 내며 공식 론칭했다. 첫 론칭 당시 말본골프 마케팅부문을 총괄한 이영미 하이라이트브랜즈 상무는 “미국과 유럽 등을 무대로 젊은 골퍼 사이에서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말본골프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만한) MZ세대 트렌드에 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 체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MZ세대 골퍼가 재미나게 향유할 수 있는 골프 콘텐츠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말본골프 관계자는 “기존의 획일화·정형화된 퍼포먼스 무드의 골프웨어를 탈피하는 것이 목표”라며 “캘리포니아풍의 자유분방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담은 스타일리시룩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분방함과 위트를 살려 골프웨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소재 및 패턴 활용과 루즈한 실루엣으로 유행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디자인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본골프의 주요 제품 라인은 팬츠·티셔츠·맨투맨·모자·골프백·액세서리 등이다. 의류의 가격대는 30만~60만원대다. 골프백은 60만~80만원대 등으로 구성된다. 말본골프가 인기를 끌자 내친김에 한국 패션의 중심지인 압구정 도산대로에 ‘플래그십’ 스토어도 냈다. 지난 9월 문을 연 ‘말본 6451’이 그곳이다. 숫자 6451은 플래그십 스토어가 자리한 도산대로 골목의 번지수다. 말본골프는 플래그십 매장의 차별화와 고객 방문을 늘리기 위해 말본 6451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단독 컬렉션도 시즌에 맞춰 출시, 판매할 계획이다.
말본6451은 말본골프가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말본골프 창립자인 스테판 말본과 에리카 말본 부부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적극 참여했고 실제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테판 부부의 저택을 모티브로 한다. 특히 부인 에리카 말본은 이번 플래그십 매장의 내부 인테리어를 주도했다.
말본골프 관계자는 플래그십 매장 위치에 대해 “골프웨어 브랜드가 집중된 유통 상권 대로변이 아닌 고객이 ‘찾아가야 하는’ 골목 상권을 선택했다”며 “도산대로라는 MZ세대에게 힙한 공간을 선택하면서도 브랜드 스토리 경험이 가능한 숨겨진 보물 창고 느낌을 주기 위한 설정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스타 팔로워 수만 2만4000명말본골프는 현재 한국의 골프웨어 시장을 선도하는 주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 따르면 말본골프는 코오롱FnC의 브랜드 ‘지포어’, 카네의 브랜드 ‘PXG’와 함께 현재 주요 백화점 매출 3위권 안에 속하는 대표 골프웨어 브랜드가 됐다.
말본골프가 강조하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말본골프는 한국 마케팅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중심으로 진행한다. 10월 5일 기준 팔로워는 2만4000명이다. 골프웨어 중 최근 가장 핫하다고 평가됐던 지포어의 한국 인스타그램 계정(2만3000명)과 맞먹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운 전략이 고객들이 쉽게 말본골프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한 요인으로 보인다”며 “특히 백화점에서 공격적으로 입점하면서 이른 시간 내에 고객 접근성을 확대한 것도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격대는 중고가에 형성돼 골프를 하는 고객들로서는 상대적으로 구매에 부담이 덜한 편에 속하는 브랜드”라며 “어느 정도 레벨에 올라선 브랜드는 실패 가능성이 낮다. 인지도를 끌어올렸으니 앞으로도 웬만하면 매출이 나올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말본골프는 디자인이 캐주얼해 일상복으로 입기도 충분하다. 굉장히 트렌디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말본골프는 한국에 들어온 지 1년 만에 오프라인 매장을 41개까지 늘렸다. △현대백화점 본점·판교·목동·킨텍스·대구·천호·울산·중동·더현대서울·무역센터(10개) △롯데백화점 잠실·본점·인천·동탄·평촌·부산·노원·창원(8개)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센텀시티·대구·하남·대전·경기·의정부·영등포·마산·김해(11개) △갤러리아 압구정·타임월드 등 주요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고 별도 대리점 형태로 한남점·도곡점·수원점·대구성서점·전주점이 있다.
말본골프의 인기는 수치로 증명된다. 말본골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국 론칭 당시 현대백화점 목동점·킨텍스점·판교점 등을 시작으로 백화점 내 공식 매장을 오픈했는데 입점 2개월 만에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3개가 월매출 2억원을 달성했다.
또 지난해에는 당초 계획한 연 목표 매출 대비 150% 이상의 초과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내세운 목표 매장 수치(32개)는 이미 달성했다. 말본골프의 연매출 목표는 550억원이다.
말본골프의 올해 오프라인 매장 평균 매출은 월 2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2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브랜드가 말본골프·PXG·지포어 등 3곳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말본골프는 한국 론칭 1년 만에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말본골프 관계자는 “골프웨어 브랜드 각축전이 심한 곳에서 이룬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며 “1호 매장인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출점 1개월 반 만에 골프웨어 존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9월 운영한 신세계 강남점 팝업스토어는 1개월 만에 매출 2억원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제품 판매 성적도 마찬가지다. 말본골프가 지난해 MZ세대 취향에 맞춰 가을 시즌 품목으로 선보인 스타디움 점퍼는 1차 예약 판매 시 모두 완판됐고 MZ세대 필드룩으로 꼽히는 바람막이 아노락도 판매 개시 한 달 만에 준비한 전체 물량의 90%가 소진됐다.
말본골프 관계자는 “분위기가 좋아 올해 설정한 매출 55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년 사업 목표는 올해 성장률을 토대로 설정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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