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새로운 것에 목마른 소비자들…차별화된 점포로 브랜드에 ‘포인트’
[비즈니스 포커스]10월 3일 찾은 롯데월드타워 지하 1층에 있는 ‘엔제리너스 롯데월드몰B1’은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엔제리너스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인테리어부터 달랐다. 화이트 톤으로 구성한 매장은 세련되면서도 모던함이 돋보였다.
그다음은 메뉴. 매장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빵과 케이크다. 커피숍보다는 빵집에 온 느낌을 받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베이커리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음료 역시 기존 엔제리너스에서 찾을 수 없는 다양한 ‘시그니처’ 메뉴들을 판매 중이었다.
매장 구성도 차별화를 뒀다. 우선 한쪽에는 ‘커피 맛집’에는 무조건 있다는 커피 로스터리를 아담한 규모로 마련됐다. 이 점포는 이를 활용해 매일 아침 신선한 원두를 직접 로스팅한 뒤 손님에게 제공한다.
‘에이 라운드’라는 이름으로 별도 공간도 빼놓을 수 없다. 내부를 어두컴컴하게 꾸며 놓은 장소로, 빔 프로젝트를 활용해 벽에 다양한 자연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인스타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개천절 휴일을 맞아 엔제리너스 롯데월드몰B1점은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출점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동일 점포’와 ‘동일 메뉴’라는 과거의 사업 확장 방식에 조금씩 ‘색다름’을 추가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지역이나 상권별로 특색 있는 매장을 선보이는 ‘카멜레온 전략’이 업계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엔제리너스·배스킨라빈스 등을 비롯해 GS25·CU와 같은 편의점들까지 이런 전략을 앞세워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급변한 소비 트렌드가 이 같은 프랜차이즈업계의 변화를 야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게 어려워진 프랜차이즈 경영 환경요즘 소비자들은 한 가지 제품에 쉽게 질려 한다. 그리고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닌다. 자연히 같은 메뉴와 인테리어로 수백 또는 수천 개씩 매장을 확장한 프랜차이즈업계의 경영 환경은 과거에 비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엔제리너스와 롯데리아 등을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GRS)도 실적이 크게 줄었다. 한때 1조원을 넘었던 매출은 지난해 약 6700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프랜차이즈업계를 바라보는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롭고 신선한 것을 찾아다니는 소비자 니즈는 갈수록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는 더 이상 다점포 전략이 통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새로운 신생 프랜차이즈 기업이 업계 샛별로 떠오르는 일은 찾기 어려울 것이며 관련 대기업들의 실적 또한 반등하기가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생존을 위해 변화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롯데GRS가 최근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이른바 ‘특화 점포’를 잇달아 출점 중인 것도 시들해진 프랜차이즈 인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엔제리너스 롯데월드몰B1점이다.
한옥의 배스킨라빈스
소비자들이 커피의 ‘맛’을 중요시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매장에 직접 로스팅 설비를 설치했다. 또 인기 빵집과 협업도 단행했다. 이 점포에서 판매 중인 베이커리 제품들은 경기도 수원에서 줄 서서 먹는 빵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윤쉐프 정직한 제빵소’에서 만들었다.
서울에서 멀리까지 가야 맛볼 수 있는 빵집을 매장에 접목해 모객 효과를 노린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롯데GRS 관계자는 “지난해 이 매장을 오픈했는데 빵 맛이 소문이 나며 점포 안은 연일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이 먹혀들자 롯데GRS는 최근 특화 매장의 수를 빠르게 늘려 나가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에는 갤러리 콘셉트의 엘리먼트(A’lement) 스토어를 오픈했고 대전에서는 지역 내 유명 빵집인 ‘손수베이커리’와 협업한 매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 엔제리너스의 특화 매장 수는 총 7개다.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는 업계 최강자인 배스킨라빈스가 개성 넘치는 콘셉트 스토어를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매출 상승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한옥 콘셉트의 배스킨라빈스 삼청점을 비롯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핑크퐁 캐릭터와 함께 매장을 구성한 석촌호수점 등이 대표적이다. 독특한 내부 구성뿐만 아니라 각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시그니처 메뉴들도 선보이며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2017년부터 이런 형식의 매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대두된 위기감 때문이었다. 오랜 기간 많은 소비자들이 배스킨라빈스를 찾는 이유는 오직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바로 비알코리아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름에만 장사가 잘되고 겨울에는 잘되지 않는 계절적 요인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메뉴 개발했다. 또 소비자들이 언제나 배스킨라빈스를 찾고 즐길 수 있는 인테리어로 점포들을 하나둘 선보인 것.
현재 배스킨라빈스는 총 11개의 콘셉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고 계속해 그 수를 늘려 가겠다는 계획이다.
편의점도 천편일률적인 점포 구성에서 벗어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상권에 맞게 와인 특화 점포, 카페형 점포 등 이색 점포 출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25는 최근 금 자판기를 설치한 점포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안전 자산으로서의 금의 가치가 커지는 추세를 반영했다.
치킨업계도 최근 점포 구성과 인테리어를 다양화하는 데 힘을 주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저가 치킨을 내놓으며 치킨 시장에 파고드는 것이 도화선이 됐다.
BBQ는 롤 게임을 보며 치킨을 먹을 수 있는 종로 빌지 타워점의 문을 열었다. 또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배달 전문 매장 ‘BSK(BBQ Smart Kitchen)’도 새롭게 선보였다.
외식업계에서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롯데리아의 행보에 눈길이 간다. 아웃백은 약 10개의 와인 특화 매장을 선보이며 손님 모시기에 나섰다.
약 40년 동안 동일 매장 전략을 고수해 왔던 롯데리아는 얼마 전 스마트 스토어 ‘롯데리아 L7 홍대점’을 출점했다. 이곳은 기존의 롯데리아 인테리어와 달리 미래적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곳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상권인 홍대의 특성을 반영해 비대면 무인 기기를 대량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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