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전국 4만7500여 가구 일반 분양 예정…계획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10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아파트 4만7500여 가구에 대한 청약(일반 분양)이 진행된다. 지난해 10월 대비 3배 증가한 물량이다. 정부가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전체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면서 분양이 밀렸던 단지들이 다시 청약에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다만 4만7500여 가구에 달하는 공급 계획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9월에도 당초 예정 물량의 33%만 분양이 이뤄졌다. 9월은 월간 4만791가구로 올해 중 가장 많은 물량이 분양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분양에 나선 물량은 1만3357가구에 그쳤다. 나머지 67%는 분양 일정이 뒤로 밀렸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에 거래 절벽이 이어지면서 매수자들이 ‘옥석 가리기’를 통해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전반적인 주택 시장의 흐름이 둔화되면서 거래량이나 거래 가격이 종전과 달리 침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청약 시장에서도 남들이 봤을 때도 좋을 것 같은 곳에만 수요가 몰리는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해보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루고 있는 만큼 진짜 분양 실적률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 동대문구, 송파구 분양 예정 직방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수도권에서만 총 3만508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경기도에 2만414가구가 집중된다. 서울에선 8개 단지 6612가구가 공급되는데 일반 분양 물량은 절반가량이다.
서울에서는 하반기에 3700여 가구가 청약자를 모집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나오는 일반 분양 물량이다. 대단지에서도 일반 물량이 많지 않고 입지가 좋은 곳은 청약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마포구에서는 아현2구역을 재건축한 ‘마포더클래시’가 분양될 예정이다. 일반 분양 물량은 전용 84㎡로만 구성된 53가구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마포더클래시는 총 1419가구, 지하 5층~지상 25층 17개 동으로 이뤄진 대단지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과 아현역 중간에 위치해 있고, 5호선 애오개역 등과 인접해 있다. 주변에 현대백화점 신촌점, 아현시장, 세브란스병원 등 편의 시설이 인접해 있고 신촌·홍대 등 중심 상권과 광화문·공덕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와 접근성이 높다.
분양가는 주변 대비 낮은 시세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마포더클래시는 전용 84㎡의 조합원 분양가가 6억원대였다. 일반 분양가는 9억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변을 향한 마포더클래시 뒤쪽에는 ‘마포프레스티지자이 2단지’와 마포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가 각각 자리 잡고 있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보다 2~3배 정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마래푸는 올해 들어 전용 면적 84㎡짜리가 18억 4000만원에 거래됐다. 입지가 마포인 만큼 집값 조정기에도 분양가보다 떨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다만 일반 분양 물량이 53가구뿐이고 100% 가점제여서 만점짜리 청약통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입주권 전매 제한은 8월 말에 풀렸다.
SK에코플랜트와 롯데건설이 시공한 '중화 롯데캐슬 SK뷰'는 ‘중화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첫 번째 분양 아파트다. 지하 2층~지상 35층 8개 동, 임대 주택 200가구를 포함한 총 1055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501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이다. 하반기 서울에 풀리는 일반 분양 물량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평형도 전용 39㎡부터 49㎡·59㎡·70㎡·84㎡·100㎡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지하철 7호선 중화역까지 도보 2~3분 거리 역세권 입지인 만큼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7호선을 타고 강남구청역까지 22분이면 이동할 수 있어 강남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브랜드 아파트라는 점도 청약 인기를 높이는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전용 59㎡는 7억원대, 전용 84㎡는 9억원대 수준에서 일반분양가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학군은 도보권 내 신묵초·묵동초·장안중·중랑중·중화고 등이 있다. 준공은 2025년 5월 예정이다.
동대문구 휘경3구역도 올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휘경3구역 역시 분양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다. 일반 물량은 총 1806가구 중 719가구로 풍부하다. 일반 분양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합원 분양가가 전용 59㎡ 4억원대, 전용 84㎡ 5억3000만원대였다. 이에 따라 일반 분양가는 각각 7억원대, 9억원대에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GS건설이 시공해 ‘자이’ 브랜드를 단다. 2025년 4월 입주 예정이다.
휘경3구역은 1만가구 넘게 들어서는 이문·휘경뉴타운에 자리하고 있다. 1호선 회기역과 외대앞역 중간에 위치해 두 개 역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입지다. 회기역에서 1호선을 타고 한정거장만 가면 청량리역이라 청량리 인근 상권도 누릴 수 있다. 롯데마트·롯데백화점 청량리점·삼육서울병원·경희대병원 등 편의 시설이 가깝다.
송파구 문정동 136 일원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도 대단지로 관심을 모은다. 지하 2층~지상 18층 14개 동, 전용 49~84㎡ 총 1256가구 규모인 이 단지에서는 일반 분양 물량이 296가구다. 위례신도시와 인접해 있어 깔끔한 신도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서울외곽순환도로·올림픽대로 접근이 편리하고 법조타운 업무지구와 가든파이브 내 이마트, NC백화점 등 편의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서울에서도 밀렸던 물량이 풀리고 있지만 분양가가 기대보다 높고 입지 장점이 없다면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아 미분양이 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규제가 이전보다 느슨해지긴 했지만, 고금리 기조와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주택시장이 빠르게 침체되면서 신축 아파트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미분양 주택은 1만5000여 가구(전국) 수준이었지만, 8월 말 기준 3만 2722가구로 배 이상 급증했다. 8월 말 기준 서울·수도권 미분양은 5012가구로 2019년 12월(6202가구)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다다랐다.
지난 8월 말 청약을 실시했던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가 대표적이다. 140가구 중 129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왔는데 청약 당시에는 1순위 134가구에 208명이 신청해 마감에 성공했지만 당첨자 중 90% 이상이 계약을 포기했다.지방, "공급·미분양 낮은 곳 노려라"미분양이 서울보다 심각했던 지방 역시 가을 공급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지방 대도시 중에서는 아파트 공급이나 미분양이 많지 않고 전매 제한이 풀리는 분양권은 노릴 만하다고 조언한다.
임병철 부동산R114 연구원은 "올해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부산이나 최근 집값이 떨어지면서 다시 수요가 몰리고 있는 세종을 제외하면 지방은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지역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사들도 시장이 좋지 않아서 목표 물량의 30%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올해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에서는 부산진구 양정1구역을 재개발하는 ‘양정 자이더샵SKVIEW’가 10월 12일 1순위 청약 접수를 시작한다.
양정 자이더샵은 지하 5층~지상 34층 22개 동 총 2276가구로 구성되고 이 가운데 1162가구가 일반 분양될 예정이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양정역에서 도보 5~10분 정도의 역세권 단지다. 분양 가격은 전용 84㎡ 기준 6억1440만~6억8720만원이다.
부산에서는 대우건설도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내에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센터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민간 참여 공공 분양 아파트’로 지하 2층~지상 16층 13개 동, 전용 74~84㎡ 총 972가구 규모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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