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인 논쟁은 기업 성장에 기여…‘훈련’ 통해 반대하는 분위기 만들어야

[경영 전략]
‘충성스러운 조직’ 리먼 브라더스는 왜 망했나[이태석의 경영 전략]
위협적인 대상을 만났을 때 동물들의 반응은 둘 중 하나다. 맞서 ‘싸우거나(fight)’ 혹은 ‘도망치거나(flight)’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의견 대립이 생기면 보호 본능이 작동한다. 상대를 대놓고 비난하거나 속으로 삼킨다.

의견 대립은 사실 괴롭다. 부부 사이든 직장이든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피할 수 없다. 의견은 사람 수만큼 다양하다. 이것이 오히려 조직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측면이 있다. 자기와 다른 의견을 통해 자신의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의견은 혼자 만들 수 없었던 무언가를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 의견 대립은 그래서 조직에는 축복이라는 말이 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의견 대립 없이 좋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오히려 상반된 의견을 듣고 여러 대안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터 드러커의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아 망한 회사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2008년 금융 위기를 축발한 주범 리먼 브라더스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는 팀워크와 충성심이 강한 조직 문화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유명했다. 2006년 포천이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화목한 기업’ 중 하나로 지목했을 정도다. 이렇게 탄탄한 조직이라면 위기도 잘 극복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파산했을까. 기업의 파산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등장한다. 외부 충격이 제일 컸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주택 담보 채권의 가격 하락 등이 그것이다. 다음으로 조직 문화다. 팀워크와 강한 충성심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것을 거꾸로 해석하면 사내 불화가 용인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바꿀 수 있다.
충언했지만 해고된 직원충성어린 동료들 때문에 다른 의견이 있어도 팀워크를 생각해 반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로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이었고 웬만하면 그대로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1.75%에서 5.25%까지 올랐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고 주택 담보 대출에 과다하게 노출됐던 미국 투자은행들이 흔들렸다.

위태롭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에서 감지됐다. 2006년 고정 자산 부문 글로벌 책임자였던 마이크 겔벤드가 최고경영자(CEO)에게 충언했다. 하지만 그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한 딕 펄드 전 리먼 브라더스 CEO는 겔벤드를 해고해 버렸다.

이후 충언하는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모두가 알면서도 공론화하는 것을 껄끄럽게 생각했다. 그래도 세계에서 넷째로 큰 금융회사였던 리먼 브라더스까지 무너질 줄은 몰랐다. 문제는 강한 충성심과 팀워크가 조직이 아닌 개인 중심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보스인 딕 펄드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쳤다. 누구도 대립되는 의견으로 평화를 깨뜨리기를 원하지 않았다. 결국 2008년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했다.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아마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많이 들었을 것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48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9·11 테러, 2011 유가 파동, 코로나19 위기까지 슬기롭게 넘겼다.

조직 문화도 리먼 브라더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화목하고 단결심이 강한 팀워크다. 차이점이라면 상당히 가족적이었다는 점이다. 회사가 종업원을, 종업원은 회사를 가족으로 여기고 있다. 창립자 허브 켈러허가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다. 그는 직원들을 존중하고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여겼다. 해고가 잦은 미국 사회에서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렵더라도 고통을 회사와 직원이 서로 분담하는 것이다. 보너스를 반납하고 위기엔 자발적으로 급여를 줄였다. 서로에 대한 믿음은 활발한 정보 공유나 원활한 소통으로 이어진다. 물론 부서 간에 불평·불만이 생길 수 있다.

경영진끼리도 의견 차이는 있다. 하지만 이를 감추지 않는다. 빨간 깃발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망설이지 않고 즉시 들어 올린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업 모델은 500마일 이하 단거리 비행 서비스다. 저가 항공의 생명은 턴어라운드다. 얼마나 자주 비행기를 띄우느냐다. 항공기는 지상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익성은 낮아진다. 자주 이륙하고 자주 착륙해야 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턴어라운드 타임이 35분 안팎으로 매우 짧다.

다음 비행 준비 시간을 단축하려면 긴밀한 협업이 필수다. 기장, 승무원, 기내 청소원, 램프 담당 직원들이 마치 입안의 혀처럼 돌아가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소통하고 협업해야 빠른 이착륙이 가능하다. 의견 차이가 더 커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속으로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겉으로 미소를 짓는다든지 반대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상호 존중으로 위기 극복예를 들어 각 부문 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정보 공유 미팅’을 연다. 미팅은 정해진 프로세스를 밟는다. 한 팀이 자신들의 의견을 설명하면 다른 팀도 자신들의 시각에서 설명한다. 그다음은 해결 방법을 찾아 합의에 이르도록 한다.

이 프로세스는 다른 기업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중요한 것은 바탕에 깔린 구성원 간 상호 존중이다. 한 직원은 이렇게 얘기한다. “의견 차이 때문에 우리는 상대방을 비난하고 상대도 우리를 비난했어요. 같은 이슈로 한 달에 두 번씩 같이 만나는 회의를 열었죠. 처음에는 서로 욕하는 자리였지만 이제는 ‘나는 이걸 받아들일 수 있어’, ‘이건 내가 할게’라고 말하는 자리로 발전했죠.”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의견 대립은 신뢰가 바탕이 될 때 조직이 더 건강해진다는 점이다.

의견 대립이 없을 때 조직이 나쁜 방향으로 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조직에 순응하려는 경향이다. 조직에서 특정 의견이 채택되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 의견의 단점이나 다른 대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우르르 따라간다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 어빙 제니스 예일대 교수는 이 현상을 ‘집단 사고’라고 처음으로 이름을 붙였다. 둘째 이유는 공유 정보 편향이다. 집단 내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더 잘 알 것이라고 가정하면 그 누구도 질문하거나 반기를 들지 않는다. 결국 조직에서 공유되는 정보는 한 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고 토론은 형식적인 것이 되고 만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제니스 교수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라는 제도를 제안한다. 많이 들어봤 것이다. 회의 시작 전 특정인에게 반대자 역할을 의도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이다. 팀의 화합을 해치지 않으면서 의견 대립이 주는 장점도 누릴 수 있다. 한국에서도 몇몇 기업이 이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문제점이 내재돼 있다. 샬런 네메스 버클리대 교수에 따르면 이 제도가 이론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마의 변호인은 하나의 역할극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지 ‘반대를 위한 반대’여서 사람들은 건성으로 듣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당사자조차 반대하는 척하다가 나중에 반대 깃발을 슬그머니 내리고 마는 경향이 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조직 구성원들의 심리다. 자신들은 편협한 생각을 막기 위해 예방 주사를 한 방 맞았다는 생각에 오히려 원래 의견에 안주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네메스 교수는 좀 미묘한 실험을 했다. 첫째 실험 조건은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둘째는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나서 실제로 반대하는 것이었다.

양쪽 모두에서 의견 대립은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왔다. 반대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도 일부 나타났다. 하지만 자발적인 조건에서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졌고 더 창의적인 해결 방안이 만들어졌다. 동일한 사람이었고 동일한 근거였는데도 말이다.

이유는 이렇다. 역할극의 경우 리스크가 적고 책임감도 없는 반면 자발적 반대자에게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사람들이 인지하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사람의 용기와 취약성에 참가자들은 오히려 마음을 열고 풍부하게 의견을 교환하더라는 것이다.

즉 위험을 무릅쓰고 진심으로 반대하는 사람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게 된다.

사람들은 의견 대립에 흔히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만큼 자신의 의견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논쟁에서 이기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의견 대립이 의미 있는 것이 될 수 있을까’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생산적인 의견 대립은 철학의 문제가 아니다. 잘 훈련된 습관이고 기술의 문제다.

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