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간 14.67% 상승…현장에서는 집값 오른 후 매수 문의 뚝

올해 집값 상승률 1위 이천은 왜 올랐을까
올해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어디일까. 서울 용산구나 서초구가 아니다. 경기 동남부에 자리한 이천시다.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해 10월 10일까지 이천의 매매 가격 상승률은 14.6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경기도에서 상승 폭이 컸던 평택(7.4%)이나 파주(4.62%), 안산(4.35%)을 크게 웃돌았고 서울 용산구(5.22%)나 서초구(4.95%)와 비교해도 독보적인 상승률이다.

집값이 2009년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졌던 지난 9월에도 이천의 집값은 소폭 상승했다. 지난 달 집값이 상승한 지역은 이천과 여주 단 두 곳 뿐이었다. 특별한 호재도 없고 서울과의 접근성도 떨어지는 이천의 집값이 왜 올랐을까.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었던 올해 이천이 나 홀로 상승을 이어 간 이유를 분석했다.비규제 지역·입주 물량 부족 맞물려
이천시 학군과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갈산동 전경. [김영은 기자]
이천시 학군과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갈산동 전경. [김영은 기자]
“비규제 지역으로 묶인 영향이 제일 컸죠. 올해 상반기까지는 투자 문의도 꽤 있었어요.”

10월 18일 이천 대장주를 찾아 방문한 안흥동 공인중개소 관계자에게 이천 집값의 상승 이유를 묻자 가장 먼저 비규제 지역 효과를 꼽았다. 현장에서는 하반기 이천 집값 상승을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천 대장주 아파트가 있는 안흥동은 예상과 달리 한산했다. 향후 이천의 스카이라인을 책임질 동네지만 지금은 우뚝 솟은 대장주 아파트 앞에 드넓은 논이 펼쳐져 있다. 아직까지는 경기도의 대표 곡창지대다운 시골 풍경이었다.

49층 높이의 롯데캐슬스카이골드가 안흥동의 랜드마크다. 양 옆으로 2024년부터 입주를 시작할 신축 주상복합 단지들의 공사가 한창이었다.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롯데캐슬 스카이골드는 지난 4월 7억3000만원(84㎡)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거래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근 거래가는 8월에 거래된 6억8000만원으로, 7월 대비 7000만원 하락했다. 아파트 상가 내에 롯데마트가 있고 주상복합인 만큼 젊은층과 외지인 수요가 많았던 곳이다. 단지 내 상가는 텅 비어있었다. 롯데마트와 1층을 제외하고 2층부터는 상가 대부분이 여전히 공실이었다.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오름세였는데 이천도 집값 하락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몇 년 동안 안흥동 내에 공급도 이어진다. 2023년 4월 롯데캐슬페라즈스카이를 시작으로 2024년 센트레빌레이크뷰, 2025년 서희스타힐스, 2026년 빌리브어바인시티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지금은 대장주마저 주춤하는 상황이지만 10월 둘째 주까지 이천의 전체 아파트값 상승세는 이어져왔다. 이천·연천·포천·가평·양평·동두천 등이 비규제 지역이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가 높고 일자리가 있는 자족 도시인 만큼 이천의 상승 폭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다른 수도권 지역 대비 낮은 가격도 한몫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이천의 집값은 9.6% 상승했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 비해 상승 폭이나 아파트 매매 가격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지난해 서울 외곽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집값 상승 행렬이 이어지면서 인천은 23.7% 올랐고 시흥·군포·고양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를 타고 경기도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서울 중심부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선호도가 낮은 지역까지 집값이 연쇄적으로 상승한 여파였다.

그 결과 올해는 이천까지 투자 수요가 이어졌다. 최근 1년간 이천에서 이뤄진 외지인 아파트 매매는 총 723건으로, 이천 거래 중 28.1%가 외지인들의 몫이었다. 외지인 거래 중 서울 거주자의 거래가 절반이었다.

그동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던 것도 집값 상승 요인이 됐다. 아실에 따르면 이천의 연간 적정 입주 물량은 1121가구다. 아실은 각 지역 인구 변화, 주택 수 등 변수를 고려해 지역별 연간 적정 수요를 산출한다. 매년 이 정도 규모의 신축 아파트가 공급돼야 수급 균형이 맞는다는 의미다.

2020년 이천에는 305가구가 입주해 적정치를 한참 밑돌았다. 지난해에는 1525가구가 입주했지만 올해는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단 한 가구도 없었다. 다만 2024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적정 수요의 3배 이상 증가한다. 지난해와 올해 분양한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해 2024년에만 336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특히 향후 몇 년간 이천시청과 경찰서 등 행정 기관들이 모여있는 중리동에 대단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시청 앞 중리택지개발지구가 공공 주택 용지로 지정돼 LH 임대 주택 658가구, 일반분양(우미건설, 부원건설, 금성백조주택 등) 3173가구 등 총 4472가구가 2023년 분양을 시작한다. SK하이닉스 증설하자 인구 유입 증가 대기업의 고용 효과도 올해 이천 집값을 견인했다. 2019년 21만5434명이던 이천시 인구는 2022년 22만3492명으로 늘었다. 이는 일자리와 직결된다.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기도 이천의 고용률은 73.5%에 달한다. 이천에는 SK하이닉스·현대엘리베이터·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 대기업 19곳과 중소기업 1128곳을 포함해 총 4만5000여 명 규모의 일자리가 있다.

이천에서도 기업들이 자리한 부발읍은 일자리 수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지역이다. 부발읍의 주요 단지들은 SK하이닉스와 차로 1~2분 정도 떨어져 있고 경강선(여주~판교) 부발역과는 도보로 15분이 걸린다. 대기업이 입주한 동네답게 상권도 발달해 있다.

부발읍 대장주인 성우오스타도 하반기 들어 하락세가 시작됐다. 지난 8월 4억5500만원에 거래됐던 성우오스타4단지(112㎡)는 이달 4억원에 손바뀜했다.

일각에서는 이천 집값의 상승 이유로 교통 호재를 꼽는다. 하지만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은 지역은 아니다. 이천역에서 경강선을 통해 판교까지는 30분이 걸리지만 서울까지 바로 가는 철도 교통망은 아직 없다. 강남과 송파에서 이천까지 연결하는 경기도 광역 버스가 있지만 이마저도 버스로만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집값 오른 후 매수 문의 없다”나 홀로 상승을 이어 가던 이천의 그래프도 최근에는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1~6월) 이천시의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2120건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182건으로 반 토막이 났다. 특히 전국적으로 거래 절벽이 심화되기 시작한 지난 8월에는 116건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8월(486건) 대비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그동안 집값 상승분이 축적됐고 금리 인상으로 투자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천 갈산동의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값이 상승한 이후로 7월부터 매수 문의가 전혀 없다”며 “거래는 거의 없는데 호가는 아직 많이 떨어지지 않아 보합세가 꽤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흥동과 부발읍과 함께 이천의 집값 상승세를 이끌던 주요 지역들 역시 주춤하고 있다. 학교와 학원이 밀집한 이천의 교육 중심지인 갈산동은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아파트 촌이다. 갈산동 대장주인 이천센트럴푸르지오 80㎡형은 지난 7월 4억55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평형의 10월 호가는 4억3000만원에 나왔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작년과 올해 수도권 전 지역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이천 역시 키 맞추기 요인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도권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천도 하락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