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의 단기 부침보다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재편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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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상반기에만 12조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상반기에만 12조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10월 복합 정제 마진은 다시 10달러대로 반등했다. 휘발유 수요의 회복은 아직 더디지만 등경유 마진이 30~40달러 수준을 기록하며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정유 시황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보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2분기 유례없는 오버 슈팅을 기록한 이후 3분기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전쟁에 따른 수급 불안이 피크를 지난 가운데 인플레이션 부담에 따른 소비 둔화로 급락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정유 제품 수출 쿼터 확대에 대한 우려가 단기 조정 폭을 과도하게 키웠다.

하지만 등경유를 비롯해 석유 제품 재고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팬데믹 이전 5개년 하단에 못 미치고 있다.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유럽 내 가스 공급 차질과 이에 비롯된 디젤 부족 사태가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

유럽 내 가스 재고 비축률이 90%를 넘으면서 이번 겨울 전력난 위기는 피했지만 결국 내년 초 재고가 소진되면 다시 러시아 물량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공급 제약 요인이 많아 언제든 오버 슈팅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은 공급이 쥐고 있다. 2025년까지 정제 설비 순증은 수요 증가를 하루 평균 50만 배럴씩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트한 공급이 수요나 정부 관련 변수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정유 업종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

정유 업종 이익은 2분기가 피크다. 2023년 감익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정유 제품 수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면 내년 1분기까지 계절적 수요 증가 효과가 상쇄될 것이다. 에쓰오일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32% 감소한 2조9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다만 피크아웃 우려는 2분기 실적이 발표되기도 전에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 오히려 지금은 3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유가의 역래깅 효과와 재고 관련 손실이 사라져 4분기 다시 이익이 증가한다는 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2023년은 이익의 단기적인 부침이나 시황 변동성보다 유럽의 탈러시아, 미국의 탈중국 등 보다 구조적인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서 예상되는 기회 요인에 더 주목할 것을 권유한다.
한국의 정유업계는 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대체 수요 유입,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정유 제품 수입 금지와 미국의 자국내 수출 제한 검토 등 반사 이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한다.

한편 화석 연료가 비싸지는 만큼 신재생에너지의 원가 경쟁력이 개선됐다. 빨라지는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따라 재생에너지 밸류 체인의 주도권 경쟁 역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중국을 대체할 한국 태양광 업체들의 수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2022 상반기 운송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