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금리, 강달러에 고꾸라진 실적…4분기 전망도 ‘부정적’, 깊어지는 한숨

[비즈니스 포커스]
'독점 시대' 끝났다…5대 빅테크 기업들 실적 점검
빅테크 기업 독점 시대는 끝났다(Tech Tyranny is over). 10월 30일 전직 펀드매니저 출신의 유명 방송인인 미국 CNBC 짐 크레이머는 이렇게 선언했다.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망스러운 성적이 발표된 직후였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10월 25일, 메타가 26일, 아마존이 27일 연이어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공격적인 긴축 통화 정책, 그로 인한 강달러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애플(27일)은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쇼크’가 이어지며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가뜩이나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 이들 빅테크 대장주들마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며 투자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특히 메타는 1년 새 순이익이 반 토막 나며 하루 만에 주가가 24% 정도 폭락했다. CNBC에 따르면 주요 7개 빅테크 기업(알파벳·메타·MS·애플·아마존·테슬라·넷플릭스) 의 합산 시가 총액은 10월 27일 기준 7조6934억 달러로 1년 전(10조7358억 달러)과 비교해 약 3조2860억 달러(약 4469조원)가 증발했다. 5대 빅테크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을 뜯어봤다.
경기 악화에 ‘온라인 광고’ 타격, 메타와 알파벳
주요 빅테크 기업들 가운데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곳은 ‘메타’다. 3분기 매출은 277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90억1000만 달러)와 비교해 4% 감소했다. 메타는 지난 2분기 설립 이후 최초로 매출이 감소하는 부진한 성적을 냈는데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매출 감소가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순이익 감소다. 3분기 메타의 순이익은 44억 달러에 그쳤다. 전년 동기 92억 달러와 비교하면 반 토막 아래로 줄어든 것이다. 메타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된 10월 27일 메타의 주가는 97.46달러로 마감했다. 메타의 주가가 100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메타의 주 수입원은 ‘온라인 광고’ 다. 경기 침체 여파에 기업들이 온라인 광고 비율을 낮추면서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여기에 애플의 강화된 개인 정보 보호 정책도 지난해부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용자의 검색 정보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광고’가 어려워졌다. 4분기에도 메타의 매출이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메타의 심각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포함해 ‘메타버스 사업’을 포함하고 있는 리얼리티 랩 부문이다. 3분기 매출액은 2억8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26억3000만 달러에서 36억7000만 달러로 늘었다.

이미 시장에서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메타버스 투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메타버스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사명까지 바꿨다.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수록 그에 따른 비용 또한 급증하고 있다. 올해 메타의 지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19% 늘었다. 시장에서는 ‘돈 먹는 하마’가 된 리얼리티 랩 사업 부문의 실적이 내년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았다. 아마존도 실적 부진에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시총 1조 달러 클럽’에서도 탈락했다.

알파벳의 3분기 매출은 691억 달러로 전년 대비 6.1%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년 전만 해도 알파벳의 매출 증가율은 41%에 달했다. 올해 알파벳의 매출 증가율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제외하면 2013년 이후 가장 저조하다. 알파벳 역시 메타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광고 부문의 수익이 줄어든 여파가 컸다. 유튜브 광고 매출은 70억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유튜브를 포함한 알파벳 전체 광고 매출은 54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클라우드 사업 부문에서 69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7.6%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클라우드 부문의 영업 손실은 6억900만 달러로 지난해(6억4400만 달러)보다 규모가 확대됐다. 알파벳을 포함한 아마존·MS 등 빅 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캐시 카우’ 역할을 도맡았던 클라우드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막대한 이익을 누려 왔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기업들의 비용 절감이 본격화되자 클라우드 시장 역시 성장성이 둔화되며 빅테크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믿었던’ 클라우드마저..., 아마존과 MS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 둔화에 타격을 입은 것은 아마존도 비슷하다. 아마존은 3분기 매출 1271억 달러, 순이익 29억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1274억6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아마존은 특히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이 사상 최저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AWS의 3분기 매출은 205억3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5% 성장했다. 시장 예상치(211억 달러)에 못 미치는 수치일 뿐만 아니라 AWS 사업을 시작한 이후 최저 성장률이다. AWS의 매출 증가율은 올 2분기 33%, 올 1분기 37%를 기록했었다. AWS는 글로벌 클라우드업계에서 시장점유율 약 32%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6년 사업 시작 이후 최근까지 아마존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해 왔다.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 둔화가 아마존에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아마존의 핵심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 상거래 부문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분기 온라인 스토어 매출은 534억8000만 달러로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더욱 심각한 것은 4분기 전망 또한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4분기는 블랙프라이데이과 크리스마스 등이 포함돼 있어 통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때다. 하지만 최근 경기 악화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강달러로 인해 직격탄을 맞으며 4분기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MS는 3분기 매출 501억2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5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 증가했다. 순이익은 175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와 비교해 14% 감소했다. MS애저를 포함하는 클라우드 매출은 203억3000만 달러로 예상치(203억6000만 달러) 수준이었다. 매출 증가율은 35%로 시장 예상치 36.9%를 살짝 밑돌았다.
“강달러만 아니었다면…”, 애플
빅테크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애플은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매출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3분기 매출은 901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증가했다. 역대 3분기 최대 매출로 시장 전망치인 889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3분기 순이익도 207억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제품군별 매출을 살펴봤을 때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것은 맥 제품군이다. 매출 11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했다. 아이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한 426억 달러, 아이패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71억 달러를 기록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애플의 제품 수요가 프리미엄 모델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경기 한파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지난 9월 출시한 프리미엄폰인 ‘아이폰 14’의 흥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이폰14 프로 모델이 강력한 수요를 보이고 있고 그 외에 애플워치의 프리미엄 신제품 모델인 애플워치 울트라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애플 또한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공급과 관련한 제약이 커지고 있는 데다 강달러로 인한 타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달러는 특히 해외에 거점을 두거나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의 매출 비율이 높은 기업이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애플 외에도 MS·아마존 등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이 강달러의 타격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제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강달러 상황이 아니었다면 애플의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매출 둔화의 원인을 설명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