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랩 데모데이 엑스 행사..."ESG, 비용 아니라 미래"

최태원 SK 회장 "스타트업, ESG에서 기회 찾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스타트업에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기회를 찾을 것을 주문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에 집중할 것과 일상을 ESG로 바라보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것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3일 오후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스타트업 소개 행사 '스파크랩 데모데이 엑스' 행사에 참여해 행사를 주최한 스파크랩의 공동대표 이한주 배스핀글로벌 대표와 대담했다.

그는 "이제는 ESG가 기업의 요구사항이 되는 단계를 넘어갔다"라며 "새로운 것을 시작하거나 협업할 때도 ESG라는 시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기업의 ESG를 측정하기 시작했고, 이 측정이 고도화되면 말로만 ESG를 하는 곳과 진짜로 하는 곳이 옥석이 가려져 기업 가치도 ESG에 따라 상당히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ESG 중 환경 부문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인 테라파워에 투자했다고 언급했다. 테라파워는 방사능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형태로 디자인된 미니 원전을 통해 환경적으로 오염되지 않는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SMR은 유럽 택소노미에도 친환경 기술로 분류돼 있다.

최 회장은 사회가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로 가야 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지구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넷제로로 가야 하고, 다른 문제와는 다르게 이건 시간의 한계가 있고 티핑포인트를 넘어가면 재앙이 오는 것"이라며 "매년 우리는 이걸 실감하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원전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에서 ESG가 중요하다고 보는 게 환경에 중요한 기술을 내면 낼수록 지금과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현재 기존 기술을 모두 동원해도 넷제로에 도달하는 데 50%밖에 기여하지 못하고, 나머지 절반은 세상에 나오지 않은 기술로 달성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테크놀로지 마켓이 전환으로 가고 있고, 5년 전과 전혀 다른 세상으로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예전 마켓 체제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미래에 대해 진단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의 어려운 상황에는 공감했다. 그는 "최근에는 소나기가 내리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할 계획이 있더라도 소나기는 피하는 것을 권유드리며, 내년 말까지는 소나기가 올 거라고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그랩의 예를 들며 스타트업의 ESG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그랩의 CEO를 만났는데, 그는 스타트업으로 버는 돈보다 약자들의 교통수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대해 굳은 심지를 갖고 초심을 잃지 않아 인상적이었다"라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내야, 그리고 스토리가 있어야 돈뿐 아니라 재능 있는 인재가 모인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SG 요구를 요구사항으로, 비용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생각하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ESG 각 부문에 대해 일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E는 사람과 자연이다.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것처럼, 폐기물을 버리거나 사무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하는가가 모두 환경과 연관돼 있다"라며 "S는 인간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 인권과 젠더나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면 G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이고, 나와 CEO나 CFO와의 관계부터 고객과의 관계, 투자자와의 관계가 모두 거버넌스다"라고 비유했다.

그는 "ESG를 일상에서 생각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모두 ESG로 해석이 된다"라며 "ESG가 비용이 아니라, ESG를 하면 돈도 잘 벌린다, 라고 할 수 있도록 ESG를 잘 소화하고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면 미래가 확률적으로 더 밝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규제보다는 자생적인 협업과 소통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봤다. 최 회장은 "누군가가 완벽한 생태계를 만들어 놓을 수는 없다. 나와 같은 투자자들은 자기한테 먼저 맞는 스타트업을 보지 스타트업 생태계가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실리콘밸리에서도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지 법으로 규제된 것은 아닌 것처럼, 법제도는 자유를 구속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을 통해 한다기보다는 협업과 소통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